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포스터

▲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포스터 ⓒ 영화사 미지

 
쏟아지는 또 한 편의 넷플릭스 영화가 관객과 대면한다. 동명 일본 소설과 영화를 바탕으로 한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가 바로 그 작품이다. 참신했던 원작에 더해 천우희와 임시완, 김희원 등 검증된 배우들이 주연을 맡아 세계적인 흥행을 내심 기대한다.
 
영화는 20대 여성이 분실한 스마트폰이 범죄자의 손에 들어가며 빚어지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다룬다. 많은 정보가 담긴 스마트폰을 잃어버릴 경우 당할 수 있는 수많은 위험을 설득력 있게 담아 안전하다 여겨지는 일상을 공포로 전환하려 든다.
 
나미(천우희 분)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카페와 다이어트 식품업체에서 일하는 평범한 20대 여성이다. 아직 자리를 잡았다곤 할 수 없으나 열심히 일하는 긍정적인 그녀를 주변 모두가 아끼는 듯하다. 아버지(박호산 분)와 사장님(오현경 분), 가까이 지내는 친구 은주(김예원 분)는 그녀의 일상에 큰 힘이 되어준다. 그들과 함께라면 나미의 앞날도 제법 밝을 것만 같다.
 
스마트폰 하나로 닥쳐오는 치명적 위협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틸컷

▲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틸컷 ⓒ 영화사 미지

 
사건은 나미가 스마트폰을 버스에 두고 내리며 시작된다. 전화기를 주운 건 휴대폰 수리기사 준영(임시완 분)이다. 선한 얼굴을 가졌으나 어딘지 음습하게 보이는 그가 나미의 전화기로부터 각종 정보를 빼내어 정리하는 모습이 섬뜩하기 짝이 없다. 단 몇 시간 만에 그는 나미의 성격과 취향, 일터와 주변인물을 쫙 정리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활동을 개시한다.
 
스마트폰 암호를 푸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다. 영화는 나름의 설정으로 그 첫 단계를 넘어선다. 그리고 뒤는 의지만 있다면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 중 누구도 할 수 있는 그 정도만으로 어느 개인의 신상을 속속들이 털어내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영화가 가볍게 증명한다. SNS를 사용하는지 살피고, 로그인 되어 있는 SNS에 접근해 정보를 확인하며, 만약 안 되어 있다면 여러 방법으로 암호와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메일함에도 쉽사리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사이트와 어플에서 비밀번호를 달리 쓰지 않는 이라면 훨씬 수월한데, 세상엔 그런 이들이 대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심지어는 금융서비스조차 그와 같아서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뒤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가 있는 것이다.
 
SNS와 문자 서비스를 본인인 양 쓸 수 있고 심지어는 음성위조 어플까지 쉽게 접근이 가능하니 통화까지 해낼 수 있다. 이쯤 되면 스마트폰 없는 본인보다 스마트폰 가진 타인이 더 본인 행세를 할 수 있다고 하겠다. 개봉을 앞둔 <서치 2> 역시 개인정보의 쉬운 접근성과 그 오용가능성을 공포의 소재로 삼았단 점을 고려한다면 향후 이러한 설정의 작품이 끊이지 않을 것임을 쉬이 예상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기회와 위험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틸컷

▲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틸컷 ⓒ 영화사 미지

 
일본에서 먼저 이와 같은 설정의 작품이 나왔다는 건 흥미로운 대목이다. 다만 이 영화의 전개와 서사가 특별히 뛰어나다 할 수는 없는 것인데, 굳이 창작이 아닌 리메이크로 영화화를 시도했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승리호> <정이> 등 넷플릭스로 선보인 한국영화들이 참신함보다는 구태의연한 서사와 밋밋한 연출로 비판을 받았단 점을 생각해보면 넷플릭스가 주는 가능성이 더 나은 창작을 이끌어내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곧바로 세계시장과 창작자를 연결해주는 넷플릭스의 힘이 한국의 작가들에게 더 빠르고 더 많은 속도전을 시도하게끔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보다 깊이 생각하고 보다 오래 고민해야 더 나아지는 영역도 있는 것이다. 특히 창작을 기반으로 한 예술이야말로 그러한 영역인 것인데, 넷플릭스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작품이 그와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넷플릭스가 주는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겠다. 가장 한국적인 방법으로 세계와 통할 수 있음을 이미 여러 작품이 입증해내지 않았나. 잘 준비된 누군가에겐 그가 만나 마땅한 시장을 소개하는 효과적인 통로가 바로 넷플릭스와 OTT 아닌가 말이다. 그렇다고 일본영화를 평이하게 리메이크한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가 그와 같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틸컷

▲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틸컷 ⓒ 영화사 미지

덧붙이는 글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영화사 미지 김태준 천우희 김성호의 씨네만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