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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광주대안교육기관연대 등 4개 단체가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7일, 광주대안교육기관연대 등 4개 단체가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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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광주대안교육기관연대 등 4개 단체가 광주광역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밖 청소년 교육권 보장을 위한 조례 제정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최근 국민의 기본적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안교육기관법'이 시행되었음에도 광주시교육청은 아직 확실한 지원 근거가 없다고 말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행정 당국의 방치로 올해에만 두 곳에 해당하는 광주의 대안교육기관이 운영을 중단하게 되었다. 남은 기관들도 위기 상황에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학교를 그만두는 대한민국 청소년은 매년 약 5만 명이며, 광주에서는 한 해 약 1500명의 청소년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광주의 대안교육기관은 23곳이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 응한 청소년들은 학교에 다니는 게 의미가 없어서(37.2%), 다른 곳에서 원하는 것을 배우기 위해서(29.6%) 등을 학교를 그만둔 이유로 제시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지난 10년 동안 이어진 광주시교육청의 대안교육기관 지원은 프로그램 지원에 국한돼 있었다. 광주 대안학교의 상근교사는 혼자서 학교 행정, 학생 상담, 프로그램 지원, 중식 준비 등을 해왔다"며 "시에서 지원해 온 1인 인건비조차 운영비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동안 광주 대안학교 학생들의 교육기본권은 사실상 기관 운영자와 종사자들의 희생에 기대어 유지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정선 교육감은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이야기하지만 이 같은 '1인 체제'가 지속된다면 광주의 학교 밖 청소년들의 교육기본권은 보장될 수 없을 것"이라며 "'어떠한 차별도 없는 보편적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 당국의 책임을 완수해 달라. 시청과 교육청, 그리고 대안교육기관들을 포함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상호 이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대안교육기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참석자들은 또 "대안교육기관법에 근거해 시 단위에서 대안교육기관에 교육경비를 지원할 수 있는 조례를 마련해야 한다. 광주시교육청 또한 등록 대안교육기관을 지원할 수 있는 조례 제정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혹은 미등록 대안교육기관에 다닌다는 이유로 청소년들의 교육 기본권이 침해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27일에 열린 광주시교육청 앞 기자회견에서 한 참석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27일에 열린 광주시교육청 앞 기자회견에서 한 참석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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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언에 나선 YMCA 해밀학교 재학생 정유주씨는 "해마다 많은 수의 청소년들이 다양한 이유로 학교를 나와 학교 밖 청소년이 된다"며 "나 역시 학교를 그만뒀고, 그 직후에는 왜 학교를 그만두었냐는 부정적인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그렇지만 대안학교에 다니면서 학교 밖 청소년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자신감과 다가올 미래를 두려워 하지 않는 마음을 배웠다. 또래 친구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배우고, 주변 어른들, 선생님들과의 상호 작용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대안교육기관법이 제정되었음에도 광주 대안학교에 대한 지원이 더욱 불안정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학교 밖 청소년인 나에게 이 소식은 학교 밖 청소년에게 작은 사회를 경험할 기회조차 주지 못하겠다는 말로 들렸다. 나와 같은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꿈을 꿀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대안학교가 사라지지 않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주셨으면 좋겠다. 함께 최선의 방법을 강구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광주의 대안교육기관인 교육공간 오름(2009~2022) 졸업생인 문현철씨는 "입시교육을 거부해 학교를 자퇴한 후 여러 대안학교를 전전하던 중 교육공간 오름을 만나게 됐다. 그곳은 유난히 힘들었던 학창 시절 동안 유일하게 만족한 학교였다"며 "그랬기에 오름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하나의 텅 빈 구멍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대안교육기관법이 생겼음에도 문을 닫는 대안학교가 생기고 있다. 대안학교의 선생님, 학부모, 청소년, 졸업생들은 거리로 나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며 "지금 광주의 대안학교들은 마치 오름처럼 위기에 처해있다. 이는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위기다. 지금부터라도 광주시와 교육청은 대안교육기관들과 협의체 구성해 대안교육기관의 원활한 운영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그:#광주 대안학교, #대안교육기관법, #광주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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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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