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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참사 20주기를 하루 앞두고 전국재난참사피해자가족연대가 17일 오후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추모의벽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과 사회적 애도를 촉구했다.
 대구지하철참사 20주기를 하루 앞두고 전국재난참사피해자가족연대가 17일 오후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추모의벽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과 사회적 애도를 촉구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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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화재참사 20주기를 하루 앞두고 전국의 재난피해 가족들이 대구에 모여 재난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제대로 된 사회적 애도를 촉구했다.

전국재난참사피해자가족연대는 17일 오후 대구지하철참사 현장인 중앙로역 추모의벽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지하철참사가 20년째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았고 추모사업도 제자리를 찾지 못해 충분한 사회적 애도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재난참사 유가족들은 수없이 반복되고 있는 재난과 참사가 우리 사회에서 아무런 반성도 없이 허무하게 잊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기자회견 배경을 밝혔다.

이들은 "이 자리에 서기까지 우리는 각자 뜻하지 않은 참사로 가족을 잃었고 안전하다고 믿었던 삶을 잃었으며 국가가 우리를 보호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잃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진실은 법 앞에서 멈추었고 우리는 법 바깥으로 내몰리는 심정이었다"며 "'법과 국가에게 죽음의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목소리를 낼수록 법과 국가는 우리를 더 멀리 내치는 것 같은 시간을 지내왔다"고 울먹였다.

2.18대구지하철참사를 앞두고 이들은 "대구지하철참사가 발생한 지 20년이 됐지만 아직 '대구지하철참사', '2.18'이라는 명칭을 추모공간과 추모탑, 공식행사명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여전히 참사의 진상규명과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은 해결되지 않고 안전한 지하철·안전한 사회는 요원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박래군 4.16재단 상임이사는 "20년 전 그날도 평일과 다름없이 시민들은 아무 의심없이 지하철을 탔을 것"이라며 "참사 이후에도 피해자들은 지옥의 시간을 강요받았다. 그리고 추모공원 등 추모사업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박 이사는 "대구에서 2.18참사가 제대로 기억돼야 안전한 도시가 된다. 시민들이 나서 달라"며 "제2의 2.18이 일어나기 전에, 제2의 2.18을 막기 위해 유가족들의 호소에 먼저 귀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일상 돌아가는 게 가능하겠나"
 

윤석기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대책위원장은 "2003년 '가만히 있어라' 해서 따랐더니 가족을 죽였던 대구시가 2009년 '팔공산에 묻어라' 해서 따랐더니 유족을 범죄자로 고소한 곳이 대구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SNS 글과 최근 발언 등을 언급하며 "참사 20주기 추모행사를 대하는 홍준표 시장의 언행에는 관혼상제에 대한 보편타당한 인류애나 250만 시민의 명예와 자존심은 안중에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최순화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대외협력부서장은 "근본적인 해결책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없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가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우리를 너무도 화나게 한다"며 "이게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가능하겠느냐"고 물었다.
  
17일 오후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서 열린 지하철참사 20주기 전국재난참사피해자가족연대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홍준표 대구시장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목에 걸고 있다.
 17일 오후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서 열린 지하철참사 20주기 전국재난참사피해자가족연대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홍준표 대구시장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목에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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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진정한 명예회복은 내 가족 같은 희생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재난참사 이후 밝혀진 진실이 사회의 제도와 정책의 변화로 이어져 안전한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과거에 붙들린 사람들이 아니라 과거와 함께 현재를 살아가는 피해가족"이라며 "우리와 함께 재난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고 애도해 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피해자 유가족들은 인근에 있는 대구YMCA 백심홀로 옮겨 재난참사 피해자 전국모임을 가졌다.

전국재난참사피해자가족연대는 대구지하철 참사, 세월호 참사, 인현동 화재참사, 가습기 살균제사건, 태안 해별대 시설캠프 참사, 스텔라데이지호 참몰 참사, 삼풍백화점 참사, 씨랜드 참사 등 피해자 유족들이 모인 단체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외신들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독일 출신 언론인 안톤 슐츠 기자는 "며칠 전부터 대구지하철참사를 취재하고 있다"며 "20년 전과 비교해 한국이 얼마나 더 안전한 나라가 됐는지 알고 싶어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안톤 기자는 "이런 사고를 보면 책임자들이 잘못 생각을 하고 판단했기 때문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얼마 전 이태원 참사때는 경찰들이 별로 없었지만 데모하는 장소에는 경찰들이 많았다. 10만 명이나 모이는 골목에 경찰들 미리 보내는 게 맞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아이들부터 안전교육에 조금 더 신경써야 한다'면서 "학부모들이 영어·수학 학원 많이 보내는데 그것만큼 중요한 게 안전교육이다. 안전에 대해 더 많이 가르치면 안전한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태그:#대구지하철참사, #20주기, #추모의벽, #전국재난참사피해가족연대, #안톤 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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