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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녘의 보리밭, 밀양향교의 매화꽃과 목련화는 어느덧 곱게 피어 경남 밀양으로 가는 길은 봄의 향기로 가득했다. 밀양아리랑 아트센터에도 봄의 전령들이 여기저기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때마침 아트센터 전시관에서는 오는 19일까지 2023년 밀양 방문의 해를 맞아 '밀양아리랑 빛으로 스며들다' 주제로 황무 손병효 사진 작품전이 열린다.

손 작가는 지난 30여 년간의 작품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사진작품 세계를 구축하며 밀양의 애향심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작품을 담아냈다. '밀양아리랑 빛으로 스며들다'는 문구는 밀양아리랑을 빛의 예술로 담아내고자 하는 손 작가의 고집스러운 예술관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직접 필름사진으로 설명해 주는 손병효 작가
 직접 필름사진으로 설명해 주는 손병효 작가
ⓒ 강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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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빛의 예술'이라고 합니다. 좋은 빛을 마주하기 위해 거친 새벽바람을 마시기도 하고, 때로는 모진 비를 맞는 것이 일상화되기도 했습니다. 30kg 무게의 사진장비를 짊어지고 시시각각 변하는 빛을 관찰하면서 혼이 담긴 한 장의 사진을 담기 위해 밀양의 어느 곳이든 즐거운 마음으로 달려갔습니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밀양다운 순간을 사진에 온전하게 담아낸 손 작가의 사진작품들이 있다. 밀양의 사계절을 한눈에 볼 기회를 엿볼 수 있었다. 다양한 아날로그 방식의 카메라로 담긴 밀양의 사계는 한 편 한 편 볼 때마다 순간을 담아내고자 하는 열정과 시선이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상주하는 날에 그는 작품 세계를 안내하는 도슨트 역할도 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작업은 필히 자신과의 싸움일 것이다. 손 작가의 경륜과 삶이 고스란히 사진 속에 드러난 그의 작품에서 탄성이 절로 나오는 것은 땀과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오천평반석은 물에 비친 오색찬란한 가을빛의 반영이 단연 압권이다. 적조암의 작품은 구름이 바다처럼 깔려있는 가을 운해를 몽환적 느낌으로 사진에 담겼다.

2022년 10월에 찍은 '사자평 억새'는 한 폭의 수묵화로 담아내 듯 은빛으로 일렁거리는 억새가 예술이다. 절묘한 순간을 담아내기 위해 고요한 기다림의 미학 속에 자신을 맡기는 시간만큼 작품은 온전히 빛을 발한다. '파크골프'는 남천강변을 배경으로 골프대회가 열리는 날 순간을 담았다. '종남산 춘설'은 손 작가가 자랑할 만한 작품으로 에필로그가 관건이다.
 
종남산 춘설을 담아내다
 종남산 춘설을 담아내다
ⓒ 강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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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7일 새벽 종남산 정상에 올라 카메라 세팅을 하고 일출 시간인 이날 오전 7시 47분경 이 장면을 카메라 앵글에 담는 데 성공했어요. 연분홍 진달래 군무 위로 춘설이 살포시 내려앉은 종남산 일대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출해 대자연의 신비로움에 절로 감탄이 날 정도로 황홀했습니다."

부드러운 선율의 연꽃 작품은 인간의 생로병사(生老病死)로 표현됐다. '층층폭포 가을'은 역동적이다. '삼랑진 소나무'는 겹겹이 쌓인 흔적이 세월의 무상함마저 느꼈다.

밀양 8경의 아름다운 사계를 살아 숨 쉬는 듯 아날로그 카메라로 담아낸 손병효 작가의 애틋함이 묻어났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밀양아리랑이 빛으로 물든 사진을 감상하며 느끼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생로병사로 표현된 연꽃의 향연
 생로병사로 표현된 연꽃의 향연
ⓒ 강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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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네이버 블로그, 브런치(https://brunch.co.kr/@ksd7302/167)에도 실립니다.


태그:#밀양아리랑, #손병효사진작품전, #밀양8경,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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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학교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사서입니다. 학교도서관에서 일어나는 아이와의 공감시간을 좋아합니다. 도서관이 가진 다양한 이야기를 알리고자 가끔 글로 표현합니다. 때론 삶의 이야기를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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