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17일에 시작된 2023년 FA시장은 일주일 만에 무려 9명의 선수가 유니폼을 갈아 입으면서 역대급 대호황을 이뤘다. 1월 30일 현재 총 11명의 이적생이 발생했는데 11명의 계약 총액이 무려 600억 원이 넘었을 정도로 시장이 크게 과열됐다. 2020년대 들어 3년 연속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화 이글스와 한화 못지 않게 가을야구에 목 마른 롯데 자이언츠는 나란히 3명의 외부 FA를 영입하며 전력강화에 힘썼다.

올해 FA시장에서 영입전에 가장 불이 붙은 포지션은 다름 아닌 포수였다. 11월 21일 롯데가 유강남을 4년 80억 원에, LG트윈스가 박동원을 4년 65억 원에 영입한 것을 시작으로 두산 베어스가 4년간 팀을 떠나있던 '현역 최고의 포수' 양의지를 4+2년 152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복귀시켰다. 그리고 양의지를 빼앗긴(?) NC다이노스는 두산의 주전포수였던 박세혁을 4년 46억 원에 영입하며 안방의 빈자리를 메웠다.

FA시장에서 거액을 투자해 포수를 영입한 팀은 올 시즌 주전포수 걱정은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포수라는 포지션의 특성상 주전 선수 한 명이 144경기를 모두 소화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이번에 팀을 옮긴 4명의 포수들은 모두 30대인 만큼 체력안배가 매우 중요하다. 새로 포수를 영입한 팀들은 주전 포수 만큼이나 백업포수의 활약이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다.

[롯데 자이언츠] 수비의 정보근과 타격의 지시완
 
 타격 능력 보완이 절실한 롯데 정보근?

롯데 정보근 ⓒ 롯데자이언츠

 
롯데는 지난 2017 시즌이 끝나고 '영원한 롯데맨'이라고 생각했던 주전포수 강민호(삼성 라이온즈)가 팀을 떠났다. 그리고 롯데는 강민호가 없었던 지난 5년 동안 심각한 포수난에 시달리며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드래프트 상위지명을 받았던 유망주 나균안(개명 전 나종덕)과 나원탁은 끝내 잠재력을 폭발하지 못한 채 투수로 변신했고 김준태(kt위즈)는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됐다.

지난해 롯데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선 포수는 올해로 프로 6년 차를 맞는 만 23세의 젊은 포수 정보근이었다. 정보근은 좋은 어깨와 준수한 수비를 앞세워 2022년 시즌 94경기(선발 67경기)에서 585.2이닝을 소화했다. 하지만 2022년 정보근의 타격성적은 타율 .191 1홈런 15타점 8득점 OPS(출루율+장타율) .466에 불과했다. 장타력을 갖춘 유강남이 가세한 만큼 타격능력을 키우지 못하면 1군에서 꾸준히 기회를 얻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난 2019년 11월 롯데가 전천후 투수 장시환을 내주면서 장타력을 갖춘 포수 지시완을 영입했을 때만 해도 롯데팬들은 지시완이 롯데의 차세대 주전포수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지시완은 롯데 유니폼을 입은 3년 동안 151경기에서 79안타 10홈런 45타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특히 올해는 2022년 시즌 중반에 왔던 '입스' 증상을 극복하는 것도 포수 지시완의 생존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LG트윈스] 허도환 건재 속 루키 김범석 성장 기대

LG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 연속 주전포수로 활약한 유강남의 이적설이 현실이 되자 KIA 타이거즈로부터 통산 114홈런을 기록 중인 거포형 포수 박동원을 영입했다. 박동원은 키움 히어로즈 시절 이지영과 마스크를 나눠 쓰면서 포수로서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심을 받았지만 FA를 앞둔 2022년 KIA로 이적하면서 포수로 994.2이닝을 소화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올해도 잠실야구장에 적응만 잘하면 LG의 주전포수로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2022년 유강남이 115경기에 선발 출전해 1008.1이닝을 소화했던 LG에는 2개의 우승반지를 가지고 있는 허도환이라는 든든한 베테랑 백업포수가 있다. 2022년 시즌을 앞두고 2년 4억 원에 LG와 계약한 허도환은 2022년 64경기에 출전했고 유망주 김윤식의 전담포수로 활약하며 김윤식의 성장에 적지 않게 기여했다. 허도환은 올해도 히어로즈 시절 동료였던 박동원의 백업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박동원과 허도환을 제외하면 1군 경험을 가진 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LG는 202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로 지명한 신인포수 김범석의 성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물론 당장 1군에서 마스크를 쓰기엔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청소년대표팀에서 붙박이 중심타자로 활약했을 정도로 김범석은 비범한 타격재능을 가지고 있다. 김범석이 장기적으로 박동원의 뒤를 잇는다면 LG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세대교체가 될 것이다.

[두산 베어스] 이적생 안승한 깜짝 활약 계속 될까
 
두산베어스 양의지 입단식 ‘현역 최고 포수' 양의지가 11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입단식’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두산베어스 양의지 입단식 ‘현역 최고 포수' 양의지가 11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입단식’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두산은 2015년부터 8년간 두산을 이끌었던 김태형 감독의 후임으로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슈퍼스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승엽 감독이 부임했다. 그리고 두산은 이승엽 감독에게 취임선물로 포수부문 골든글러브 7회 수상에 빛나는 양의지를 복귀시켰다. 지난 4년 동안 NC 유니폼을 입고 집을 떠나 있던 양의지의 복귀로 두산은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효과를 느끼고 있다.

하지만 돌아온 양의지는 어느덧 만 35세의 노장이 됐기 때문에 두산은 백업포수들의 활약이 매우 중요하다. 2022년 두산에서 박세혁 다음으로 포수 마스크를 많이 썼던 선수는 올해로 프로 12년 차를 맞는 장승현이다. 장승현은 어느덧 1군 출전경험이 230경기나 될 정도로 양의지 이적 후 지난 4년 동안 꾸준히 1군에서 경험을 쌓았다. 다만 2022년 타율 .208로 떨어졌던 타격성적은 조금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두산은 2022년 주전포수 박세혁(.248)을 비롯해 대부분의 포수들이 2할대 초반의 저조한 타율에 허덕였다. 하지만 야구팬들에게 낯선 이름인 kt 출신의 안승한은 30경기에서 .333의 고타율을 기록하는 깜짝 활약으로 두산팬들을 놀라게 했다. kt에서 방출된 후 2022년 시즌을 앞두고 두산에 입단한 안승한은 깜짝 활약을 펼친 타격은 물론이고 수비에서도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쳐 올해도 장승현, 루키 윤준호 등과 백업포수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NC 다이노스] 노진혁 보상선수 안중열 활약 필요

2022년 시즌을 앞두고 팀의 간판타자이자 프랜차이즈 스타 나성범(KIA)을 잡지 못한 NC는 이번 FA시장에서도 NC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주전포수 양의지가 팀을 떠났다. 이에 NC는 FA시장에 남아있던 유일한 포수자원인 박세혁을 4년 총액 46억 원에 영입했다. 박세혁은 두산 시절 양의지 이적 후 4년 동안 1군에서 485경기를 소화했기 때문에 NC에서도 무난히 주전포수의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문제는 역시 백업포수다. 2021년 12월 팀의 두 번째 포수였던 김태군(삼성)을 트레이드시킨 NC는 차세대 주전포수로 불리던 김형준이 상무 전역 20여 일을 앞두고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하며 올 시즌 전반기 복귀가 불투명해졌다. 여기에 경험 많은 베테랑 포수 정범모(한화 잔류군 배터리코치)마저 2022년 시즌을 끝으로 현역생활을 마감하면서 NC의 포수진은 더욱 얇아졌다.

2022년 NC에서 양의지 다음으로 많은 경기를 소화한 포수는 박대온이다. 박대온은 2022년 시즌 59경기에 출전해 포수로 338.1이닝을 소화했지만 타율이 .181에 그치면서 타격에서는 큰 실망을 안겼다. 롯데로 이적한 노진혁의 보상선수 안중열 역시 올 시즌 백업포수로 붙박이 1군에 도전할 수 있는 자원이다. 다만 롯데에서 얻은 수 년간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안중열을 향한 야구팬들의 높았던 기대치는 다소 낮아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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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FA포수 김범석 안승한 안중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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