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을 확정한 대표팀이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WBC 야구대표팀은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서 귀국했다. '해외파'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소속팀 합류를 위해 미국으로 향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입국장에 야구팬들이 하나 둘 모였다. 그리고 오후 5시 25분경부터 짐을 챙긴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광현(SSG 랜더스)을 시작으로 정철원(두산 베어스),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김원중(롯데 자이언츠) 등이 차례로 나왔다. 팬 서비스 요청에 응한 선수도 있었지만, 대부분 빠르게 공항을 빠져나갔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대표팀 이강철 감독이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대표팀 이강철 감독이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 유준상

 
고개 숙인 사령탑, 투수 운용 지적에 대해선 '반박'

KBO 지원인력, 이강철 감독 등 코칭스태프도 입국장으로 나왔다. 카메라 앞에 선 이 감독은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없다. 그냥 아무 생각이 안 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같이 있는 동안 선수들은 준비를 잘했고, 몸을 빨리 만들기 위해 역대급으로 연습을 많이 했다. 결과가 이렇게 나왔지만, 선수들은 정말 잘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는 조금 비판을 자제해주셨으면 고맙겠다. 제게 다 비판을 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은 앞으로 또 야구를 해야 한다. 올가을 아시안게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도 있기 때문에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으면 한다. 제가 다 부족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했다.

대표팀 전임감독제에 대한 질문에는 "그것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사실 선수들 너무 잘했는데,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소)형준이나 (이)의리 같이 젊은 선수들이 자신의 볼을 던졌어도 충분히 좋은 결과가 나왔을텐데, 저도 아쉽지만 그 선수들도 엄청 아쉬울 것이다. (그 선수들이) 경험을 쌓았으니까 좀 더 성장해서 향후 국제대회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다만 몇몇 투수에게 가중된 부담, 일부 구단의 선수 투입 시기 요청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강철 감독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시리즈를 할 때 투수를 몇 명 쓰는지 알아보고 할 말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투수들의 혹사 논란에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번 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정철원, 김원중이 평가전 포함 5경기에 등판한 반면 중용되지 않은 투수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이 감독의 투수기용에 많은 비판이 쏟아졌는데, 경기의 성격은 조금 달라도 컨디션이 좋은 투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이 감독의 생각이었다. 한국시리즈라는 단어를 꺼낸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팬들이 듣고 싶었던 명쾌한 답변은 아니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대표팀 투수 정철원이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대표팀 투수 정철원이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 유준상

 
고함, 욕설 없었으나 무기력한 귀국길... 이제는 시즌 준비

고함을 치거나 욕설을 내뱉는 등 선수들의 귀국길을 방해하는 팬은 없었다. 공항에 직접 나온 팬들은 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요청하는 등 차분하게 선수들을 맞이했다. 멀찍이서 선수들이 들어오는 모습만 지켜본 팬도 있었다.

별도의 귀국 행사 없이 뿔뿔이 흩어진 선수들은 이제 자신의 소속팀으로 돌아가 정규시즌 개막을 준비한다. 시범경기를 위해 곧장 선수단에 합류하는 선수도 있는 반면 휴식을 취하는 선수도 있다. 각 팀은 컨디션에 따라서 대표팀에 차출됐던 선수들의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전 대회서 'WBC 후유증'을 겪은 선수 또는 팀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대회에 나갔던 선수들이 시즌 초반 순위 경쟁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13일부터 시작된 2023 KBO리그 시범경기는 오는 28일까지 진행되며, 정규시즌은 다음 달 1일에 개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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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BO리그 WBC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이강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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