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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때문에 등산으로 시작해 못하는 것들이 점점 늘어났다.
 무릎 때문에 등산으로 시작해 못하는 것들이 점점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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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 평균 60세에 온다는 퇴행성 관절이 나는 40대 후반에 왔다. 아플 때마다 진통제를 먹고 한의원과 병행 치료했다. 그러면 곧 괜찮아져서 심각성을 인지 못했다. 어느 날 지인과 동네 동산에 올랐다가 내려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나보다 12살 많은 지인의 허리를 잡고 내려왔다. 지인은 '빨리 고쳐요!'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있던가. 병원 가면 진통제 처방에 간단한 물리치료가 전부인데. 쉬운 길은 그저 아플 때마다 약을 먹고 약침 몇 번 맞는 거였다. 그리고 무릎 관절 완치는 없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그저 '등산을 안 하면 되지'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등산으로 시작해 못하는 것들이 점점 늘어났다. 달리기, 축구, 심지어 계단을 올라가는 것조차 힘들었다. 계단을 못 올라 직장까지 그만뒀으면서도,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으로만 받아들여 고칠 생각을 안 했다. 노력도 안 했다. 바보같이. 그냥 못하는 것들은 안 하면 되지 생각했다. 이제 와 보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가. 못하는 것들이 많아지는 순간 힘들고 불편해지는 삶이 되는 것을.      

위기의식을 느낀 건 걷기가 힘들어지고부터다. 그동안 걷기는 자신 있었다. 계단만 못 올랐을 뿐. 평지 걷기는 아무 문제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10분만 걸어도 무릎이 아팠다. 더구나 별 문제없던 왼 무릎에도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걷기도 운동이라고 열심히 걸었는데, 그마저 못하게 될 거 같았다.

걸으면 아프고, 아프니까 못 걷고. 악순환이다. 미련한 동물이 자신의 몸 일부가 망가지는 것도 모르고 방치하다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는 우화처럼 내가 딱 그랬다. 이제 50인데. 겁이 덜컥 났다.      

PT 비용만 200만 원... 왠지 망설여지던 그 때 

무릎 관절로 고생하는 노인들을 많이 봐왔던 터라, 이대로 당할 순 없었다. 여기저기, 이곳저곳 묻기도 하고 검색도 했다. 한결같이 운동 부족이라며 운동을 권했다. 근력운동. 근육을 키워야 한다는 것. 힘든 운동과는 담쌓고 살던 나인데. 운동하면 정말 괜찮아지는 걸까 반신반의했다. 게다가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막막했다. 그러던 중 사는이야기에 헬스 PT로 통증이 사라졌다는 기사를 보았다. 어깨통증도 같이 있던 터라 관심 있게 읽었다.    
  
당장 근처 헬스장을 방문했다. 1회는 십만 원. 30회를 권하는데 150~200 수준이다. 고민이 필요한 금액. 몇 군데 상담만 받고 돌아섰다. 주식으로 몇백은 쉽게 손절해 놓고 PT 금액에 고민하는 내 모습이 바보 같았다. 하지만, 통증만 사라진다면 이백이 문제랴. 병원서 받은 처방전을 손에 쥐고 다시 헬스장으로 향했다. 일주일만의 결정이다. 가기 전 약국에 먼저 들렀다. 

동네약국에 왔더니 종류가 다른 모양이다. 처방약이 없다. 대신 무릎관절에 좋은 약 달라했더니 소염진통제 하나 주셨다. 단, 많이 아플 때만 먹으라고 한다. 그리고 무릎관절에 좋은 운동법을 알려주셨다. 이런저런 말씀하시다 "수영장 걷기는 관절에 최고지"라고 하셨다. 아, 수영장! 분명 헬스장보다는 저렴하리라. 그 길로 고민 없이 수영장으로 향했다. 1일권 3000원, 한 달 3만1500원, 3개월 장기는 더 할인된다. 이렇게 저렴할 수가. 가성비란 이럴 때 쓰는 말이겠지.      

동네 약사님은 항상 약 대신 다른 처방을 알려 주신다. 약 사러 갔다가 못 사고 돌아설 때가 많았다. "약 안 먹어도 돼. 운동해 운동. 땀이 나도록" 늘 그런 식이다. 약을 너무 안 판다. 그러다 보니 약사님께 자주 상담을 했다. 그날도 혹시나 방법이 있을까, 마지막 관문처럼 들렀는데 답 하나를 찾은 듯했다. 어쩌면 알고 있는 답을 확인받고 싶은던 건지 모른다.      
 
그렇게 수영장에 갔다.
 그렇게 수영장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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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헬스 PT 대신 차선책으로 가게 된 수영장. 신청은 선착순. 경쟁률이 심해 조기 마감되었다. 일부는 추첨. 1일권을 끊고 들어갔다. 수영이 아닌 걷기 위해 수영장을 찾았다. 수영장에서 걷기는 안 된다는 거절을 당해, 동네 목욕탕에서 걷기를 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던 터라 조심조심 들어섰다.     

수영장에 들어서자마자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노인들이 목만 내밀고 동동 떠가고 있었다. 오리 떼처럼. 우르르 몰려갔다 몰려왔다. 50여 명쯤. 라인을 가득 채웠다. 평균나이 70은 족히 돼 보인다. 웃을 일이 아닌데 자꾸 웃음이 터졌다. 우습게도. 다들 걷기 위해 온 것이다. 나처럼. 웃긴 건 그들이 아니라 어울리지 않는 젊은 나인데. 부끄러웠다. 어쩌지...
   
왠지 수영장 안에 선뜻 들어가지 못했다. 원래 혼자서도 잘하는 나인데. 틈에 섞일 생각을 하니 얼굴이 붉어졌다. 분리하고 싶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당신들과 다르다고. 사실은 용기가 없었다. 그 틈에 섞일 용기. 서성이다 한쪽 구석에 있는 작은 수영장 하나를 발견했다. 허벅지까지 오는 깊이. 아무도 없다. 그곳에서 혼자 걷기를 했다. 20여 분 걷다 보니 용기가 생겼다. 큰 수영장으로 옮길 수 있는. 가슴까지 물이 차야 효과가 좋다고 들은 거 같기도 했다.
     
그렇게 노인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오리 떼가 되어 합류했다. 숨 막힐 지경이었다. 뭐, 세상 관절 아픈 노인들을 상상하면 수백 분의 일이겠지만 생각보다 많아서 놀란 건 사실이다. 그리고 걸을 수 있는 수영장이란 게 얼마나 다행인가. 게다가 혼자가 아니다. 감사해야 한다.

겁이 많아 가장자리 벽을 잡고 걸었다. 갈 때도 올 때도. 그런데 걷는 게 아니라 정말 둥둥 떠가는 느낌이다. 걸을 수가 없다. 허우적 대는 느낌. 뭔가 걷는 방법을 알고 왔어야 하는 후회가 계속 밀려왔다.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둥둥 떠서. 노인들이 나를 자꾸 힐끔힐끔 쳐다봤다. 멋쩍어서 그저 웃어 보였다. 계속. 그렇게 비좁은 노인들 틈을 뚫고 허우적대며 떠갔다.
     
"갈 때는 이쪽, 올 때는 저쪽. 자동차랑 똑같아. 안 그럼 사고나"라고 한 노인이 말씀하셨다. 그랬다. 내가 역주행을 계속한 것이다. 어쩐지 자꾸 쳐다보길래, 가볍게 웃기만 했는데 그 말을 하고 싶으셨던 거다. 젊은 게 뭘 모른다고. 모르는 게 어디 이거 하나뿐이랴.

오늘도 열심히 걷는다, 수영장에서 

초보자의 수중 걷기 첫날은 이래저래 통증이었다. 무리한 걷기의 결과였다. 뭐든 정확히 제대로 알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중 걷기 시범을 보인 채널을 참고했다. 삼일째는 어느 정도 걷기를 완성했다. 천천히 한 발씩 발등을 차듯 보폭을 넓혀 걷는다. 30분에서 50분으로 시간도 늘렸다. 아프지도 않았다. 더할 수 있었으나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수중 걷기 매일 2주만 하면 등산을 할 수 있다고 의학박사가 말한다. 30대에 퇴행성 관절 진단을 받았음에도 50대에 등산하는 친구를 보면 아주 없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뭐든, 내게 와닿을 때가 있다. 알고 있었음에도 내 것이 되지 않을 때는 소용이 없다. 수중 걷기가 그랬다. 버스계단 오를 때 달라진 힘을 느꼈다.

이젠, 수영장 가기 싫어 게을러지는 마음만 없으면 된다. 중요한 건 꾸준히 하는 것. 헬스PT든 수중 걷기든. 자신에게 적합한 것을 선택해 건강한 삶을 사는 것. 절대 건강을 안일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 혹독한 대가를 치르기 전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등산 가능한 튼튼한 무릎을 기대하며 오늘도 열심히 걷는다. 수중을.       

태그:#무릎관절, #수중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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