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 MBC

 
MBC의 장수 토크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가 18일로 방영 800회를 맞이했다.  
지난 2007년 <황금어장>의 코너로 출발해 2011년 독립 프로그램으로 거듭 태어난 <라디오스타>는 그동안 수많은 연예계 입담꾼을 발굴한 예능 원석들의 출발점이 됐다. 지금도 스타 초대 손님들의 재치 넘치는 끼로 매주 수요일 밤을 책임지고 있다.  

어느덧 햇수로만 17년째가 될 만큼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라디오스타>는 여러 인기 예능들의 흥망성쇠 속에서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날 <라디오스타>는 이경규, 김준현, 배우 권율, 유튜버 오킹 등 기묘한 조합의 게스트들과 더불어 800회를 자축했다.  

"새 시대에 새 인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내가 직접 김구라를 MC로 추천했다"는 예능대부 이경규와 이에 맞선 김구라 특유의 반격이 보는 이들을 즐겁게 했다. 

5분 짜리 더부살이 신세로 출발​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 MBC

 
<라디오스타>를 탄생시켰던 <황금어장>은 출발 당시 토크 중심의 <무릎팍도사>와 더불어 <실화극장>, <무월관> 등 각종 상황극 콩트로 채워진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던 중 상대적으로 반응이 적었던 콩트 코너들을 없애고 <라디오스타>가 한자리를 꿰차면서 지금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라디오스타>가 큰 인기를 누렸던 것은 아니었다. 김국진-윤종신-김구라-신정환 등 별다른 접점이 없었던 초기 멤버들의 조합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예측 불허의 입담을 이어갔고, 시간이 지나면서 큰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때론 <무릎팍도사> 그림자에 가려 고작 "한주 5분 방영"의 더부살이 신세를 면치 못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구성과 MC들의 B급 감성 가득한 독한 토크가 결합되면서 <라디오스타>만의 색깔을 확고히 마련했다. 그 결과 한때 최고 토크 예능이던 <무릎팍도사>가 종영된 이후에도 <라디오스타>는 명맥을 이어가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4인 체제 MC 구성, 그들의 공헌​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 MBC

 
세월이 지나 MC도 일부 교체되긴 했지만 김국진-윤종신(2019년 하차)-김구라(2012~2013년 잠정 하차)로 대표되는 핵심 인물들은 지금의 <라디오스타>의 틀을 확고히 만든 주역들이었다.

크고 작은 사건 사고로 인해 하차하는 출연진도 있었지만 4인 체제의 정체성을 마련한 건 이들의 공헌에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기자-프로 골프 도전 등으로 한동안 예능계와 멀어졌던 김국진은 <라디오스타>를 시작으로 활동을 재개했다. 김국진은 엉뚱함과 진중함 사이에서 프로그램의 중심을 잘 잡아줬다. 

윤종신은 깨방정 입담으로 분위기를 경쾌하게 이끌었다면 김구라는 특유의 독설로<라디오스타>의 색깔을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 이밖에 3인방 다음으로 장기간 진행을 맡았던 규현과 현재의 유세윤, 안영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지상파 토크 예능의 마지막 자존심​​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 MBC

 
지난해 12월 거행된 2022 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예능인상'을 수상한 김구라는 이런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다음주 <라스>가 800회 녹화를 한다. 16년을 했으면 맛집으로 치면 노포나 다름이 없다. 사람들은 익숙함보단 신선함에 열광을 한다. 예전만큼은 눈길이 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즐겁게 16년간 방송을 하고 있다."​

​기존 지상파 TV가 담당했던 토크 예능의 역할은 이제 유튜브 웹 예능들에게 넘어간 지 오래다. 독설로 유명했던 김구라도 세월이 쌓이면서 그 시절만큼의 매운 맛을 쏟아내진 않는다. 2023년의 <라디오스타>는 화제를 선도하는 위치에서 멀어진 것 만큼은 엄연한 사실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500회, 600회 등을 넘어 800회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그 자체 만으로 <라디오스타>는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장수 예능의 모범 사례를 만들었다. "다음주에 만나요! 제발"이란 끝 인사가 언제까지 들릴지 알 수 없지만 오래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임을 아직까지 '예능의 노포' <라디오스타>는 몸소 입증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라디오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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