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미네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관련 이미지.

애미네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관련 이미지. ⓒ 미디어캐슬


 
<너의 이름은.>으로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중 역대 최다 관객수를 기록했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신작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오는 3월 8일 개봉에 앞서 지난 24일 국내 언론에 선 공개된 <스즈메의 문단속>은 보다 직접적이었고, 과감했다.
 
작품은 일찌감치 부모를 여의고 이모와 함께 살아가던 평범한 소녀 스즈메(하라 나노카)가 우연히 일본 전역의 재난을 막는 문지기 역할을 하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버려진 마을이나 폐허가 된 공간에서 튀어나오곤 하는 재난의 정령을 막기 위해 일본 전역을 돌던 한 소년 소타(마츠무라 호쿠토)가 저주에 걸려 의자로 변하게 되자, 그의 임무를 스즈메가 수행하게 되는 식이다.
 
설정상 로드무비의 성격을 띠고 있다. 부모의 사랑으로부터 격리된 소녀, 특별한 비밀을 간직한 소년이 함께 일본 곳곳을 가로지른다. 여기에 소년을 의자로 만들어 버린 문지기 다이조가 고양이의 모습으로 현신해 스즈메 일행을 방해한다.
 
단순히 폐허가 된 공간을 찾아가 열린 문을 닫으면 되는 임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저주에 영원히 갇히게 되는 소타, 스즈메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 이모 타마키(후카츠 에리)가 여정에서 크고 작은 자극점으로 작용한다. 대지진을 막아야만 하는 스즈메가 희미해진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복기하는 과정도 사건의 중요한 동기로 작용한다.
 
스즈메와 소타를 제외한 여타 캐릭터들에게 조력자와 방해꾼의 역할을 동시에 부여한 게 흥미로운 지점이다. 작품 중후반부에 다이조가 왜 그렇게 스즈메를 따라다니며 뒷문을 열고 다녔는지 이유가 밝혀지고, 가출한 스즈메를 데려오려던 이모가 여정에 합류하기 시작하며 영화의 메시지나 정서적 감흥이 극에 달하게 된다.

직접적으로 참사에 직면하다
 
 애미네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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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미네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관련 이미지.

애미네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관련 이미지. ⓒ 미디어캐슬


  
<너의 이름은.>(2016)으로 일본 대지진의 비극, 그로부터 고통받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위로를 간접적으로 그렸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이번엔 더욱 직접적으로 해당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스즈메의 일기장에 명시된 3월 11일은 실제로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날이다. 전작 발표 직후 국내 취재진과 간담회에서 "자연재해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너의 이름은.>은 소년과 소녀가 만나는 이야기"라며 "한국과 일본에서 많은 관객이 작품을 봐주신 건 세월호 참사나 지진, 자연재해 등 참사의 기억이 우리에게 남아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라고 조심스럽게 생각을 전한 그다.
 
그 말을 복기하면 <스즈메의 문단속>에 묘사된 사건과 캐릭터가 더욱 분명하게 와닿는다. 재난으로 폐허가 된 마을, 그곳에서 튀어나오곤 하는 재난 정령, 그리고 이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10대 소녀 일행과 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까지. 이 구도는 사실 <날씨의 아이>나 <너의 이름은.> 등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의 대부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요소였다.
 
애써 에두르지 않고 직접적으로 참사를 직면한 감독은 그간 어떤 심경 변화가 있었을까. <스즈메의 문단속>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후 21년 만에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는 사실도 이 작품의 시의성과 범 국가성을 방증할 것이다. 최근 발생한 튀르키예의 대지진 또한 숱한 이재민을 낳았다.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재난 앞에 무기력해지고 슬퍼하기만 할 것인가. 감독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품을 통해 보다 확실한 위로와 연대의 손길을 뻗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줄평: 한 발 더 나아간 감독의 위로
평점: ★★★★(4/5)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관련 정보

제목: 스즈메의 문단속
원작, 각본, 감독: 신카이 마코토
캐릭터 디자인: 타나카 마사요시
작화감독: 츠치야 켄이치
미술감독: 탄지 타쿠미
제작: 코믹스 웨이브 필름
수입: ㈜미디어캐슬
공동제공: ㈜로커스
배급: ㈜쇼박스
국내개봉: 2023년 3월 8일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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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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