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창단 후 처음으로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한 여자프로농구 BNK 썸이 아산에서 열린 1, 2차전에서 정규리그 1위 우리은행 우리원에게 연패를 당하며 큰 위기에 빠졌다. BNK는 내심 적지에서 최소 1승을 챙긴 후 안방인 부산에서 승부를 걸어볼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1차전에서 6점 차로 패하며 선전했던 BNK는 2차전에서 17점 차 대패를 당하며 우리은행과의 전력 차이를 실감할 수 밖에 없었다.

BNK가 2차전에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완패를 당한 가장 큰 원인은 1차전에서 15득점 13리바운드, 공격리바운드 7개로 골밑을 지배했던 김한별의 갑작스런 부상 이탈이 결정적이었다. 김한별은 2차전에서 2쿼터 2분을 남기고 볼 경합과정에서 발목을 다치며 교체됐고 후반에 코트로 돌아오지 못했다. 다행히 발목상태가 회복되고 있어 박정은 감독은 회복 과정을 보며 3차전 경기 당일에 투입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또 하나 이번 챔프전에서 BNK가 크게 아쉬웠던 부분은 바로 2차전까지 지독하게 말을 듣지 않았던 포인트가드 안혜지의 외곽슛이었다. 안혜지는 2차전까지 9.5득점 9.5어시스트로 뛰어난 활약을 이어가고 있지만 11개의 3점슛을 던져 단 하나만 적중시키면서 9%라는 실망스런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만약 3차전에서도 안혜지의 외곽슛이 말을 듣지 않는다면 BNK의 승산은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뛰어난 체력과 시야 겸비한 포인트가드
 
 안혜지는 이번 시즌 한 시즌 최다 어시스트 타이기록을 세우며 개인 통산 4번째 어시스트 여왕에 등극했다.

안혜지는 이번 시즌 한 시즌 최다 어시스트 타이기록을 세우며 개인 통산 4번째 어시스트 여왕에 등극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안혜지는 164cm라는 역대 가장 작은 신장으로 2014-2015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176cm의 김진영(신한은행 에스버드)과 184cm의 이하은(하나원큐)을 제치고 전체 1순위로 KDB생명 위너스에 지명됐다. 입단 초기만 해도 이경은(신한은행)이라는 걸출한 선배에 가려 좀처럼 많은 출전시간을 얻지 못하던 안혜지는 이경은이 팀을 옮긴 2018-2019 시즌부터 주전 포인트가드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안혜지는 수비에서 '미스매치'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단신 포인트가드지만 결과적으로 안혜지를 주전포인트가드로 투입한 것은 대성공이었다. 안혜지는 빠른 스피드와 발군의 시야를 활용한 과감한 돌파, 뛰어난 패스워크를 발휘하며 주전도약 첫 시즌부터 경기당 평균 6.37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해 당시 신한은행에서 활약하던 김단비(우리은행, 5.89개)를 제치고 생애 첫 어시스트 여왕에 등극했다. 

BNK금융지주가 WKBL 위탁운영구단이었던 OK저축은행 읏샷을 인수하며 BNK로 팀명이 바뀐 후에도 어시스트는 안혜지의 독보적인 영역이었다. 안혜지는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종료된 2019-2020 시즌 프로 데뷔 후 첫 두 자리 수 득점(10.30점)과 함께 경기당 평균 7.70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어시스트 부문 2연패를 차지했다. BNK는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안혜지와 연봉 3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안혜지는 외국인 선수가 빠지고 국내 선수들끼리만 호흡을 맞춘 2020-2021 시즌 30경기에서 16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164 어시스트를 기록한 우리은행의 김진희에게 어시스트 여왕 타이틀을 내주며 어시스트 부문 3연패가 무산됐다. 특히 안혜지의 패스를 받아 꾸준히 득점을 올려줄 외국인 선수가 뛰지 않으면서 안혜지 본인의 득점이 중요해졌는데 2020-2021 시즌 안혜지의 득점은 8.90점으로 줄었다.

하지만 기량에 대해 꾸준히 의심을 받던 최단신 포인트가드 안혜지는 2021-2022 시즌 경기당 평균 6.27어시스트로 한 시즌 만에 어시스트 여왕 자리에 복귀했다. 또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BNK를 봄 농구로 이끌면서 안혜지의 주가는 더욱 상승했다. 특히 안혜지는 2018-2019 시즌부터 2021-2022 시즌까지 BNK가 치른 122경기를 단 한 경기도 빠짐없이 '개근'하며 작은 체구가 믿어지지 않는 강철체력을 과시했다. 

시즌 17.9%, 챔프전에서도 성공률 9%
 
 만약 '3점 공포증'까지 극복한다면 안혜지는 신장을 제외하면 약점이 없는 '완전체 포인트가드'로 거듭날 것이다.

만약 '3점 공포증'까지 극복한다면 안혜지는 신장을 제외하면 약점이 없는 '완전체 포인트가드'로 거듭날 것이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이제는 명실상부한 리그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성장한 안혜지는 이번 시즌 개인 통산 4번째 어시스트 1위(9.00개)와 함께 득점(10.50점)과 리바운드(3.70개)에서도 데뷔 후 최고 성적을 올렸다. 특히 270개의 어시스트는 2009-2010 시즌 BNK의 변연하 코치가 KB스타즈 시절에 기록했던 한 시즌 최다 어시스트와 타이기록이었다. 당시 변연하 코치는 40경기에서 270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지만 안혜지는 단 30경기 동안 270어시스트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완전체 포인트가드'로 거듭나던 안혜지에게도 한 가지 큰 고민이 있었으니 이는 바로 부정확한 슈팅이다. 안혜지는 2014-2015 시즌 프로 데뷔 후 9시즌 동안 통산 25.3%의 3점슛 성공률과 54.9%의 자유투 성공률에 그치고 있다. 지난 2019-2020 시즌에는 3점슛 성공률이 36.2%까지 상승하며 약점을 극복하는 듯 했지만 다음 시즌 다시 23.6%로 떨어지는 등 최근 세 시즌 동안 한 번도 3점슛 성공률 30%를 넘기지 못했다.

안혜지는 이번 시즌에도 2018-2019 시즌(149회)에 이어 프로 데뷔 후 두 번째로 많은 145회의 3점슛을 던졌지만 림을 통과한 공은 단 26개(성공률 17.9%)에 불과했다. 안혜지는 삼성생명 블루밍스와의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8개의 3점슛을 던져 3개를 적중시키며 외곽슛 공포증을 극복하는 듯 했다. 하지만 우리은행과의 챔프전에서는 다시 11개의 3점슛 중에서 1개만 림을 통과하면서 '3점 공포증'이 되살아났다.

농구에서 포인트가드가 자신 있게 외곽슛을 던지지 못하면 상대는 수비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안혜지를 막을 때 안혜지에게 가까이 접근하지 않고 두 세 발 떨어진 상태에서 공간을 열어주고 안혜지의 돌파와 안쪽으로 찔러주는 패스에 대비하는 수비를 펼쳤다. 만약 BNK가 우리은행의 박혜진에게 그런 수비를 했다면 많은 오픈 3점 기회를 허용했겠지만 안혜지는 좀처럼 자신 있게 외곽슛을 던지지 못했다.

사실 슛은 재능보다는 노력의 영역이라고 하지만 불리한 신체조건으로도 리그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성장한 안혜지는 결코 노력이 부족한 선수가 아니다. 하지만 당장 안혜지가 부족한 외곽슛 성공률을 끌어 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안혜지가 3차전에서 외곽슛을 봉인해 버리면 BNK의 승산은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좀처럼 터지지 않는 안혜지의 외곽슛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3차전을 앞둔 박정은 감독의 큰 고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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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신한은행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BNK 썸 안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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