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GS칼텍스를 상대로 승점 3점을 따내며 단독 선두 자리를 지켰다.

김대경 감독대행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1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GS칼텍스 KIXX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2-25,25-18,25-17,25-23)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2위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에게 승점 1점 차이로 간신히 앞서던 흥국생명은 GS칼텍스를 상대로 승점 3점을 적립하면서 현대건설과의 승점 차이를 4점으로 벌리고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22승7패).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와 에이스 김연경, 햄스트링 부상으로 결장한 주장 김미연 대신 선발 출전한 신예 김다은이 나란히 20득점 이상을 기록하며 흥국생명의 승리를 이끌었다. 4라운드에서 4승2패를 기록했던 흥국생명은 5라운드 5경기에서 4승1패를 기록하며 1위로 올라섰다. 현대건설의 부진과 별개로 5라운드에서 흥국생명이 가장 달라진 부분은 '이적생' 이원정 세터가 5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람 잘 날 없던 흥국생명의 세터진
 
 이원정은 도로공사와 GS 칼텍스를 거쳐 작년 연말 트레이드를 통해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이원정은 도로공사와 GS 칼텍스를 거쳐 작년 연말 트레이드를 통해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 한국배구연맹

 
김사니 이적 후 팀 내 확실한 주전세터가 없었던 흥국생명은 박미희 감독(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 부임하고 이재영이 입단한 2014-2015 시즌부터 조송화 세터가 주전으로 중용됐다. 조송화 세터는 2019-2020 시즌까지 흥국생명의 붙박이 주전세터로 활약하며 2018-2019 시즌 통합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2019-2020 시즌이 끝나고 조송화 세터 체제에 변화를 주기로 결정했다.

흥국생명은 2020년 FA시장에서 계약기간 3년, 연봉총액 4억 원의 조건에 이재영의 쌍둥이 동생인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라피드 부쿠레슈티)을 영입했다. 그리고 두 달 후 '배구여제' 김연경까지 가세하면서 흥국생명은 김연경과 이재영, 이다영까지 국가대표 주전선수 3명이 함께 뛰는 '드림팀'으로 거듭났다. 많은 배구팬들이 2020-2021 시즌 흥국생명의 우승여부가 아닌 전승우승 가능여부를 궁금해 했을 정도.

하지만 흥국생명이 한창 선두를 달리던 2021년2월, '쌍둥이 자매 학원폭력사태'가 배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리고 사건의 당사자였던 흥국생명의 이재영과 이다영 세터는 동시에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당했다. 결국 흥국생명은 홀로 남은 김연경의 고군분투에도 GS칼텍스에게 정규리그 1위 자리를 빼앗겼고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단 한 경기도 승리하지 못한 채 통산 5번째 챔프전 우승이 좌절되고 말았다.

2020-2021 시즌이 끝나고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중국리그 복귀와 김세영의 은퇴, 쌍둥이 자매의 그리스리그 진출, 외국인 선수 브루나 모라이스의 재계약 불가로 주전 5명이 동시에 팀에서 이탈했다. 출산으로 2020-2021 시즌 '안식년'을 가졌던 김해란 리베로가 복귀했지만 전력약화는 피할 수 없었다. 특히 4억 원이나 주고 영입했던 이다영 세터의 이탈은 팀 전력에 치명적인 악재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 흥국생명은 주전 5명이 빠진 2021-2022 시즌 7개 구단 중 6위에 머물며 한 시즌 만에 큰 추락을 경험했다. 외국인 선수 캐서린 벨(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이 득점 3위(773점), 미들블로커 이주아가 블로킹3위(세트당0.72개), 김미연이 서브 4위(세트당 0.24개)에 오르며 좋은 활약을 해줬지만 가파른 순위하락을 막을 순 없었다. 다만 김다솔 세터와 박혜진 세터가 한 시즌을 치르면서 경험을 쌓은 것은 흥국생명의 위안거리였다.

이원정 주전출전 후 정규리그 1위 등극
 
 이원정이 거쳐 갔던 두 팀은 입단 또는 이적 첫 시즌에 정규리그와 챔프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원정이 거쳐 갔던 두 팀은 입단 또는 이적 첫 시즌에 정규리그와 챔프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 한국배구연맹

 
김연경이 한 시즌 만에 복귀한 흥국생명은 팀을 재정비하면서 지난 시즌을 통해 경험을 쌓은 김다솔 세터와 박혜진 세터를 경쟁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흥국생명의 계획은 시즌이 시작도 되기도 전에 틀어졌다. 대표팀에 차출됐던 박혜진 세터가 무릎연골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면서 시즌 아웃된 것이다. 결국 흥국생명은 김다솔 세터가 풀타임 주전으로 전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부담을 가진 채 2022-2023 시즌을 시작했다.

김다솔 세터는 시즌 중반까지 흥국생명의 선두경쟁을 잘 이끌었지만 시즌이 중반을 넘어갈수록 김다솔 세터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김다솔 세터를 긴장시켜 줄 세터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결국 흥국생명은 작년 12월 27일 GS칼텍스에 2023-2024 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이원정 세터를 영입했다. GS칼텍스에서 안혜진과 김지원 세터에 가려 많은 출전기회를 얻지 못하던 이원정 세터에게도 흥국생명 이적은 좋은 기회였다.

물론 이원정 세터가 이적하자마자 좋은 활약을 해준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이번 시즌 GS칼텍스에서 꾸준한 출전을 하지 못했던 이원정 세터의 경기감각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김대경 감독대행도 1월까지 이원정을 주로 교체로 투입하며 경기감각을 끌어 올리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1월 25일 KGC인삼공사와의 4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흥국생명이 1-3으로 패하자 김대경 감독대행은 5라운드부터 본격적으로 이원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원정은 지난 3일 인삼공사와의 5라운드 첫 경기부터 19일 GS칼텍스와의 경기까지 5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고 같은 기간 흥국생명은 4승1패로 현대건설을 제치고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했던 7일 현대건설전에서는 176cm의 크지 않은 신장에도 4개의 블로킹을 잡아냈다. 이원정은 19일 GS칼텍스전에서도 교체 없이 풀타임 출전하며 세트당 12.75개의 세트성공과 13개의 디그로 흥국생명의 승리를 견인했다.

2017년 전체 2순위로 도로공사에 입단한 이원정은 루키 시즌에 도로공사의 통합우승 멤버가 됐고 트레이드를 통해 GS칼텍스로 옮긴 2020-2021 시즌에도 또 한 번 통합우승을 경험했다. 그리고 이원정의 세 번째 구단인 흥국생명 역시 이원정 가세 후 정규리그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앞선 두 번과 확실히 다른 부분이 있다면 언니들 덕에 운 좋게 우승멤버가 된 게 아니라 당당히 흥국생명의 주전세터로 팀을 우승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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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22-2023 V리그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이원정 세터 복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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