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로서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좌절할 법도 했지만 '투수 전향'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새로운 변신에 나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제는 선발진 진입까지도 바라보는, 나균안(롯데 자이언츠)의 이야기다.

2020년 투수 전향 이후 이듬해 '투수'로 1군에 콜업,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해 성적은 23경기 46⅓이닝 1승 2패 1홀드 1세이브로 주로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시즌이 다 끝나기도 전에 2군으로 내려간 나균안은 일찌감치 다음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2022년의 나균안은 '기대 이상'이었다. 39경기(선발 13경기)에 등판해 117⅔이닝 3승 8패 2홀드 평균자책점 3.98을 기록했다. 특히 123개의 탈삼진으로 이닝당 1개 이상의 삼진을 솎아낸 점도 눈에 띄었다.
 
 서준원, 김진욱 등과 함께 경쟁을 펼쳐야 하는 롯데 나균안

서준원, 김진욱 등과 함께 경쟁을 펼쳐야 하는 롯데 나균안 ⓒ 롯데 자이언츠


좀 더 완성형에 가까워진 나균안

지난해 롯데는 찰리 반즈(31경기), 박세웅(28경기), 이인복(23경기) 정도만 고정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글렌 스파크맨(19경기)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된 댄 스트레일리(11경기)는 풀타임으로 시즌을 뛴 게 아니었다.

사실상 선발 한두 자리가 '경쟁 체제'로 돌아갔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러 선수 중에서 비교적 기회를 많이 얻은 선수는 나균안이었다. 구원투수(26경기)로 등판한 경기가 여전히 많았음에도 래리 서튼 감독은 5월 말부터 6월 초, 8월 이후에 나균안에게 선발로 등판할 기회를 부여했다.

나균안은 이러한 기대에 성적으로 응답했다. 6월(8경기 15⅔이닝 3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9.77)을 제외하면 시즌 내내 기복 없이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선발 등판 시 성적은 13경기 71⅓이닝 3승 6패 평균자책점 4.16이었다.

시속 140km대 초중반에서 형성되는 패스트볼을 비롯해 투심,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해 타자들을 요리했다. 7이닝 이상 끌고 간 경기도 세 차례나 될 정도로 이닝 소화 능력 역시 이상이 없다.

또 한 가지 주목해봐야 하는 것은 그의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FIP)다. 지난해 나균안의 FIP는 2.79로 평균자책점과의 차이가 컸다. 규정이닝을 채우진 못했으나 반즈(3.21), 박세웅(2.89), 스트레일리(3.96) 등과 비교했을 때 자신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선발 자원임을 증명해 보였다.
 
 22일 지바롯데전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는 롯데 나균안

22일 지바롯데전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는 롯데 나균안 ⓒ 롯데 자이언츠


5선발 안착 노리는 나균안

반즈-스트레일리-박세웅-한현희를 제외한 나머지 한 명의 선발투수를 찾아야 하는 롯데는 5선발 경쟁이 한창이다. 서준원, 김진욱, 이인복 등이 후보로 떠올랐다. 지난해 합격점을 받은 나균안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단 출발은 좋다. 눈도장을 확실하게 받았기 때문이다. 롯데는 22일 일본 이시가키섬에 위치한 시영구장서 열린 일본프로야구(NPB) 지바롯데 2군과의 교류전 첫 경기서 8회초 3-0 강우콜드 승리를 거두었다. 선발투수는 나균안이었다.

3이닝 동안 41구를 던지면서 무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상대 타자들을 꽁꽁 묶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5km였으며 커터, 커브, 포크볼 등의 구종을 구사했다. 서튼 감독은 "나균안은 3이닝 동안 안타를 하나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고 칭찬했다.

수훈선수로 선정된 나균안은 경기 후 구단을 통해서 "스트라이크를 최대한 많이 던지려고 했는데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타자와 싸우자는 마음가짐으로 템포를 빠르게 가져갔다. (유)강남이 형이 내가 던지고 싶은 공들을 적재적소에 잘 리드해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나균안과 호흡을 맞춘 포수 유강남은 "(나)균안이가 연습할 때부터 구종의 이해도, 컨트롤, 밸런스가 좋았다. 공을 받아보니 잘 준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남은 스프링캠프, 시범경기까지 지금의 흐름을 유지한다면 5선발로 개막전을 맞이할 수 있다. 올핸 나균안이 선발투수로 풀타임 시즌을 뛰는 모습을 보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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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록 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프로야구 KBO리그 롯데자이언츠 나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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