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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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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난방비 폭탄'이라며 아우성이다. 곳곳에 난방비 폭탄을 비난하거나 모든 가구에 에너지지원금을 지급하라는 펼침막이 거리를 뒤덮다시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는 '난방비 폭탄'이 결코 아니며 이 정도 비용은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지난해 9월 기준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2021년 3월 대비 최대 11배나 오르기도 했는데, 우리나라 가스요금은 그 정도로 많이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주택용 가스요금이 약 38% 밖에 오르지 않았으니 폭탄을 맞은 것이 아니라 축복을 받은 것이라고 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난방비 폭탄 공포감을 형성하기보다는,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쪽으로 사회적 논의를 언론이 이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두 배 수준의 전기 소비를 한다. 그 이유는 싼 전기요금 때문이다"라면서 "과도한 전기소비를 줄이지 않으면 석탄발전소를 중단할 수 없고 재생에너지가 확대될 수 없으며, 탄소중립을 불가능하고 기후재난은 피할 수 없다. 기후위기를 막는 데 공짜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종권 대표와 13일 나눈 일문일답 전문.

"5.47원 인상은 '폭탄' 아냐... 표만 바라보는 정치인들이 문제 키워"
 
- '난방비 폭탄'이 아니라고 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2021년 3월 6.1달러(MMBtu당) 하던 것이 2021년 12월에는 15.2달러로 2.5배 올랐고 2022년 9월에는 69.3달러까지 치솟았다. 2021년 3월 대비 무려 11배 인상됐다. 2022년 12월에는 35.6달러로 내렸지만, 여전히 2021년 3월보다 6배가량 인상된 가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21년 12월까지 도시가스 주택용 요금을 올리지 않다가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5.47원(38%) 인상했다. 2021년 12월 메가줄당 14.22원에서 2022년 12월 19.69원으로 올랐다.

워낙 싸게 쓰다가 1년 동안 38% 인상되고 한파로 사용량도 늘다 보니 엄청나게 많이 내는 것처럼 보일 뿐, 아직도 수입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가스공사 경제경영연구소가 분석한 국가별 가스요금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세금 포함 최종 소비자가격은 한국은 22.2원, 영국은 43원, 독일 83.7원으로 우리의 각각 2배, 4배 수준이다.

휘발유 가격은 국제 원유가격에 따라 오르고 내린다. 석유가 나지 않는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마찬가지로 국제 가스 가격이 오르면 국내 가스요금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수입가격이 대폭 올랐는데 우리는 38% 밖에 오르지 않았으니 폭탄을 맞은 것이 아니라 축복을 받은 것이다."
 
전국적으로 한파가 불어닥치며 난방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1월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30평대 아파트 우편함에 관리비 고지서가 꽂혀 있다. 난방비에 해당하는 도시가스 요금과 열 요금이 최근 1년 동안 각각 38.4%, 37.8% 오른 한편, 전기료도 올해 1분기에만 13.1원 급등하며 42년 만에 최고 인상 폭을 기록하는 등 공공요금이 일제히 올라 관리비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한파가 불어닥치며 난방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1월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30평대 아파트 우편함에 관리비 고지서가 꽂혀 있다. 난방비에 해당하는 도시가스 요금과 열 요금이 최근 1년 동안 각각 38.4%, 37.8% 오른 한편, 전기료도 올해 1분기에만 13.1원 급등하며 42년 만에 최고 인상 폭을 기록하는 등 공공요금이 일제히 올라 관리비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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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난방비로 지출한 금액들을 조사해 봤는가.

"국내 언론에서 나온 기사들을 검색해봤다. 보도에 나온 사례들을 보면, 한 30대 청년은 7평 오피스텔에 거주하는데 난방비가 2022년 대비 1만 원이 늘어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추운 겨울 한 달 난방비를 2만 원 내다가 3만 원을 낸 것이 폭탄인가?

다세대 주택(방 2개 2인 거주)에 사는 어느 30대 시민은 지난해 12월 난방비로 13만 원을 냈는데 1년 전보다 두 배라고 한다. 가스요금 인상률이 1년 동안 38%인데 요금이 두 배가 됐다는 건 그만큼 사용량이 늘어서일 수도 있다.

보도에 언급된 40평 아파트 거주자 관리비 내역을 보면 전기 사용량이 686kwh에 17만 8770원이고, 난방비가 18만 2540원이다. 우리나라 4인가구 월평균 전력 사용량이 307kwh인데, 전기를 기준으로 봤을 때 에너지를 두 배 이상 쓰는 집인 것이다. 40평대 아파트 거주자가 추운 겨울 한 달 난방비가 18만 원이면 행복하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니냐. 폭탄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

- 윤석열 정권은 문재인 정부가 잘못해서 난방비가 폭등한 것이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2021년 12월 가스 수입 가격이 2021년 3월보다 4배 이상 올랐는데 가스요금을 올리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지난해 6월, 8월, 12월에 3차례에 걸쳐 모두 38%를 인상했다."
 
-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책임이라고 비판한다.


"그 말은 80%는 틀렸고 20% 정도 맞다고 본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는데 국제 가스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었고 유럽 국가들은 이미 에너지 가격 폭등의 고통을 겪고 있었다. 그러면 윤석열 정부도 에너지 가격의 상승을 예상하고 취약계층의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국민의힘 역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가격 동결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동조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표만 바라보는 정치인 모두의 잘못이다."

"에너지 소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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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도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더 오를 것이라고 하는데.
 

"전기요금은 더 올려야 하는데 현재 난방비 폭탄 운운하는 언론 보도와 국민 여론으로 보아 더 올리기 힘들 것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더 올릴 수 있겠나."

- 전기·가스요금은 어느 정도 더 올려야 한다고 보는가.

"전기요금은 국제 에너지 가격 동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재의 수준으로는 앞으로 1년 이내 1kwh에 40원 이상 올려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도 인정했고 공개적으로 밝힌 금액이다. 또한 인상분의 일부는 재생에너지기금과 기후기금으로 부과해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가스요금은 국제 가격이 다소 내려가는 추세라 좀 두고 봐야 하겠지만 9조 원의 손실을 보고 있는 가스공사를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전력판매가가 1MJ(메가줄)당 최소 60원이 돼야 한다고 한다. 현재 20원보다 3배 높은데 한꺼번에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쨌든 올리긴 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분위기다."

- 산업용 가스요금은 오히려 내렸다고 하는데.
 

"가정용은 1메가줄(MJ)당 19.69원인데 산업용은 33.25원이다. 2021년 초 10원대에서 3배가 올랐다. 산업용은 국제 수입가격에 연동하고 주택용은 연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산업용은 2022년 말 국제 수입가격이 내려 MJ당 2원 내려 31.28원이다. 하지만 여전히 주택용의 약 두 배 수준이다."
      
- 저소득층은 에너지 가격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이번에 사회적 배려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가스요금 할인폭을 50% 확대했고 에너지바우처 지원액도 51% 올렸다. 한국은 아직 에너지 때문에 고통받는다고 할 수 없다. 유럽 선진국이 고통받고 있다. 서민들의 몇만 원 고통은 복지 차원에서 해결하고, 주택 에너지효율을 높여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

무엇보다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 때문에 대기업들은 연간 10조 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고 있다.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기업과 석탄·가스 발전소들이 좋아한다. 전기 소비가 줄지 않아야 존속할 수 있으니까."

- 난방비 지원을 중산층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제 주변 사람들에게 난방비 폭탄 맞았냐고 물어보면 하나같이 '좀 오르긴 해도 몇만 원 수준이라 견딜 만하다. 겨울 한철 아니겠나'라고 대답하더라. 중산층은 대체로 한파에 사용량이 조금 늘었고 지난해 8월 대비 16% 인상됐기 때문에 3만~5만 원 정도 올랐을 것이다. 겨울 한파에 이 정도면 감수해야 맞다. 국제 가격이 5~10배 올랐는데 우리만 계속 싼 가격으로 난방할 수는 없는 일이다."
 
- 정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가스요금이 폭등했고 에너지 가격이 대폭 올랐다. 유럽 국가들은 석유·가스 같은 화석연료 대신 가격 변동이 없는 태양광·풍력 같은 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이 에너지 위기를 예방한다고 믿게 됐다. 그래서 재생에너지 목표를 대폭 상향 조정했고 예산을 늘렸다. 우리나라도 재생에너지청을 설치하고 태양광·풍력 발전을 서둘러 확대해야 한다."

-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에너지 요금 현실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는가.

"기후위기 대응은 석탄발전소 조기 중단과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소비 절감이 해답이다. 모든 국가들의 공통된 해결책이다. 전기요금을 원가 이하로 공급하면 전기소비를 줄일 수 없다. 우리나라의 1인당 전기소비량은 1만 kwh가 넘는데 영국은 4200kwh, 독일은 5900kwh, 이탈리아 5000kwh, 핵발전소가 많은 프랑스도 6500kwh다.

우리나라 전기소비가 유럽보다 많은 건 싼 전기요금 때문이다. 과도한 전기소비를 줄이지 않으면 석탄발전소를 중단할 수 없고 재생에너지가 확대될 수 없다. 탄소중립을 불가능하고 기후재난은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에너지요금은 원가 이상으로 올려야만 소비가 줄고 재생에너지는 저절로 확대된다.

과학자들이 연구실을 박차고 나와 거리에서 '기후위기 경고에 귀 기울여 달라'고 눈물로 호소하는 상황이다. 기후위기를 막는 데 공짜는 없다."

태그:#가스, #에너지, #기후위기,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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