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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 달라진 부산진성공원.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지은 왜성의 성곽 표기가 아닌 조선시대 역사성을 되살리자는 의미로 이름을 변경했지만, 여전히 주변은 과거 '자성대' 머물러 있다.  왼쪽은 가로등주, 오른쪽은 산책길 안내.
 명칭 달라진 부산진성공원.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지은 왜성의 성곽 표기가 아닌 조선시대 역사성을 되살리자는 의미로 이름을 변경했지만, 여전히 주변은 과거 '자성대' 머물러 있다. 왼쪽은 가로등주, 오른쪽은 산책길 안내.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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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보고 있는 거예요?"

명칭이 달라진 유적지에서 기자가 안내판을 유심히 살펴보자 산책을 나온 김아무개(55)씨가 물었다. 무언가 눈치를 챈 듯 그는 "아직도 이걸 안 바꿨네"라며 혀를 끌끌 찼다.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할 것이지..." 아쉽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부산광역시 동구 자성로 99. 이 공간은 최근 '부산진성공원'으로 새로운 이름을 달았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고시 이후 지금까지 불린 '자성대공원'이라는 글자를 떼어냈다. 일본의 성곽을 표현하는 일본식 표기로 논란이 끊이지 않자 이를 바로 잡는 작업에 들어간 끝에 공원 명칭 변경을 확정한 것이다.

아직도 자성대? 경축뿐만 아니라 속도 내야

이러한 노력에도 일제잔재 청산은 완전히 완료된 게 아니다. '경축 자성대공원 새 이름, 부산진성공원'이라는 펼침막 뒤로 여전히 곳곳에 과거 흔적이 남아있다. 부산진성 산책로 길목마다 만나는 '자성대 둘레길 000m 지점', 가로등주에 붙여진 '자성대공원' 표식이 대표적이다.

공원 밖으로 나가면 '자성대' 표현은 흔한 풍경이다. 부산진성공원 앞 이바구길·갈맷길 안내판이나 버스정류장, 인근 도로의 이름도 달라진 게 없다. 여러 공공시설물에는 지금도 자성대공원, 부산진지성이 사용되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지은 왜성의 성곽 표기가 아닌 조선시대 역사성을 되살리자는 의미를 담아 부산진성공원으로 이름을 변경했지만, 여전히 주변은 과거 '자성대' 머물러 있다. 공원 입구의 동구 주변 지도 내용.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지은 왜성의 성곽 표기가 아닌 조선시대 역사성을 되살리자는 의미를 담아 부산진성공원으로 이름을 변경했지만, 여전히 주변은 과거 '자성대' 머물러 있다. 공원 입구의 동구 주변 지도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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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포털사이트 지도 검색에선 부산진성공원 길 찾기가 불가능하다. 자성대공원으로 입력해야 결과가 표시된다. 지난달 20일 언론에 자료를 내면서 상징성과 후속 조처를 강조했지만, 현재까지 오류를 수정하지 않은 셈이다.

부산진성공원이 그동안 자성대공원이라고 불려 왔던 건 역사와 관련이 있다. 임진왜란 시기인 선조 25년(1592년)에 조선을 침략한 왜군은 조선 초기 축조한 부산진성을 허물고 본성(모성)인 증산왜성과 이를 방어하기 위한 지성(자성)인 자성대왜성을 쌓았다.

왜군이 패퇴하자 조선 수군은 진을 자성대왜성으로 옮기고 이를 보수해 구한말까지 부산진성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고시 14호를 통해 남은 왜성 성곽을 보호할 목적으로 자성대공원으로 명명했다. 부산시 역시 1972년 기념물 7호 지정과정에서 '부산진지성'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왜군이 축조한 성을 가리키는 자성대, 부산진지성이란 용어는 수십 년 동안 고착화했다. 그러나 "이름을 되찾아야 한다"라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계속됐고, 이러한 노력 끝에 2020년 1월 부산시는 부산진성으로 명칭을 바꿨다. 자성대공원 역시 구·시·국가 지명위원회 심의를 차례대로 거쳐 지난달 4일 부산진성공원이 됐다.

더 속도를 내야 한단 요구가 크다. 부산진성 이름찾기 운동을 펼쳐온 정순태 래고추마을관리협동조합 이사장은 "역사성을 살리기 위한 작업인데 그 의미가 빛이 바랠 수 있다. 공공기관이 변경을 늦춰선 안 된다. 부산시와 동구, 동구의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동구청은 "이른 시일 내에 정비를 완료하겠다"라고 해명했다. 동구청 관계부서 담당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관련 질의에 "예산이 수반돼야 하고, 행정 절차상 어려운 부분이 있다. 최대한 빨리 이를 마무리 지어 부산진공원 명칭 변경의 효과가 발휘되도록 조처하겠다"라고 밝혔다.
 
명칭 달라진 부산진성공원.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지은 왜성의 성곽 표기가 아닌 조선시대 역사성을 되살리자는 의미로 이름을 변경했지만, 여전히 주변은 과거 '자성대' 머물러 있다.
 명칭 달라진 부산진성공원.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지은 왜성의 성곽 표기가 아닌 조선시대 역사성을 되살리자는 의미로 이름을 변경했지만, 여전히 주변은 과거 '자성대'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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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성 되찾은 부산진성. 국가지명위원회는 지난달 4일 자성대공원의 새이름으로 부산진성공원을 확정했다. 16일 이를 축하하는 부산 동구청의 현수막이 공원 내에 걸려있다.
 역사성 되찾은 부산진성. 국가지명위원회는 지난달 4일 자성대공원의 새이름으로 부산진성공원을 확정했다. 16일 이를 축하하는 부산 동구청의 현수막이 공원 내에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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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부산진성공원, #자성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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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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