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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0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린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0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린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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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임을 지고 정치 생명을 걸겠다." -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3.8 전당대회 과정이 혼탁해지고 있다. 두 번째 TV토론의 핵심 쟁점 역시 '울산 KTX역 관련 땅 투기 의혹'이었다. 20일 오후 MBN이 주관한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자 TV토론에서 김기현 후보는 안철수·천하람·황교안 세 후보로부터 십자포화를 얻어맞았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러나 다자구도에서 과반은 점하지 못하고 있는 김기현 후보를 향해 다른 후보자들의 집중 공격이 쏟아진 셈이다.

김기현 후보는 "조금이라도 개입한 불법이 있으면 저는 모든 책임을 지고 정치 생명을 걸겠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후보 사퇴는 물론 정계 은퇴까지 내건 셈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시세 차익이 어느 정도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이날도 끝까지 함구했다.

울산 KTX역 연계 도로가 기존 계획과 달리 김 후보가 1998년에 매입한 임야를 지나는 방향으로 설계가 변경됐는데, 이 과정에서 김기현 후보가 부당하게 개입했고 결과적으로 금전적 이득을 취했다는 게 해당 의혹의 골자이다(관련 기사: 이준석 "김기현, 95% 싸게 땅 판다고? 빚 내서라도 사겠다"). 지난 첫 번째 TV토론에서 황교안 후보가 공개적으로 해당 의혹을 점화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김 후보는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지만, 다른 후보들의 끈질긴 추궁에 그 역시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결국, 토론은 서로를 향한 비방으로 점철되고 말았다.

[천하람] "김기현=울산의 이재명, 국민 앞에서 농을 쳤나?"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0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린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0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린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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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포문을 연 것은 천하람 후보였다. 천 후보는 본인의 주도권 토론 시간을 활용해 "지금 울산 땅 의혹과 관련해서 여론이 심상치 않다. 심지어는 김기현 후보를 두고 '울산의 이재명이 아니냐'라는 얘기까지 지금 나오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지난 토론회 때 95% 정도 할인해서 매각할 의향도 있다고 밝히셨다. 그런데 정확하게 얼마에서 95%를 할인해주시겠다는 건가?"라며 "차라리 명확하게 후보께서 95%를 할인해서 받기를 원하시는 매도호가가 얼마인지를 이 자리에서 말씀을 해주실 수 있겠느냐?"라고 물었다. 김기현 후보가 앞서 밝힌 것처럼 95% 할인가를 제시한다면, 해당 가격이 원래 시세의 20분의 1 수준일테니 해당 임야의 현 가치와 1998년 매입 당시 가치의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지난번에 (구매 당시 공시지가와 현 시세 차익이) 1800배가 올랐다고, 그야말로 날조된 주장을 하셔서, 너무 터무니없으니 1800배 올랐다고 하면 95% 할인해드릴 테니까 가져가세요 말씀드린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현 시세의 20분의 1에 팔겠다는 뜻이 아니라, 실제로 해당 임야의 가치가 1800배 상승했다면, 1800배 상승된 가격의 20분의 1에라도 팔 수 있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실제로 양도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던 셈이다.

김 후보는 "제가 주변에 물어봤는데 거래가 잘 안 된단다. 왜냐하면 상수원 보호 구역에 들어가 있고 여러 가지 입지 제한들이 많이 있다"며 해당 임야의 경제적 가치가 낮다고 강조했다.

천 후보가 "지금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해도 꽤 많이 오른 것 같은데 지금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해서 95% 매각하실 의향도 있으시냐?"라고 재차 물었다. 김 후보는 "그거는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천 후보는 "김기현 후보께서 정확한 매도호가를 주시면 제가 저희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팀에서 SPC(투자목적회사)를 하나 만들어서 당원들 펀드 만들어서 이걸 매수해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라며 구체적인 판매가를 여러차례 물었다. 그러나 김 후보는 "좋은 생각"이라면서도 직접 금액을 밝히지 않고 "계산해 보시라"라는 말만 반복했다.

결국 천하람 후보는 "지난번에 95% (할인해서) 매각할 용의가 있다고 하신 건 국민들 앞에서 농을 치신 건가?"라며 "저는 진지하게 해야 한다고 본다. 이게 지금 이재명 대표 일이라고 하면 우리가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라고 날을 세웠다. "김기현 후보가 울산의 이재명이라고 프레이밍 된다면 앞으로 총선에서도 그렇고 이재명 대표의 처벌 문제에서도 저희가 주도권을 상실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는 주장이었다.

[황교안] "김기현, 지금이라도 사퇴해야... 의혹 거짓이면 모든 책임 지겠다"
 
 
황교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0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린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황교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0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린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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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를 가장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건 황교안 후보였다. 황 후보는 "임야 투기 의혹에 대해서 여러 차례 해명을 하셨죠?"라며 "만약에 해명하신 것에 거짓이 있으면 후보 사퇴 약속하시겠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는 "명확하게 말씀드리는데, 그게 만약에 말씀하신 것처럼 불법 개입됐다든지 하면 제가 정치 생명을 걸 테니까 그 대신 우리 황교안 후보께서도 그것이 가짜 뉴스인 것이 확인되면 정치 생명을 거시고 사퇴하겠다고 선언하시라"라고 맞불을 놓았다.

황 후보는 "지금이라도 김기현 후보가 용기 있게 후보 사퇴하시기를 바란다"라며 "김 후보의 KTX 역세권 연결 도로 변경 문제, 땅 투기 문제가 아니다. 전형적인 권력형 토건 비리"라고 꼬집었다. 그는 전문가들과 직접 해당 임야를 가봤고, 사진도 찍어 왔다며 김 후보 측의 해명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후 두 사람의 공방은 사실상 감정 싸움으로 변질됐다. 김기현 후보는 "우리 존경하는 황교안 후보께서 많이 급하신 모양이다"라며 "그렇게 생떼를 쓰시면서 김기현에게 자꾸 이렇게 흠집을 내면 표가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착각"이라고 비난했다. "국무총리까지 하셨던 당 대표까지 하셨던 분이, 자꾸 네거티브만 하고 가짜 뉴스에 올라타시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라는 지적이었다.

김 후보는 황교안 후보가 지휘했던 과거 총선 참패 사실까지 끄집어내며 황 후보를 몰아붙였고, 황 후보는 "불필요한 말씀 하시지 마시라"라며 "결국 도로의 방향을 바꿈으로써 맹지였던 김 후보의 땅이 KTX 역 앞 대로변에 금싸라기 땅으로 변한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두 사람의 공방은 이후 청문 토론 시간까지 이어졌다. 황 후보는 해당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김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 후보는 해당 의혹이 거짓으로 드러나면 황 후보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외쳤다. 결국 양 후보의 입에서 모두 "모든 책임을 다 지겠다"라는 말이 나오고 나서야 끝이 났다.

[안철수] "부동산 문제는 역린, 2030 마음 얻으려면 깨끗해야"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0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린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0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린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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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공방에 직접 참전하지 않던 안철수 후보는 이날 토론회의 '마지막 1분'을 사용해 대미를 장식했다. 안 후보는 "제가 울산 땅 사건에 대해서 황교안 후보로부터 들어서 알았다. 그래서 그 문제를 제시를 했다"라며 "그 이유가 민주당을 알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사실은 국민에게 있어서 부동산 문제는 역린이다. 이걸 건드리면 안 된다"라며 "그러면 우리가 내년 총선에서 지게 된다"라는 주장이었다.

안 후보는 "그래서 그러지(민주당에게 빌미를 잡혀서 총선에서 패배하지) 않으려면, 그냥 해명하고 끝내면 되는 문제 아니겠느냐?"라며 "그래서 해명하시라고 그렇게 말씀을 드렸는데 (제대로 해명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말 중도나 2030(세대의) 마음을 얻으려면 이런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깨끗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그러자 "충분하게 해명 다 해서 아무것도 걸릴 것이 없는 것이 확인되어 있다"라며 "민주당 정권이 그거를 인정해줬다. 그런데 뭐 더 이상 어떻게 (해명하라는 거냐?)"라고 반발했다. "(이미) 해명한 걸 공부를 좀 해보시고 말씀하시라"라고도 쏘아붙였다. 그러자 안 후보는 "안 그럴 것이다. 내년 선거 끝까지 (부동산 투기 의혹이) 갈 것이다"라고 예고하며 김 후보의 해명이 여전히 석연치 않음을 강조했다.

한편, 김 후보 측은 앞서 이날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조속한 검증'을 요청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김 후보 캠프는 이날 언론인 SNS 단체 대화방에 공지를 올리며 "'울산KTX 역∼삼동 간 도로계획'과 관련한 황 후보 측의 근거 없는 비방 및 의혹 제기에 대해 금일 당 선관위 '클린선거 소위원회'에 위 사안을 조속히 검증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라고 전했다.

태그:#김기현, #안철수, #천하람, #황교안,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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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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