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의 최고참은 1986년생 박병호(kt)와 이지영(키움)이다. 과거 대표팀을 이끌었던 1982년생 황금세대 이대호, 김태균(이하 은퇴), 오승환(삼성) 등의 바로 다음 세대에 해당한다. 성인 대표팀에 처음으로 발탁된 '늦깎이' 이지영은 양의지(두산)의 백업 포수 역할이 예상된다. 따라서 4번 타자를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박병호의 활약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박병호는 2022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처음 취득해 3년 총액 30억 원에 kt 위즈로 이적했다. 박병호가 원소속팀 키움 히어로즈를 떠날 것이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기에 당시 kt 이적은 큰 화제가 되었다. 

FA 시장이 개장되자 키움은 뜻밖에 박병호와의 FA 잔류 계약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2021년 박병호는 타율 0.227 20홈런 76타점 OPS(출루율 + 장타율) 0.753으로 부진했다. 최대 장점인 홈런이 2012년 이후 KBO리그에서 가장 적었다. 만 35세 시즌을 치른 박병호가 '에이징 커브'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 kt 박병호 최근 5시즌 주요 기록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를 나타내는 WAR(케이비리포트 기준)은 0.55로 음수를 간신히 모면한 수준이었다. 키움이 프랜차이즈 스타와 마찬가지였던 박병호와의 FA 잔류 계약에 나서지 않은 이유가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었다. 타 구단과 달리 모기업이 없으며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운영하는 키움다운 냉정한 판단이라는 의미였다. 오히려 30억 원의 FA 계약을 체결한 kt가 박병호에게 후했다는 시선마저 있었다.

kt의 유니폼을 입은 박병호는 2022년 타율 0.275 35홈런 98타점 OPS 0.908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30홈런 고지를 넘어서며 홈런왕 타이틀과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WAR은 3.67로 팀 내 야수 중 1위였다. 2020년 구단 역사상 첫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kt는 투타에 걸쳐 부상자 속출해 4위로 내려앉았다. 팀 타선을 이끈 박병호를 영입하지 않았다면 kt는 가을야구조차 어려울 수 있었다.

사실 박병호의 WBC 대표팀 참가가 가능할 것인지 의문시하는 시각도 있었다. 지난해 9월 10일 고척 키움전에서 경기 도중 주루를 하다 오른쪽 발목을 다친 뒤 시즌 종료 후 수술 없이 재활에 임했다. KBO리그 정규 시즌 개막보다 한 달 앞서 펼쳐지는 WBC에 출전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웠다. 다행히 박병호는 대표팀에 발탁되어 연습경기에서 홈런을 기록해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WBC 대표팀 엔트리에는 메이저리거인 전문 1루수 최지만(피츠버그)이 포함되었으나 수술 여파로 인해 하차했다. 대표팀의 전문 1루수는 박병호와 강백호(kt)만이 남았는데 강백호의 1루수 수비는 안정감이 다소 떨어져 박병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국제 대회는 낯선 투수들을 줄줄이 상대해 연속 안타와 다득점이 나오기 어렵다. 박병호의 홈런이 터진다면 한국은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 홈런포가 동료들은 물론 상대 팀에 미치는 심리적 효과도 매우 크다.

박병호는 도쿄돔에서 펼쳐진 2015 프리미어12 결승 미국전에서 홈런포를 폭발시켜 대표팀의 우승을 견인한 바 있다. 도쿄돔에서 펼쳐지는 WBC 1라운드에서 박병호가 한국 야구의 명예회복에 앞장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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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KBReport.com), KBO기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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