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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의 재단가위 옷이 아니라 꽃을 만들다.
 서른 살의 재단가위 옷이 아니라 꽃을 만들다.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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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 김량장동의 송월타월 옆에는 낡고 빛바랜 간판이 인상적인 '장플라워'라는 작은 꽃집이 있다. 25년 동안 이곳에서 꽃을 만져온 장중구씨에게는 끔찍이 아끼는 가위가 있다. 그의 특별한 가위와 그의 25년 꽃길 인생, 그리고 꽃 이야기를 들어본다.

만나기로 약속한 날은 여름의 한가운데 정오의 시간이었다. 따가운 햇볕을 뒤로하고 들어간 작은 꽃집에는 의외의 풍채를 가진 인상 좋은 장중구(52세) 씨가 우리를 반겼다.

"18세 때 교회에서 꽃을 배우게 됐는데 그게 저는 너무 재밌는 거예요. 군대 가서도 꽃을 만졌지요. 꽃 만지는 일이 제게 맞는 거였죠. 제대 후 22살 때 용인사거리에서 꽃 노점을 시작했어요. 그때 니트공장을 하던 누님께서 가위를 두 개 주셨어요.

그중 하나는 잃어버렸고 남은 하나가 이거예요. 30년 가까이 저와 함께한 이 가위가 인생의 동반자와도 같답니다. 이것마저 망가지고 잃어버릴까 봐 잘 쓰지도 못해요. 누가 손대는 것도 아주 싫어합니다."

장중구씨가 내민 가위를 보니 일본 유명 재단 가위였다. 장씨가 쓰는 원예 가위는 용도에 따라 4가지. 이 가위는 포장 종이를 자를 때 쓴다. 마치 원단을 자를듯 가위를 세로로 세워 쭉 밀면, 종이를 뜯김 없이 깨끗이 끊어낼 수 있다.
 
장플라워 꽃집을 운영하는 장중구 씨.
 장플라워 꽃집을 운영하는 장중구 씨.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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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많이 타 녹이 슨 가위가 제대로 역할을 할까 싶었는데 그가 포장지를 시원하게 쭉 밀자 포장지가 그대로 잘려졌다.

"노점을 접고 가게를 시작했을 때 인테리어를 안 했어요. 저기 있는 저 테이블도 천냥백화점에서 사 온 나무 의자인데 벌써 10년이 됐어요. 손님들이 앉으려고 하면 놀라서 말리곤 합니다. 하하."

장씨의 가게 안에는 가위나 나무 테이블 말고도 선반, 바구니 등 오래된 물건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둘러보면 긴 세월 녹아있는 이곳의 발자취를 눈치 채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비록 허름해 보이는 꽃집이지만 장씨는 이곳에서 종일 분주하다. 꽃 파는 일 외에도 외부 수업을 나가거나 자원봉사를 하며 크리스천으로서 매주 교회에 성화를 기증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꽃집을 하는 것이 큰돈이 만질 수는 없지만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어요. 꽃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행복을 주는 것이 너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사랑스러운 꽃을 더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 저에게 주신 달란트(재능)라 생각해요.

제가 장애 복지관에서 재능기부 프로그램을 하는데, 그곳에서 아이들이 만들어 가져가는 꽃들로 인해 그 어머니들이 커다란 힐링과 행복을 받는다고 하더군요. 그로 인해 저 또한 엄청난 보람을 느끼고요. 이 꽃 하나로 아이들과 어머니, 그리고 저까지 많은 사람에게 행복의 시너지를 전파합니다. 꽃이란 거 정말 어마어마하지 않습니까?"

쉴 새 없이 꽃과 자신의 꽃길 인생을 얘기하던 장중구씨의 얼굴이 살짝 상기됐다. 그가 진심으로 자기 일을 사랑하고 그로 인해 행복해 보였다.

둘러보면 우리 모두에게도 각자의 꽃이 있을 것이다. 그 수많은 자신만의 꽃들이 있기에 또 행복을 얻고 기운을 내고 살아갈 것이다. 어쩌면 30년 된 낡은 가위도 그 가위가 품은 오랜 추억도 장중구 씨에겐 그러한 꽃이 아닐까?

- 위 글은 문화체육관광부(지역문화진흥원)가 지원하고, 느티나무재단이 주관하는 '2022 협력형 생활문화 활성화 사업' 중 <우리동네 생활기록가 프로젝트>로 '라이프로그'가 발행한 '우리동네' 잡지에 실린 내용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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