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지난 16일 검찰이 배임 혐의 등을 적용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은 총 173페이지에 이른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 구속영장 후반부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에 이르면 서술 방식이 앞서와 달리 경어체(존댓말)로 바뀐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2페이지 ∼ 154페이지 : 하였다, 있었다, 받았다, 되었다, 저질렀다 등.
154페이지 ∼ 173페이지 : 하였습니다, 있습니다, 인정됩니다 등.
* 1페이지 = 서울중앙지법 발송 공문


이에 대해 <오마이뉴스>와 통화한 변호사들은 "흔치 않은 경우"라는 반응을 보였다. 

경어체로 변경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김건희 여사-<서울의소리>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서울의소리> 측 소송대리를 맡은 류재율 변호사 2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양도 많고 경어체까지 덧붙인 구속영장 청구서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구속영장은 말 그대로 핵심만 담아서 구속돼야 하는 사유를 정리하는 거다. 이번 구속영장은 말이 안 될 정도로 여러 내용이 구구절절하게 혼재돼 있다. 구속영장은 딱 부러지는 한 가지만 있어도 된다. 그런 게 없으니 앞선 150페이지 이상을 장황하게 설명만 하다 갑자기 후반부 20페이지를 경어체까지 써가며 요약정리 형태로 덧붙인 거다. "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진행자이자 법무법인 민본 소속 신장식 변호사도 21일 <오마이뉴스>에 "일반적으로 법률문서에서, 구속영장에서 평어체를 사용하다가 갑자기 경어체로 바뀌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경우"라면서 "구속영장청구서의 핵심은 (경어체로 쓴)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다. 154쪽 이전 내용은 사족"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구구하고 긴 범죄에 대한 서술을 통해 판사에게는 선입견을, 언론에게는 기사거리를,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에게는 자신들의 노고를 보여주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시정농단, 내로남불, 아시타비 적시
 
지난 2월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 국기 게양대에 태극기와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지난 2월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 국기 게양대에 태극기와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검찰은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에 "이 대표가 자신의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마치 자신은 정치보복의 피해자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라고 적은 뒤 20페이지에 걸쳐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왜 발부돼야 하는지를 하나하나 따져가며 기술했다.

"녹음 파일, 성남시 등의 각종 지시·보고문건, 이메일 등 객관적 증거들과 그에 부합하는 사건관계인들의 일관되고 일치된 각 진술 등에 의할 때, 피의자에게는 본건 범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피의자는 개전의 정을 보이기는커녕 자신이 직접 보고받고, 승인하고, 결정한 행위에 대하여 구체적 진술을 회피하면서 이 사건을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처벌을 피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며 피의자 스스로 또는 측근들을 통해 인적, 물적증거를 인멸하였거나 향후 계속하여 이를 인멸할 우려가 현저합니다."


특히 검찰은 범죄의 중대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이들 사건을 "지방자치 권력을 사유화한 '시정농단'"으로 규정했다. 성남FC 후원 의혹 사건을 두고서는 "인·허가 장사", 대장동 사건에 대해서는 "내로남불, 아시타비(我是他非, 나는 옳고 타인은 틀렸다는 뜻의 신조어)의 전형"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표현들은 앞서 신 변호사가 말한 대로 일부 언론에게는 좋은 기사거리가 됐다.

<조선일보>는 2월 17일자 <검찰, 이재명 시정농단·인허가권 흥정... 영장에 '아시타비' 표현도>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민간 업자의 이익을 위해 자치 권한을 남용했다며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 농단'에 빗댄 것"이라고 평가했고, <중앙일보>도 <이재명 시정농단... 인허가 장사, 징역 11년 넘을 것>이란 제목의 같은 날짜 기사에서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사건을 지방자치 권력을 사유화한 '시정농단' 사건이자 내로남불, 아시타비의 전형이라고 규정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양태정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검찰 입장에서 이번 사건이 아무리 크다고 할지라도 시정농단, 내로남불, 아시타비 같은 감정적인 표현을 구속영장에 이렇게 담아내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라면서 "이러한 표현들 자체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표현을 통해 피의자를 모욕하고 인신공격을 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23일 검찰 관계자는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에 경어체를 사용한 것에 대해 "증거인멸, 도주우려 등에 대한 판단과 평가를 기재한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 "대장동 사업은 가장 중요한 공약 사항이었고 이재명 대표가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최종 의사 결정권자였다. 자신의 측근인 유동규, 정진상, 김용을 내세워 사업을 진행했고 어려움이 있다보니 민간업체와 유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법무부는 21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현직 국회의원을 회기 중에 체포하려면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돼야 한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오는 27일 표결이 진행될 예정이다.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이상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가결된다.
 
21일 오전 국회 의안과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요청서가 접수되고 있다.
▲ 이재명 체포동의 요청서 21일 오전 국회 의안과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요청서가 접수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관련사진보기

 

태그:#이재명, #구속영장, #존댓말, #검찰
댓글3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