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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하나가 횡단보도에서 차가 지나가길 기다린다. 아이가 건너가도록 얼른 차를 멈추었다. 어린아이가 꾸벅 인사를 한 후 손을 들고 지나간다. 고맙다는 인사겠지만 인사를 받으면서도 묘한 생각이다. 인사를 해야 할 상황이고, 손을 또 들어야만 하는 것인가?

횡단보도이니 아이가 건너가도록 해줘야 하고, 당연히 차는 멈춰야 한다. 아이는 안전하게 지나갈 권리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도로는 사람이 이동하기 위함이고, 차량도 사람의 이동을 위한 수단이다. 횡단보도도 사람이 건너기 위함이니 모두가 사람이 우선이 아니겠는가? 

추운 겨울날, 횡단보도에 할머니가 깃발을 들고 서있다. 사람들이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수신호를 해주기 위함이다. 흰색으로 횡단보도임이 표시되어 있고, 신호등이 있는 곳에서 신호에 따라 막아서기 위해서다. 오늘도 엄마는 아이 손을 잡고 횡단보도에 서 있다. 아침마다 횡단보도를 건너줘야 마음이 편하다.

하교시간에도 학교 앞에서 또, 기다려야 마음이 편하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부산에 있는 딸이 하는 소리다. 하루도 어김없이 등교와 하교를 시켜야 한단다.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서고 차량이 수없이 오고 간단다. 횡단보도가 있고, 신호등이 있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란다. 

좁은 골목길, 조심스레 운전하며 길을 나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핀다. 골목에서 예상하지 못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느닷없이 소형차가 골목에서 툭 튀어나왔다. 얏! 큰일 났다 생각하는 순간, 얼른 오른쪽으로 핸들을 돌려 화를 면했다.

부딪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이, 소형차는 쏜살같이 줄행랑이다. 정신을 가다듬고 쫓아갈까 말까를 망설이다 멈추고 만다. 조금만 젊었으면 망설임도 없었을 테지만 세월이 말려 정신을 차렸다. 부딪치지 않았으니 간단히 사과 한 마디쯤은 필요했는데, 아쉬운 마음에 구시렁거리고 말았다. 

바쁘게 출근하는 시간, 우회전을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한참을 대기하다 우회전을 하려는 순간이다. 긴 줄에 상관없이 쏜살같이 달려오는 자동차 한 대, 조금의 빈틈이 생기자 여지없이 끼어들고 만다. 어떻게 해야 할까? 쫓아가 응징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럴만한 사정이 있겠지 하며 마음을 다스린다.

자칫하면 사고가 나기에 참고 또 인내하면서 운전을 해야만 한다. 수도 없이 많은 자동차 시대, 곳곳에 자동차가 줄을 서 있다. 도시에는 물론이요, 시골에도 식구 수만큼 자동차가 있다. 어떻게 어울리며 살아가야 할까? 점점 복잡해지는 자동차 시대, 시민들이 질서를 지키며 개선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불안한 듯 보이는 노르웨이의 아틀란틱 오션 로드, 안전한 운전습관만이 편안함을 안겨주는 멋진 도로
▲ 노르웨이의 아틀란틱 오션 로드(Atlantic Ocean Road) 불안한 듯 보이는 노르웨이의 아틀란틱 오션 로드, 안전한 운전습관만이 편안함을 안겨주는 멋진 도로
ⓒ 박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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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통질서를 잘 지키며 살아가고 있을까? 차선을 지키고, 방향지시등을 켜야 하며 신호등을 잘 지키려 한다. 자칫하면 접촉사고뿐만 아니라 인명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자그마한 접촉사고라도 나면 얼마나 불편한가? 조금만 방심하면 교통범칙금 고지서가 날아온다.

곳곳에  CCTV가 큰 눈을 뜨고 바라보고 있다. 잠시라도 방심하며 교통신호를 어길 수 있고, 규정속도를 위반할 수 있다. 곳곳엔 박스형 속도 측정기가 웅크리고 있다. 느닷없이 나타나는 이동카메라, 깜짝 놀라 속도를 줄여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며칠간 마음이 불편하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며칠이 지났다. 우체통에 무엇인가 꽂혀있어도 괜히 마음이 불안하다. 도로 사정도 방심은 금물이다. 

다양한 도로 환경은 당황스럽기도 하다. 도로 환경에 따라 규정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안전을 위한 것이겠지만 시속 70km가 60km로 변해있고,  60km이던 길이 50km로 표시되어 있다. 사거리의 신호등도 환경에 따라 다양하고, 우회전 신호도 혼란스럽기도 하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여지없이 규정을 위반하게 된다. 나의 운전 습관, 가능하면 빨리 그리고 남보다는 앞서서 가고 싶어 했다. 조금 젊었을 경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추월이었다. 어쩔 수 없어 끼어드는 차량을 밀어내야만 마음이 편했다. 엄청난 승리를 한 듯이 뿌듯했었다. 쓸데없는 오기를 부리는 젊음이었다.

왜 그리 오기를 품고 살았을까? 빨리 가고 싶어 하면 보내주고, 추월선을 아닌 주행선을 이용하면 안전하고도 마음이 편하다. 젊음의 오기를 품고 살아온 세월, 이제는 편안한 운전을 하고 싶다. 추월하려는 차량은 보내주고, 끼어들려는 차량은 차간 거리를 확보해 준다.

언젠가 북유럽을 운전하며 여행한 경험이 있다. 20여 일 동안 4,000km를 운전했다. 모든 것이 새롭고 부끄러웠다. 횡단보도 근처에 사람이 있으면 우선 멈춘다. 서둘러 앞지르기를 하면 왠지 미안한 마음이었다. 교통질서를 흩트려 놓는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2차선으로 이루어진 고속도로, 시골길과 같은 도로지만 편리한 차량흐름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그마한 동산으로 이루어진 부탄의 원형교차로도 차량운행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 서로 믿으며 양보하는 북유럽에서 만난 차량 운행에서 선진국의 진면목을 보았다. 삶의 환경이 다르다고 하지만, 교통사고로 몇 시간이 지체되어도 전혀 동요되지 않는 그들의 태도엔 평안함이 묻어났다.

풀밭에 나와 쉼을 만날 수 있었고, 호수를 바라보며 무던히도 인내심을 발휘하던 그들이 부러웠다. 수많은 자동차 시대, 떨칠 수 없는 삶의 수단이 되었다. 가끔 생각해 보는 우리의 자동차 문화다. 시민들의 성숙한 자동차문화, 이젠 선진국의 진면목을 보여줄 시기도 되지 않았을까?

태그:#운전 습관, #자동차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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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무렵의 늙어가는 청춘, 준비없는 은퇴 후에 전원에서 취미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가끔 색소폰연주와 수채화를 그리며 다양한 운동으로 몸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세월따라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아직 청춘이고 싶어 '늙어가는 청춘'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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