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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대로 입구에서 하고 있는 1인시위.
 창원대로 입구에서 하고 있는 1인시위.
ⓒ 김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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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장 내려와"라는 펼침막을 들고 거리에서 80일째 평일 아침마다 1인시위를 하는 시민이 있다.

경남 창원역 옆 창원대로 입구 쪽에 있는 교통섬에서 월요일~금요일 오전 7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벌어지는 1인시위다.

지난해 말에 시작해 이날(24일)까지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시민은 김의곤(60)씨다. 그는 "민생 파탄·외교 참사·전쟁 불안·깡패 정치 윤석열, 당장 내려와"라는 펼침막과 "50억 클럽과 김건희는 왜 수사 안 해?"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잘못에 대해 시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1인시위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일주일가량 창원 정우상가 앞쪽에서 하다가 이곳으로 옮겨 계속하고 있다.

김의곤씨에 따르면, 80일째가 되던 이날 아침에 그의 후배가 응원하러 왔다. 후배는 따뜻한 보리차를 싸 들고 와서 김씨를 대신해 30여 분간 1인시위를 대신했다. 김의곤씨는 "응원 나온 후배가 너무나 고맙고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페이스북)를 하지 않는 그는 매일 1인시위를 하며 일어났던 일과 느낀 점에 번호를 붙여 '출시(출근시위)'라는 제목으로 시를 써 주변 사람들에게 카카오톡으로 알리고 있다.

이날 아침에는 '출시 80'이란 글을 공유했다. 하루 전날 국가정보원이 민주노총 경남본부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벌인 압수수색 상황을 떠올리는 글이었다.

김씨는 글에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갈구했다고 분단을 넘기 위해 통일을 노래했다고. 자본의 횡포에 맞서 노동의 가치를 옹호했다고 부조리에 짓밟히고 외면당하는 인권을 위해 싸웠다고. 뒤틀린 세상 바로 펴기 위해 진보의 깃발을 들었다고 공정과 상식을 파괴하는 부당한 권력에 저항했다고. 하루아침에 이웃들 눈앞에서 낙인을 찍어 조리돌림하고 법이 정한 존엄과 권리까지 무자비하게 도륙하는 야만"이라고 적었다.

이어 "그 야만이 내 이웃을 할퀴고 급기야 우리들 코앞에서 일상을 위협하며 겁박하는 나치 파시스트의 나라. 더 이상 외면하지 마라. 더 이상 무심하지 마라. 이미 '아이히만의 학살'은 어느새 목전에 와 있다"라고 주장했다.
 
김의곤씨가 창원대로 입구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김의곤씨가 창원대로 입구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김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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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이곳에서 1인시위 하는 동안 지나가는 시민들의 반응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의하던 시민이 나중에는 태도가 달라지더라는 것.

그는 "창원대로 입구에서 1인시위를 시작했을 때 오전 7시 50분경 북면 방향으로 좌회전하는 트럭 운전자가 추운 날씨인데도 창문을 열어 '에이~ 미친 X아'라고 했다. 둘째 날도 그렇게 하고는 가버렸다"고 회상했다.

당시 상황은 그가 쓴 '출시 65'에 잘 나타나 있다. 김씨는 셋째 날 똑같이 대응하려 했으나 손을 들어 '좋은 하루'라고 싱그럽게 외쳤다. 그는 "생략된 '되세요'는 소심한 자존심이다"라고 썼다.

그는 "똑같은 하루가 더 가고 그 이후로 (트럭 운전사는) 쭉 무심하게 지나갔다. 혹여 눈이라도 마주치는 날엔 속으로 서로를 멸시했을까"라며 "그랬던 그가 오늘 아침 멋쩍게 손 들어 보이며 눈을 맞춘다. 기다리는 봄만큼이나 기분 좋은 변화다. 그것이 값싼 연민이든 새털 같은 유대이든 날개짓임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김의곤씨는 "봄은 올 것이다. 내가 맞을 봄의 환희가 그에게도 닿아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봄날의 기쁨을 누리길 기도한다"고 희망했다.

그는"당초 계획은 100일 동안 한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3월 봄에 마무리될 것 같다"고 했다.  

김의곤씨는 지난해 10·29 이태원 압사 참사가 벌어진 뒤 시 '미안하다, 용서하지 말라'를 써 누리꾼들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배우 정우성씨가 이 시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려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김의곤씨가 쓴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 <미안하다, 용서하지 마라>.
 김의곤씨가 쓴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 <미안하다, 용서하지 마라>.
ⓒ 김혜리/김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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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윤석열, #1인시위, #김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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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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