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엘튼 존 : 페어웰 프롬 다저 스타디움'

디즈니+ '엘튼 존 : 페어웰 프롬 다저 스타디움' ⓒ 디즈니플러스

 
OTT 서비스의 장점 중 하나는 국내외 유명 음악인들의 공연 실황, 다큐멘터리를 자주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엔 DVD, 블루레이 디스크 등을 직접 구매를 하는 것 말고는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영상물을 감상하는 경로가 극히 제한적이었다. 이제는 각 OTT 서비스에서 인기 가수의 콘서트 영화, 창작의 뒷편에 숨겨진 이야기를 손쉽게 만나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디즈니+, 티빙(파라마운트+), 애플TV+ 등은 제각각 개성 넘치는 작품들을 선보이면서 음악팬들도 OTT 시장으로 흡수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달 디즈니+를 통해 전 세계 동시 서비스가 이뤄진 <엘튼 존 라이브 : 페어웰 프롬 다저 스타디움> 역시 마찬가지다.

엘튼 존은 설명이 필요 없는 영국 출신의 슈퍼스타다.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잠깐의 휴식기 없이 음반을 내놓으면서 전 세계 음악팬들을 열광시킨 인물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순회 공연이 중단되었던 지난 2021년 두아 리파,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후배 가수들과의 협연 음반 < The Lockdown Session >를 내놓으면서 2곡의 Top 10 히트곡을 배출해 1997년 'Candle in The Wind 1997'(1위) 이후 무려 24년 만에 빌보드 Hot 100 차트 10위권에 진입하는 저력을 과시한 바 있다. 칠순을 훌쩍 넘긴 그이지만 아직도 녹슬지 않은 창작력을 보여준 것이다.  

6년째 진행중인 은퇴 순회 공연
 
 디즈니+ '엘튼 존 : 페어웰 프롬 다저 스타디움'

디즈니+ '엘튼 존 : 페어웰 프롬 다저 스타디움' ⓒ 디즈니플러스

 
이번에 공개된 <페어웰 프롬 다저 스타디움>은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엘튼 존의 고별 공연 투어의 일환으로 진행된 LA 다저 스타디움 콘서트를 담고 있다. 지난해 11월 21일(한국시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생중계된 바 있었지만 이를 미처 챙겨보지 못한 팬들을 위해 친절한 자막 삽입과 더불어 정식 소개가 이뤄졌다.  

그가 무대에 오른 다저 스타디움은 야구팬들에겐 무척 친숙한 경기장이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홈구장으로 박찬호, 류현진 등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영광이 담긴 장소로 유명하다. 또한 엘튼 존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 공연장이기도 하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1970년대부터 꾸준히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음악계 전설로 군림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줬다. 영화 <로켓맨> 속에서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던 역사적인 명소에서 화려한 금빛으로 물들인 의상을 차려 입은 엘튼 존은 3일간 무려 14만 명 이상의 관객들과 호흡하는 경이적인 행사를 마련했다.

노익장 과시한 전설의 명연주
 
 디즈니+ '엘튼 존 : 페어웰 프롬 다저 스타디움'

디즈니+ '엘튼 존 : 페어웰 프롬 다저 스타디움' ⓒ 디즈니플러스

 
워낙 히트곡이 빼곡히 쌓여 있는 엘튼 존이었지만 이번 투어에선 은퇴를 앞두고 진행된다는 점에서 대부분 영광의 시대였던 1970년대 명곡들로 세트 리스트를 채웠다. 앙코르를 제외한 본 무대에서 1980년대 발표곡은 'I Guess That's Why They Call It the Blues', 'I'm Still Standing' 단 2곡 뿐이었다. 1980~1990년대 이후 명곡들이 없다는 점이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오히려 국내 올드팬들의 입장에선 반가움이 앞설 수 있는 선곡이기도 했다.

'Bennie and The Jets'와 'Philadelpia Freedom' 등 빌보드 1위에 빛나는 인기곡으로 공연의 문을 연 그는 늘 그랬듯이 반짝반짝 빛나는 모자와 의상을 차려 입고 혼신의 힘으로 피아노 연주에 곁들인 허스키 목소리를 들려준다. 성대 수술, 노령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곡들을 원래 Key에 맞춰 소화할 만큼 건강한 목소리로 콘서트를 이끌어 나간다.  

후반부 들어선 브랜다 칼라일, 키키 디 등 자신과 호흡을 맞췄던 여성 뮤지션들과의 듀엣 무대로 풍성함을 더했다. 마치 건반을 부술듯이 내려치는 초고속 스피드 피아노 연주가 가미된 곡들을 대거 막판에 배치할 만큼 엘튼 존은 청년 시절의 기량을 40~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고스란히 유지해 놀라움을 안겨줬다.  

자신의 영원한 창작 파트너인 작사가 버니 토핀을 무대 위로 불러 포옹하면서 고마움을 표시한 그는 최신 인기곡인 'Cold Heart'를 팝스타 두아 리파와의 컬래버로 소화하며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에 화답했다. 그리고 발라드 명곡 'Your Song', 'Goodbye Yellow Brick Road'를 열창한 후 엘튼 존은 노란색 벽돌길이 그려진 무대 뒷편 일러스트 속으로 들어가면서 공연을 마무리 짓는다.

아직 작별할 시간은 아니기에…
 
 디즈니+ '엘튼 존 : 페어웰 프롬 다저 스타디움'

디즈니+ '엘튼 존 : 페어웰 프롬 다저 스타디움' ⓒ 디즈니플러스

 
지난 2018년부터 진행중인 그의 고별 순회 공연은 코로나로 2년 중단되긴 했지만 지난해 재개되면서 여전히 팬들을 공연장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역대 최다 매출(총 8억달러 돌파)을 달성한 투어로 기네스북에 등재될 만큼 50년 경력의 베테랑 싱어송라이터는 아직도 경이적인 성과를 거두며 세계 각국의 팬들을 만나고 있다. 

자신와 오랜 기간 호흡을 맞췄던 데이비 존스턴(기타), 나이젤 올슨(드럼), 레이 쿠퍼(퍼커션) 등 백업 밴드 멤버들도 깊게 파인 주름살을 지닐 만큼 나이가 먹었지만 그 시절 그대로의 소리로 깊은 울림을 전달해준다.  

돌이켜보면 엘튼 존의 음악이 세계인의 귓가에서 사라진 적이 없었을 만큼 그는 꾸준히 신작들을 발표하면서 스스로를 전설로 만들었다. 무려 25년 연속 빌보드 40위 이내 인기곡을 탄생(1971~1995년)시킨 전무후무한 아티스트이면서 지금도 각국 차트를 석권하는 저력 역시 이와 같은 왕성한 창작력에 기인한다. 

은퇴 혹은 고별 인사라는 말이 아직은 어색한 엘튼 존의 다저스타디움 콘서트는 그래서 더욱 팬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겨준다. 나이를 감안하면 오는 7월 스웨덴 스톡홀롬 공연 이후 대규모 순회 투어를 진행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이지만 종종 은퇴 의사를 내비쳤다가도 이내 돌아왔던 그의 과거를 기억해본다면 또 한 번 번복해주길 바라는 작은 소망도 가져본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OTT 디즈니플러스 엘튼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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