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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관로 정비 공사로 악취와 오염 범벅 상황의 작은 생태연못에 있는 부산 온천천 두꺼비 모습.
▲ "부산 도심 하천에 두꺼비가 산다고?" 오수관로 정비 공사로 악취와 오염 범벅 상황의 작은 생태연못에 있는 부산 온천천 두꺼비 모습.
ⓒ 온천천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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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온천천 생태 환경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두꺼비의 수난사가 계속되고 있다. 온천천 오수관로 정비사업 공사로 오염된 생태연못 중 한 곳에 성체 두꺼비들이 모여들면서다. 기름 범벅에 악취가 진동하는 연못에서 두꺼비들이 산란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빚어졌지만, 공사의 시행청인 부산시는 이런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도시와 공존 양서류, 동면 끝내고 산란 나섰지만...

이달 초부터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동면에서 깨어난 부산 온천천 두꺼비들이 산란지를 찾고 있다. 암수 두꺼비가 연못에서 마주한 건 최악의 환경이다. 알을 낳았던 연못의 모습이 과거와 딴판이기 때문이다.

온천천 수영처리구역 오수관로 사업이 진행되면서 주변은 공사판으로, 연못은 시꺼먼 물로 변했다. 부산시 건설본부가 시행청인 이 공사는 온천천변 아래에 묻힌 오수의 관로를 정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본격화했다. 현재 총공기 중에서 진행률이 70%를 넘어섰다.
         
문제는 공사 구간에 두 곳의 생태연못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작은 연못이 직접적 피해를 받고 있다. 현장을 가보면 연못의 상태를 쉽게 알 수 있다. 공사의 영향으로 기름띠가 둥둥 떠다니고, 수질이 악화하면서 양서류가 산란할 수 없는 환경이다. 

그런데도 평소 화단 등 온천천 곳곳에서 숨어 지내던 두꺼비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이곳을 방문했다. 온천천에서 번식할 유일한 장소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환경단체인 온천천네트워크의 관찰일지를 보면 두꺼비는 지난 3일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야행성인 두꺼비는 밤이 돼야 활발히 움직인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두꺼비들은 번식을 시도하는 중이다. 심각한 연못 오염에도 다른 곳으로 이동할 방도가 없다. 위쪽으로 700여 미터 떨어진 큰 생태연못으로 가는 길목은 공사로 통제돼 있다. 큰 연못은 작은 연못과 비교하면 그나마 수질이 나은 편이다.
 
지난 6일 생물다양성을 상징하는 부산 온천천 두꺼비의 산란지인 작은 생태연못이 오수관로 공사로 오염돼 있다.
▲ "부산 도심 하천에 두꺼비가 산다고?" 지난 6일 생물다양성을 상징하는 부산 온천천 두꺼비의 산란지인 작은 생태연못이 오수관로 공사로 오염돼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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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부산 온천천 생태연못에서 포접에 들어간 성체 두꺼비 모습(큰 두꺼비가 암컷, 작은 두꺼비는 수컷)
▲ "부산 도심 하천에 두꺼비가 산다고?" 지난 6일 부산 온천천 생태연못에서 포접에 들어간 성체 두꺼비 모습(큰 두꺼비가 암컷, 작은 두꺼비는 수컷)
ⓒ 온천천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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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 대비와 대책은 찾기가 어려웠다. 시공사는 생태연못 훼손을 알면서도 작업 후 복구를 강조했다. 당장 공사가 불가피해 바로 해결은 어렵단 입장이다. 그러면서 두꺼비 산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A건설의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의 관련 질의에 "공사가 마무리 단계여서 (향후) 재작업을 해서 원상복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사를 발주한 부산시는 두꺼비 산란 여부와 연못 오염 문제를 전혀 몰랐단 태도다. 관련 보고 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 건설본부 관계자는 "현장이나 온천천관리사무소 등을 통해서도 그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라며 "산란지역에 대한 말이 있었다면 작업에 주의를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염 문제와 두꺼비 상황을 설명하자 그제야 "파악을 한번 해보겠다"라고 답변했다.

생태연못을 관리하는 연제구 온천천관리사무소도 "공사업체, 부산시와 이야기를 한 뒤에 대응을 하겠다"라고 밝혔다. 사전에 연못 오염을 막지 못한 데 대해선 공사업체 관리 권한이 구청에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 "이미 공론화된 곳인데, 산란지 오염 말이 되나"

하지만 산란 등 시간이 촉박하다고 본 환경단체는 즉각적인 조처가 필요하다고 보고 두꺼비 이사 작전에 나섰다. 온천천네트워크, 생명그물 활동가들은 6일 밤 작은연못에서 암컷 5마리, 수컷 12마리 등 모두 17마리의 두꺼비 성체를 확인해 큰 연못으로 옮겼다.

두꺼비 이동에 함께한 최대현 부산환경회의 대표는 "이렇게 많은 두꺼비가 온천천의 한 공간에서 확인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온천천 두꺼비가 공론화된 지 한두 해의 일이 아닌데 번식시기를 모르거나 산란지를 오염시킨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며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을 상징하는 고마운 존재인 만큼 말로만 그린도시를 말할 게 아니라 지자체가 적극 보호에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부산의 온천천 하류에 있는 환경지표종인 두꺼비는 기후변화와 도심하천에 다양한 생물이 산다는 것을 엿보여 주는 단면이다. 대도시에서 보기 힘든 두꺼비가 해마다 하천의 연못에서 알을 낳고, 대이동하는 모습은 그 자체가 장관이다. 그러나 산란지·서식지 조사와 보전, 로드킬을 막으려는 노력은 아직 미흡하다.

이런 지적에 부산시는 최근 온천천을 대표하는 생물 중 하나인 두꺼비 생존의 중요성을 알리는 안내판까지 세웠지만, 올해도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  
 
지난 2월 13일 부산 온천천 두꺼비의 산란지인 작은 생태연못에서 진행되고 있는 오수관로 정비공사.
▲ "부산 도심 하천에 두꺼비가 산다고?" 지난 2월 13일 부산 온천천 두꺼비의 산란지인 작은 생태연못에서 진행되고 있는 오수관로 정비공사.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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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도심 하천의 건강성을 상징하는 온천천 두꺼비에 대한 대책도 없이 공사가 진행되면서 산란지인 연못이 오염되자 온천천네크워크, 생명그물 활동가들이 6일 밤 두꺼비를 찾아 큰 연못으로 옮기고 있다. 확인된 성체 두꺼비만 17마리에 이른다.
▲ "부산 도심 하천에 두꺼비가 산다고?" 부산 도심 하천의 건강성을 상징하는 온천천 두꺼비에 대한 대책도 없이 공사가 진행되면서 산란지인 연못이 오염되자 온천천네크워크, 생명그물 활동가들이 6일 밤 두꺼비를 찾아 큰 연못으로 옮기고 있다. 확인된 성체 두꺼비만 17마리에 이른다.
ⓒ 온천천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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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천천을 대표하는 생물 중 하나로 두꺼비를 강조하고 있는 부산시의 안내판.
▲ "부산 도심 하천에 두꺼비가 산다고?" 최근 온천천을 대표하는 생물 중 하나로 두꺼비를 강조하고 있는 부산시의 안내판.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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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온천천 두꺼비, #양서류, #산란, #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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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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