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배우 이성민의 진솔하고 겸손한 인생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1월 25일 오후 방송된 tvN 토크쇼 <유 퀴즈 온 더 블럭> 178회에서는 '라이벌전'이라는 주제로. 수의사 설채현과 나응식, 여행 크리에이터 '곽튜브' 곽준빈과 '원지의 하루' 이원지, 그리고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열연한 배우 이성민이 출연하여 각자의 직업과 경험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반려동물 천만 시대, 반려동물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강아지파'를 대표하는 설채현과 '고양이파'를 대표하는 나응식 수의사가 출연했다. 두 사람은 강아지와 고양이의 서로 다른 매력에 대하여 양보없는 설전을 벌였다.
 
두 수의사는 반려동물 양육시 주의할 점을 설명했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고 곧 집안이 그들의 세상이다. 나응석 수의사는 "그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줄 것인지는 오로지 보호자들의 몫"이라고 강조하며 반려묘를 위한 안정적인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설채현 수의사는 유기견을 키우는 이연복 셰프의 일화를 언급하며 "반려견을 키우려면 내 인생의 3순위 안에는 둬야 한다"며 하나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보호자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두 사람은 각자 사랑하는 반려묘-반려견을 잃었던 아픔도 겪어봤다. 여전히 만연한 동물학대와 유기의 심각성을 설명하며 변화를 촉구했다. 최근 동물보호법이 강화되며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3년 이하의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다.

설채현 수의사는 "개들의 문제행동 1순위는, 개들에게는 정상인데 사람이 문제라고 여긴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아직도 반려동물을 소유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저는 주인이나 견주라는 단어보다 보호자라는 단어를 쓴다"며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를 강조했다.
 
또한 설채현은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나면 강아지별-고양이별로 떠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인간중심적인 사회에서 반려동물은 손님이 될 수밖에 없다. 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자극에 노출되고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강아지별이 있다면, 사람이 없어서 버림받거나 위협받는 일도 없는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여행전문 크리에이터의 대표주자인 곽준빈과 이원지가 출연했다. 두 사람 모두 안정된 직장을 다니다가 새로운 삶과 변화에 대한 갈증으로 모든 것을 버리고 유튜브에 뛰어들었다. 곽준빈이 현지인들과의 소통을 중시한다면, 내향적인 성격의 이원지는 여행과 체험 그 자체에 집중하는 불통 여행을 선호한다고.
 
곽준빈에게는 학창 시절 학교폭력에 지속적으로 시달리다가 고1 때 자퇴를 했던 아픈 경험을 고백하여 눈길을 끌었다. 곽준빈은 "한국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창피한 일이다.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하면 원인을 당한 사람에게서 찾는다. 가해자들은 많고 피해자는 극소수니까. 우리 학교는 폭력이 없는데라고 하는 사람들은 사실 피해자들에게 관심이 없는 거다. 피해자들이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폭력을 가한 사람들이 느껴야 할 죄책감을 오히려 피해자들이 느껴야하는 현실은, 우리 모두에게 생각해봐야 할 여운을 남긴다.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할 정도로 아프고 힘든 10대를 극복한 곽준빈은, 20대는 누구보다 후회없는 날을 보내야겠다는 일념으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았다. 본인의 노력으로 오랜 꿈인 유학을 다녀왔고 외국어로 직장을 구할 정도의 실력을 갖춰서 대사관에 취업했다. 곽준빈은 힘든 시절 방구석에서 자책하던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로 "힘든 순간을 본인의 결단으로 끊어낸 것만으로도 인생의 좋은 선택을 한 거니까 자책하지 말고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곽준빈이 이름을 알리면서 가해자인 동창들에게 종종 연락이 오기도 했지만 정작 그들은 자신이 했던 짓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유재석은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사과다. 지금이라도 방송을 보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본인이 잘못한 것에 대한 반성과 사과 그리고 처벌을 받기를 바란다"며 일침을 날렸다.
 
"평범보다도 못했던 아이" 이성민이 걸어온 길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2022년 최고의 히트작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순양의 창업주 진양철 회장을 열연하여 인생연기를 선보인 명배우 이성민이 출연했다. 평범한 가장이자 직장인, 올곧은 신념으로 정의를 쫓는 베테랑,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냉철한 권력자까지, 이성민은 모든 교집합을 충분히 감당해내는 더할 나위없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밥알이 몇 개고?", "그게 돈이 되나" 등 평범할 수 있는 대사들은, 이성민이라는 배우를 거치며 냉철한 재벌 회장 진양철의 캐릭터를 함축하는 유행어가 됐다.
 
이성민은 처음엔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약 20년을 뛰어넘는 진양철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부담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재벌집 막내아들>을 촬영하기 전에 이미 영화 <리멤버>를 통하여 80대 노인을 먼저 연기한 바 있어서 막상 진양철 캐릭터를 소화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손자 진도준 역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송중기와 케미도 화제가 됐다. 이전까지는 특별한 인연이 없었던 두 사람이지만, 송중기는 진양철 역을 이성민이 맡았으면 좋겠다고 추천했고, 이성민 역시 송중기의 출연 소식을 들은 것이 출연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였다고. 이성민은 "제가 나이가 한참 많지만 같이 작품을 하면서 그 친구에게 배운 것도 있다. 톱스타임에도 사람들을 만날 때 소탈하고 편안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재벌집>에서 시청자들이 극찬한 이성민의 최고 명연기는, 냉철하던 진양철 회장이 인지능력 저하로 섬망 증세를 보이며 어린 아이처럼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시청자들은 시시각각으로 변해가는 이성민의 디테일한 표정연기을 보며 소름이 돋는다는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화제의 병원신은, 이성민이 다른 작품을 찍다가 몇 달만에 다시 복귀하여 촬영한 장면이었다. "만 11개월 정도 재벌집 촬영을 했는데, 오랫동안 그 역할을 하다보니까 후반에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며 덤덤하게 밝혔다.
 
배우로서 자신의 인생작을 만난 느낌은 어떨까. 이성민은 "감사하다. 드라마를 봐주신 시청자들, 함께 만든 제작진과 동료 배우들, 그리고 배우로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난 게 감사하다"라고 고백했다.
 
밑바닥에서 온갖 고생을 겪으며 자수성가한 진양철 회장처럼, 이성민이 걸어온 배우 인생도 비슷한 면이 많았다. 정작 "연기쪽에 소질이 보이지 않는 평범보다도 못한 아이"였다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평가한 이성민은, 부모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냥 저 일이 재밌을 것 같고,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다"고 밝혔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이성민의 연기 인생은 순탄하지 않았다. 고향이 경북 봉화에서 연극단 생활을 시작한 이성민은 이후 대구로 옮겨서 10년간을 활동했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며 몇 번이나 고비를 겪었다. 20대에는 너무 배고프고 서럽고 힘들어서 베개를 붙들고 울기도 했다고. 버스비조차 없어서 걸어다녀야 했고, 배고픔에 천 원짜리 떡볶이를 구입하여 매운 국물을 들이키거나, 커피 프림과 마가린을 섞어 만든 죽으로 허기를 달래기도 했다. 힘들어서 포기하고 그만두려고도 했지만, 결국 자신은 다시 연기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결론을 얻고 다시 돌아왔다.
 
힘든 시절에 만난 아내와의 로맨스는 이성민의 인생에 한 줄기 빛이 됐다. 무용을 전공했던 아내는 이성민이 출연한 연극에 안무가로 참여했다가 먼저 이성민에게 관심을 표현하며 인연을 맺었다고. 이성민은 "연애 때는 제가 가끔 화를 내면 아내가 울기도 했다. 그때는 여리고 겁도 많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런 성격이 아니더라. 분을 못 이겨서 울었던 거였다"고 폭로하여 폭소를 자아냈다.
 
이성민은 훗날 아내와 결혼한 이후 "당신은 뭘 믿고 나랑 결혼했어라고 물어보니 '그냥'이라고 답하더라. 내가 TV에 나오고 잘될 줄 알았냐고 물어도 '전혀'라고 했다"면서 불투명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오직 이성민만을 바라보고 결혼을 선택한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아내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묵묵히 견뎌주고 나를 채근하거나 그렇지 않았다. 그 덕분에 이렇게 잘 된 것도 같고 지금도 미안해하고 있다"면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기쁨보다도 등에 식은 땀이 났다고. 부부가 힘든 건 감수할 수 있어도 아이까지 힘들게 할 수는 없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성민은 "아이 태명이 희망이였다. 아이한테는 희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지었던 거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면서 일이 잘 풀리기 시작했다. 저희한테 축복을 가져다준 아이였다"고 회상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기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성민은 <대왕 세종> <부당거래> 등 여러 작품의 조연으로 활약하며 조금씩 이름을 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2년 방송된 드라마 <골든타임>에서 강직한 의사 최인혁 교수를 연기하며 40대 중반의 나이에 데뷔 25년 만에 처음 주인공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당시 드라마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이성민 앓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이성민의 이름과 얼굴을 처음으로 대중에게 제대로 각인시킨 작품이었다.
 
2014년 방송된 오피스드라마 <미생>의 영업 3팀 오상식 과장 역할 역시 이성민의 커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드라마는 우리 시대 평범한 직장인들의 애환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많은 공감대를 자아냈다. 역할상 이성민은 매일같이 회사원같은 복장을 입고 드라마 현장에 출근하며 직장인의 삶을 간접체험해보며 묘한 감정을 느꼈다고. 극중 애주가로 술을 마시거나 만취한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오상식 과장과 달리, 정작 이성민 본인은 술을 하나도 못 한다고.
 
당시 시청자들은 "일주일에 8번 술을 마시는 듯한 외모는 정말 우리 과장님 같다"며 실제 회사원같은 이성민의 놀라운 싱크로율을 극찬했다. 이성민은 "저는 유독 캐릭터 이름으로 불러주는 분들이 많다. 골든타임 때는 '최 교수님', 미생 때는 '과장님 혹은 차장님', 재벌집을 하고나서는 '회장님' 하고 불러주신다"며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녹아든 연기만큼이나 뜨거웠던 시청자들의 반응을 설명했다.
 
"고시원 방값 봉투에 넣어 주신 적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이성민의 인품과 관련하여 후배들이 전한 훈훈한 미담들이 많이 알려졌다. <미생>에서 연기했던 배우 전석호는 이성민이 밥을 사주면서 "나중에 잘되더라도 너처럼 혼자 있는 애를 보면 꼭 데려가서 밥같이 먹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극한직업>에 출연했던 이중옥은 "고시원에 살던 시절, 밥을 사주면서 다 먹을 때까지 지켜보고 고시원 방값을 봉투에 넣어 주신 적도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성민은 쑥스러워하면서 "제가 겪었던 것 때문이다. 저도 선배들에게 그렇게 사랑을 받았다. 대단한 것이라고는 생각 안 한다. 후배들이 현장에서 혼자 있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지를 잘 아니까"라고 겸손해하며 "다행히 그 친구들이 잘돼서 이런 이야기를 해주니까 좋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미생>에서 "어떻게든 버텨라. 여기는 버티는 게 이거는 거다. 버틴다는 건 어떻게든 완생으로 나아가는 거니까. 우린 아직 다 미생이야"라는 오 과장의 명대사는 수많은 직장인들의 심금을 울리며 공감대를 자아냈다. 그리고 이는 이성민 본인의 젊은 시절을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이성민은 "저 역시도 젊은 시절을 잘 버텨왔다. 미생을 연기하면서 저의 어린 시절이 투영되는 부분이 많아서 많이 공감했다"라고 고백했다.
 
또한 <미생>에는 비품을 빌리러온 옆 팀 인턴의 실수가 장그래(임시완)가 잘못을 뒤집어쓴 부분에 대하여 오 과장이 술기운을 빌어 "딱풀 좀 빌려주라고, 우리 애만 혼났잖아" 하고 감싸주는 장면이 등장한다. 장그래는 자신을 '우리 애'라고 불러주며 같은 팀으로 받아들여준 오 과장에게 감동한다.
 
이성민은 "그 '우리 애'라는 말이 어떤 느낌인지 알고 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대구로, 대구에서 서울로 옮겨오면서 극단에 소속되었지만 소속감을 느끼지 못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낯설음이 연기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성민은 20~30대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로 "어떻게든 버텨라. 그것이 얼마나 미련하고 불안한지 알지만 그럼에도 '젊음'이라는 것은 축복이다. 20대의 눈물은 아픈 눈물이 아니라 아주 건강한 눈물이니까. 그리고 30대에게는 거듭 포기하지 마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고백했다.
 
2019년 백상예술대상에서의 수상 소감은 지금도 회자된다. 이성민은 "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연과 우연, 그런 만남의 결과가 지금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저와 인연이 있었던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성민은 당시를 회상하며 "내가 뭘 했다고 이런 자리에 앉아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때부터 시간이 거꾸로 갔다. 그동안 나를 스쳐갔던 좋은 인연이든 나쁜 인연이든 그 사람들 덕분에 내가 이 자리에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의 힘으로 이뤄낸게 아니었던 거다"라고 고백했다.
 
이성민은 한 다큐멘터리에서 수십년간 묵묵히 외길을 걸어온 한 직장인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나 역시도 그래왔다. 그분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이어 이성민은 "수십년간 연기를 하면서 캐릭터의 옷을 입고 산 날이 그냥 나로서 산 날보다 더 많을 것이다. 그만큼 어떤 캐릭터로 현장에 있는 것이 익숙해졌고 편안한 일이 된 것 같다. 그러니까 해야지,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는데"라고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배우인생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예술가인 배우로서,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꿈을 쫓는 직장인으로서 차분하고 우직하게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이성민의 진솔한 고백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유퀴즈온더블럭 배우이성민 곽튜브 진양철 학교폭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