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7년간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놓치지 않았던 두산 베어스의 공격력은 그 어느 팀과 비교해봐도 밀리지 않았다. '타고투저' 현상이 극심했던 2018시즌에는 규정타석에 진입한 타율 3할 이상의 타자가 7명이나 됐다.

그랬던 두산 타선이 올핸 다소 무기력했다. 대부분의 팀 공격 지표에서 중하위권에 머무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FA로 팀을 떠난 선수들의 공백은 물론이고 제 몫을 해 줘야 하는 주축 타자들의 부진까지 겹쳤다. 돌파구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올겨울 두산의 움직임 역시 '공격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와 결별하는 대신 새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를 영입했고, FA 자격을 재취득한 포수 양의지는 4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외부 영입으로 타선에 무게감이 실린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퍼즐 조각이 다 채워진 것은 아니다. 기존 타자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우타 거포' 김민혁도 그 어느 때보다 책임감이 막중하다.
 
 정규시즌 막바지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김민혁

정규시즌 막바지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김민혁 ⓒ 두산 베어스


짧지만 강렬한 인상 남긴 김민혁의 2022년

늘 그랬던 것처럼 김민혁은 올해도 1군보다 퓨처스리그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다. 올해 김민혁의 퓨처스리그 성적은 59경기 타율 0.285(214타수 61안타) 10홈런 41타점 OPS 0.819였다. 1군에서는 9월 전까지만 해도 11경기를 나오는 데 그쳤다.

순위싸움에 있어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던 9월, 확대엔트리 시행과 함께 김민혁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9월 중순까지는 주로 경기 중반 이후 대타로 기회를 얻었고, 9월 1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을 기점으로 선발 라인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김민혁의 존재감이 가장 두드러졌던 것은 바로 9월 18일 인천 SSG 랜더스전이다. 올해 첫 3안타 경기로, 홈런만 두 개였다. 팀은 9회말 오태곤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패배하면서 아쉬움을 삼켰으나 랜더스필드의 좌, 우측 담장을 한 차례씩 넘긴 김민혁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심지어 SSG의 우승 주역이나 다름이 없는 윌머 폰트, 김택형을 상대로 뽑아낸 홈런이었다.

10월 6일 삼성과 홈 경기 역시 잊을 수 없다. 5번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민혁은 팀이 0-2로 지고 있던 4회말 상대 선발 백정현으로부터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이어 두 팀이 4-4로 팽팽하게 맞선 7회말에는 2사 1, 3루서 1타점 적시타를 치면서 역전승을 이끌었다.

38경기, 올해 김민혁의 1군 출전 경기 수다. 2017년 1군에 데뷔한 이후 가장 많은 경기를 뛴 시즌이다. 여전히 한 시즌의 절반도 채 되지 않은 경기 수였으나 정규시즌 막바지에 자신의 이름을 알린 김민혁이었다.
 
 벤치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많았다면, 이제는 주전으로 도약해야 하는 김민혁이다.

벤치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많았다면, 이제는 주전으로 도약해야 하는 김민혁이다. ⓒ 두산 베어스


김민혁 가세하면 타선 한층 강해질 두산

사령탑은 바뀌었다. 그러나 경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승엽 감독은 취임 이후 비교적 출전 기회가 적었거나 젊은 선수에게 관심을 보였다. 신인, 베테랑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똑같이 기회를 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 기회를 잡는 선수가 2023시즌 개막전 주전으로 나서게 된다.

김민혁도 이에 해당한다. 2년간 팀의 주전 1루수로 나섰던 양석환과의 경쟁이 현실적으로 쉽진 않겠지만, 올해 보여준 타격이나 수비 능력만 놓고 본다면 충분히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다.

지명타자로 나설 가능성도 열려 있다. 장타를 생산할 수 있는 타자가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팀 입장에서는 플러스 요인이다. 수비에 대한 부담도 없다. 혹은 체력 안배를 위해 양석환과 번갈아가며 수비를 소화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다.

좌, 우 가리지 않고 빠른 장타 타구를 생산한 점, 이전보다 개선된 변화구 대처 능력 등 올해의 김민혁은 충분히 희망을 보여주었다. 현실적으로 양의지, 로하스의 합류만으로 하루아침에 완전히 다른 팀이 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 더 많은 타석 수를 소화하면서 김민혁이 힘을 보태야 하는 이유다. 이제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는 일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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