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이상한 나라의 지옥법정>의 한 장면.

SBS <이상한 나라의 지옥법정>의 한 장면. ⓒ SBS

 
SBS 신규예능 <이상한 나라의 지옥법정>이 현실에서 법으로만은 해결하기 어려운 크고 작은 갈등을 겪는 출연자들의 사연을 모의법정을 통하여 대신 해결해주는 '대국민 한풀이 재판쇼'를 표방했다.
 
1월 26일 방송된 <지옥법정> 첫 회에서는 '스킨십을 회피하는 남편 때문에 갈등을 빚는 부부', '격투기 선수 명현만과 권아솔의 불화'가 다루어졌다. 강호동이 대국민 소통 담당 참여관이라는 직책으로 MC를 맡았다. 은지원, 아이키, 김태균, 지상렬, 강승윤, 릴체리가 연예인 변호인단으로, '소설 쓰는 판사'로 유명한 정재민 법무부심의관이 <지옥법정>을 이끄는 판사로 출연했다.
 
첫 사건은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 이택민과 이수연 커플이었다. 두 사람은 이미 1년 4개월째 동거중인 커플이었다. 예비신부는 예비신랑을 고소한 이유로 스킨십을 회피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오랜 연인이자 결혼까지 앞둔 커플임에도 마지막 키스나 스킨십을 언제 했는지 기억이 가물할 정도라고.
 
피고인 예비신랑 측은 "그저 스킨십을 싫어하는 유전자일 뿐"이라고 변론했다. 하지만 원고인 예비신부는 "깊은 스킨십을 원하는 게 아니다. 가벼운 뽀뽀나 포옹처럼 일상적인 애정표현이다. 그런데 오빠는 작은 스킨십조차 절대 먼저 하지 않는다. 연인간 스킨십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사귀는 게 맞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항변했다.
 
신랑은 놀랍게도 본인이 '혼전순결주의자'임을 밝혔다. 신부에게도 미리 사실을 밝힌 뒤에 교제에 동의했다고. 원고 측은 "혼전순결과 스킨십은 별개"라고 주장했으나, 피고 측은 "혼전순결 의지를 깰 만큼 스킨십이 강렬했다면 상관이 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신랑은 정작 본인이 실제로 혼전순결을 충실하게 지켰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살지 못했다"고 고백하며 변호인단마저 당황하게 했다. 혼전순결을 결심한 지는 3~4년 밖에 되지 않았다고, 신랑은 '육체적으로는 즐겁지만, 그렇게 크게 행복하지는 않더라"고 해명하며 "또다른 이유는 미래의 아내만을 위한 특별한 것으로 지금부터라도 조금 남겨놓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원고 측은 "그러면 혼전순결이 아닌 '현재순결주의자'라고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법조인들인 '현실 변호사'를 1회씩 지원군으로 소환하는 시간을 가졌다. 원고 측 고승우 변호사는 신랑 측이 주장하는 '현재 순결'의 이유를 파헤쳤다. 고 변호사는 신랑을 질의하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회피하는 성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관계의 경험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일이 있었고, 그래서 모든 성관계를 사전에 차단하게 되었다는 것이 고 변호사의 분석이었다.
 
피고 측이 요청한 증인으로 홍성우 비뇨기과 원장이 출석했다. 홍 원장은 전문 의료인의 관점에서 혼전순결이 결혼 후 성생활에 유리한 점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의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소견을 내놓으며 피고가 신체적으로는 건강하고 단지 '욕구를 절제하는 성향'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고측은 "기능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라고 반론하며 스킨십보다 서운한 건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은 피고의 태도라고 반박했다. 이에 신랑은 자신으로서는 최대치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신부의 눈에 차지 않는 것이라며 재반박했다.
 
 SBS <이상한 나라의 지옥법정>의 한 장면.

SBS <이상한 나라의 지옥법정>의 한 장면. ⓒ SBS

 
두 사람의 평소 일상을 다룬 VCR이 공개됐다. 결혼식을 앞둔 신부는 신혼여행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기대했으나, 신랑은 연인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내내 무심하고 냉랭한 반응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신랑은 함께 그려갈 미래를 이야기하는 신부에게 "정말 한가하구나. 나는 어떻게 오늘 하루를 잘 보내나는 생각밖에 없다"며 훈계를 빙자한 막말을 하기도 했다. 영상을 지켜보던 신부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충격을 받은 신부는 "오빠를 만나고 내가 정말 많이 바뀌었다. 가끔은 그런 스스로가 슬퍼서 혼자 눈물을 흘릴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신랑은 원래 자신이 쉽게 포기하는 성향이 있었다고 고백하며, 신부를 만나고 난 뒤에 책임감이 커졌고 이는 큰 부담이었다고 설명했다. '오늘만 생각한다'는 말의 의미는, "그만큼 매일매일에 집중하는 것으로 신부와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신랑 나름의 노력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원고측 변호인인 아이키는 기혼자의 입장에서 "제가 결혼을 준비할 때 여행하는 기분이다. 여행은 도착이 아니라 출발 자체부터가 곧 여행이다. 결혼식도 결과일뿐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이 곧 결혼의 행복이다. 신부는 신랑과 함께 행복을 찾고 싶은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호동은 "사랑을 간직하는 것보다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더 위대하다"는 명언을 인용하며 신부 측의 입장에 힘을 실었다.
 
판결이 내려졌다. 정재민 판사는 "이 사건은 혼전순결보다는 두 사람의 근본적 관계의 문제"라고 분석하며 "부부간의 관계에서 혼자만의 신념이란 관계에 구멍을 내는 송곳같은 것"이라고 신랑의 독선을 꼬집었다. 이어 아내에게도 "하지만 원고 역시 혼전순결에 동의하고도 약속을 깨려했던 정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종 판결은 피고인 신랑에게 귀책 사유는 인정하며 '486지옥행' 선고가 내려졌다. 형벌은 매일 4번의 사랑해, 8번의 미소, 6번의 입맞춤이었고 기한은 무기였다. 후일담에서는 예비부부의 행복한 모습이 그려지며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SBS <이상한 나라의 지옥법정>의 한 장면.

SBS <이상한 나라의 지옥법정>의 한 장면. ⓒ SBS

 
대한민국 격투기를 대표하는 전 라이트급 챔피언 권아솔, 헤비급 격투기 선수 출신 유튜버 명현만이 다음 사건의 원고-피고로 등장했다. '격투기계의 미꾸라지'로 불린 권아솔은 과거에도 여러 격투기 선수들에게 어그로를 끌며 도발했던 전력이 화려하다.
 
원고 권아솔은 피고 명현만이 유튜브 콘텐츠를 위하여 '성범죄자 조두순 습격사건', 일반인을 대상으로 '참교육' 동영상을 올리는 것 등을 두고 "사이버 렉카같은 짓을 한다. 격투기 선수가 일반인을 폭행한 것은 살인미수범"이라고 지적하며 "저렇게 추잡하게 살아야 하냐"며 명현만을 여러 차례 강도 높게 비난한 바 있다. 명현만은 후배의 도발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권아솔 측은 명현만이 "일반인을 상대로 일방적 폭행에 가까운 콘텐츠를 제작하며 격투기의 위상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명현만이 특수부대 출신 유튜버인 이승용(베이비영철)과 보호장비 없이 대결을 펼치는 영상이 증거자료로 공개됐다. 이승용은 연애예능 <나는 솔로>에서 빌런 캐릭터로 미움을 받으며 유명세를 얻은 인물이다. 명현만 측은 "상대가 먼저 도발했다. 쌍방간의 합의에 의하여 만든 정당한 콘텐츠"라고 해명했다.
 
대결 상대였던 이승용이 피고측 증인으로 직접 출석했다. 이승용은 명현만에게 먼저 도전장을 내민 사실을 인정하며 "남자 대 남자로 붙어보고 싶었다"고 증언했다. 경기 장소와 안전 대비는 서로 충분한 상호 합의 끝에 진행되었으며, 대결이 끝난 후에는 패배를 깔끔하게 인정하고 진심으로 명현만에게 사과했다고. 스파링 이후로도 명현만과 이승용의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증언했다.
 
명현만 측은 오히려 타인에게 피해를 입힌 것은 권아솔이라고 주장했다. 명현만 측은 권아솔의 SNS를 증거로 제시하며 "MMA에서 도망친 주제에..", "저게 격투기 선수냐, 그냥 깡패, 양야치지"라고 명현만을 향한 막말에 가까운 공개 비난을 수시로 일삼은 것을 지적했다.
 
권아솔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명현만의 참교육 영상을 본다면 격투기를 뭐라고 생각하겠냐"고 주장했다. "강자가 약자를 보호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지, 강자가 약자를 참교육하는 콘텐츠가 정당화된다면 이를 따라하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라며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또한 권아솔은 공개비난을 지적하는 명현만에게 "악플이라면 제가 수백배는 더 많다. 그 정도로 꽁해있지 말고 멘탈을 더 키우라"고 조롱했다. 하지만 명현만 측은 "악플은 사람마다 느끼는 강도가 다르다. 당하는 사람의 가족이 저런 공개비난을 본다면 마음이 아플 것"이라며 반박했다.
 
원고인 권아솔 측의 현실변호사로 노기환 변호사가, 증인으로 로드FC 김태인-김세영 선수가 동시에 출연했다. 증인들은 명현만의 일반인 참교육 콘텐츠를 두고 격투기 선수로서 동의하지 않는다며 권아솔과 입장을 같이 했다. 헤비급 선수인 명현만의 타격을 일반인이 정통으로 맞게 되면 몽둥이로 가격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충격을 받으며, 뇌진탕 등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 변호사는 안전장비가 없었던 이승용과의 스파링이 형법 266조-268조에 따른 '과실에 의한 상해'가 인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BS <이상한 나라의 지옥법정>의 한 장면.

SBS <이상한 나라의 지옥법정>의 한 장면. ⓒ SBS

 
피고 명현만 측을 대변할 현실변호사로 이경민 변호사가 등장했다. 이 변호사는 원고측의 과실 상해 주장에 의문을 표하며 "현장에는 이미 변호사와 의사가 배치되어 있었다. 상태가 심각했다면 즉각 병원으로 호송됐을 것이다. 영상 자료를 남겨놔서 다행"이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이 변호사는 "권아솔이 명현만을 인격적으로 모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자 법정에 소환한 것"이라며 소환의 취지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명현만은 "참교육의 취지는 누군가를 괴롭혔던 일진이나 조폭을 교육한다는 것"이라면서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항상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권아솔에게 피해를 준 것도 없다"고 해명했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공개됐다. 명현만은 권아솔이 왜 자신을 격투기계에서 도망쳤다고 주장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권아솔은 "명현만이 입식격투기에서 종합격투기로 넘어오면서 명현만의 취직에 내가 보증을 섰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금까지 명현만도 몰랐던 이야기였다.
 
권아솔은 명현만의 실력과 스타성을 믿고 함께 한솥밥을 먹었지만, 어느날 갑자기 연락을 끊고 체육관도 바꿔버리며 자신의 믿음을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명현만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밝히면서 "체육관 운영에 대하여 본인과 권아솔의 철학이 서로 달라서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명현만은 "배신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권아솔에게 피해를 끼친 것이 없고 저의 갈길을 갔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체육계 선배이기도 한 강호동은 "진작에 대면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했으면 쉽게 매듭이 풀릴 수도 있었던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두 사람의 입장을 모두 들어본 정재민 판사는 "격투기는 고상한 척하지 않고 모든 힘을 써서 승부를 보는 정직한 운동"이라며 존중을 표시하면서 판결을 내렸다.
 
정 판사는 "보호장비가 없는 일반인을 가격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개개인의 사적인 복수는 피해자라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명현만의 잘못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격모독과 명예훼손도 마찬가지다. 격투기의 위상과 명예는 소수의 선수들에 의하여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명현만의 격투기 콘텐츠로 일반 국민들의 격투기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는 근거는 부족하다"고 권아솔에게도 일침을 날렸다.
 
정 판사는 두 사람에게 무승부를 선언하며 대신 '지옥의 스파링'을 판결했다. 명현만과 권아솔은 1월 31일 스파링을 통하여 3년을 미뤄온 공식 맞대결을 예고했고 방송에는 2월 2일에 공개될 예정이다. 두 격투기 스타가 이번 스파링을 계기로 오랜 오해와 앙금을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옥법정 명현만 권아솔 법조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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