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로와 포도밭, 그곳에 배어 있는 어린 시절의 추억과 꿈을 화폭에 담아온 화가 강미숙이 인천 개항장 '참살이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마흔 여덟, 다소 늦은 나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지난 20여 년 간 서양화와 동양화를 넘나들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쳐 온 작가는 '다시 초심', 그리고 '꿈'을 이야기 한다.
"제 작품의 소재는 상당부분 '포도밭'이에요. 처음 미술을 시작해 수묵화를 그리면서도, 서양화로 전향해서도, 화법과 재료에는 변화가 있지만 소재는 꾸준히 '포도밭'이에요. 그 이유는 그곳에 제 어린 시절이 있기 때문이에요."
어린 시절, 뭉크의 '절규'를 보고 감명을 받아 화가를 꿈꾸었던 소녀는 결혼해 한 남자의 아내로, 아이들의 어머니로, 주부로 살며 그렇게 여인이 되고 '평범함'에 순응해 갔다. 그 무렵, 강미숙은 다시 꿈을 향한 도전을 시작했다.
"꽤나 오랜 시간을, 꽤나 멀리 돌아온 기분이었죠. 지천명(知天命)에 가까운 나이에, 그저 평범했던 주부가 화가가 되겠다고 선언했을 때, 주변의 우려도 많았지만 저 자신은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희열을 느꼈어요. 제 나이 이제 일흔이지만, 미술을 시작한지 23년차의 풋풋한 아가씨예요.(웃음)"
"더 넓은 '표현'을 위해 수묵화에서 서양화로 전향"
그래서 이번 전시의 주제도 "귀로(歸路)"다.
"물리적 나이로 70살은 인생의 황혼기, 이제 정리를 준비해야 할 나이지만 화가로서 저의 나이는 23살, 꽃다운 나이죠. 캠퍼스 앞에서, 화선지 앞에서, 저는 언제나 어린 시절로 돌아갑니다. 친구들과 뛰어놀던 신작로, 동네 오빠들이 포도밭 서리를 하던 기억들과 어느 노랫말처럼 꽃내음 가득했던 '동구 밖 과수원길', 제 작품은 그 추억으로 연결된 길이자 시간여행이에요."
수묵화에서 서양화로 전향한 이유에 대해 작가는 "표현의 자유"를 말한다.
"20여 년 화가의 삶을 살며, 수묵화를 그리다 이제는 서양화를 그리고 있어요. 둘 다 각각의 매력이 있어요. 그런데 10년 넘게 해오던 수묵화를 놓고, 서양화를 시작한 것은 수묵화 보다는 서양화가 좀 더 표현의 폭이 넓다고 생각해서입니다. 구상과 비구상의 표현의 한계는 물론, 수채화, 유화, 혼합재료 등 재료의 한계에서도 자유롭죠. 물론 수묵화는 그 나름의 매력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에 국한되지 않고 자유로운 창작활동에 임할 생각입니다."
한편, 강미숙 화가의 "귀로(歸路)" 개인전은 2월 11일 토요일부터 2월 27일 월요일까지 휴관 없이 매일 오후 1시~7시 열린다. 관람료는 무료이다.
강미숙 작가는 2007년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전일국제공모전 특선, 소치미술대전 특선, 남농미술대전 특선, 행주미술대전 특선 등 다수의 수상 이력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게릴라뉴스(www.ingnews.kr)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