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공사가 최하위 페처저축은행을 제물로 4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고희진 감독이 이끄는 KGC인삼공사는 14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2, 25-21, 25-12)으로 승리했다. 페퍼저축은행을 개막 14연패에 빠트리며 연패에서 탈출한 인삼공사는 승점 16점으로 5위 GS칼텍스 KIXX(17점)를 1점, 4위 IBK기업은행 알토스(18점)를 2점 차이로 추격했다(5승 8패).

인삼공사는 외국인 선수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가 블로킹 4개와 함께 47.06%의 성공률로 20득점을 기록했고 '캡틴' 이소영도 55.57%의 높은 공격성공률로 15득점을 올리며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그리고 최근 5경기에서 루키 최효서 대신 인삼공사의 주전 리베로로 출전하고 있는 고민지는 이날 42.86%의 준수한 리시브 효율과 함께 양 팀 합쳐 가장 많은 17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인삼공사의 후위를 든든히 지켰다.

두 시즌 연속 리베로 문제 터진 인삼공사
 
 고질적인 무릎부상에 시달렸던 고민지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리베로로 변신했다.

고질적인 무릎부상에 시달렸던 고민지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리베로로 변신했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2020-2021 시즌 인삼공사는 두 시즌 연속 득점왕에 빛나는 발렌티나 디우프(부스토 아르시치오)라는 걸출한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고도 13승 17패로 6개 구단 중 5위에 그쳤다. 이에 인삼공사는 좀처럼 FA 외부영입을 하지 않던 팀의 전통(?)을 깨고 2021년 4월 2020-2021 시즌 챔프전 MVP이자 FA시장 최대어로 꼽히던 아웃사이드히터 이소영을 3년 총액 19억 5000만 원의 거액을 투자해 영입했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이소영을 데려 온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주전 선수 한 명을 GS칼텍스에 빼앗겼다. GS칼텍스에서 이소영에 대한 보상선수로 두 번이나 리베로 부문 베스트7에 선정됐던 오지영 리베로를 지명한 것이다. GS칼텍스에는 이미 한다혜 리베로와 한수진 리베로가 있기 때문에 베테랑 오지영 리베로를 지명하지 않을 거라는 인삼공사의 예상을 깨버린 '깜짝지명'이었다.

졸지에 주전 리베로를 잃은 인삼공사는 지난 2018년 사인 앤 트레이드를 통해 인삼공사로 이적해 세 시즌 연속으로 오지영의 백업으로 벤치를 달군 노란 리베로가 주전으로 올라섰다. 물론 노란 리베로 역시 기업은행 시절이던 2017-2018 시즌 주전 리베로로 활약하며 팀의 챔프전 준우승에 기여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프로 입단 후 코트보다는 웜업존을 지키는 시간이 훨씬 길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긴 시간을 와신상담한 노란 리베로는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인삼공사 이적 후 처음으로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한 노란 리베로는 지난 시즌 리시브 3위(39.95%), 디그 4위(세트당4.91개)를 기록하며 수비 부문 4위(세트당 6.60개)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인삼공사에서 자신을 벤치로 밀어냈던 오지영 리베로(세트당 6.15개)를 능가하는 활약을 펼친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노란은 시즌이 끝나고 처음으로 대표팀에 선발됐지만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면서 다시 악재가 찾아왔다.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 1주차 일정을 끝내고 훈련 도중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큰 부상을 당한 것이다. 아킬레스건 부상은 수술 후 최소 6개월, 최대 1년의 재활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노란 리베로의 이번 시즌 출전은 쉽지 않았다. 결국 고희진 감독은 고민 끝에 아웃사이드히터 고민지의 리베로 변신을 선택했다.

무릎 부상에 고전하다 리베로 변신
 
 고민지는 최근 5경기에서 77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리베로 포지션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고민지는 최근 5경기에서 77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리베로 포지션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2016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로 기업은행에 입단한 고민지는 기업은행에서 한 시즌을 보낸 후 2017년12월 트레이드를 통해 인삼공사로 이적했다. 고민지는 2018년 1월 18일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의 경기에서 13득점을 올렸고 2020년 2월 6일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전에서는 15득점으로 개인 최다득점 기록을 경신했다. 풀타임 주전자리를 차지하진 못했지만 순조롭게 인삼공사에 적응하고 있었다.

하지만 173cm의 단신 아웃사이드히터 고민지에게는 한 가지 뼈 아픈 약점이 있었다. 바로 단신공격수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고질적인 무릎부상이었다. 신장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무리해서 높은 점프를 시도하던 고민지는 무릎부상이 악화되며 2019-2020 시즌이 끝나고 수술을 받았다. 결국 고민지는 출전시간을 늘려야 하는 2020-2021 시즌 15경기에서 63득점, 2021-2022 시즌에는 24경기에 출전했지만 전위에는 한 번도 서지 못했다.

무릎부상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도중 인삼공사는 노란 리베로의 부상으로 리베로 자리에 구멍이 생겼고 고민지는 미련 없이 리베로로 변신했다. 하지만 첫 번째 시험무대였던 지난 8월 컵대회에서 코로나19 확진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개막 후에는 루키 최효서에게 밀려 벤치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11월 24일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교체 선수로 투입된 고민지는 최근 5경기에서 연속으로 주전 리베로로 활약하고 있다.

풀세트까지 갔던 11월 30일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전에서 24개의 디그와 50%의 리시브효율을 기록했던 고민지는 이번 시즌 9경기에 출전해 44.27%의 리시브효율과 세트당 3.32개의 디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주전으로 활약한 최근 5경기에서는 77개의 디그를 기록했다. 고민지는 14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서도 17개의 디그와 함께 41.18%의 리시브 점유율을 책임지면서 42.86%의 준수한 리시브 효율을 기록, 이소영의 부담을 크게 덜어줬다.

지난 6월 브라질에서 수술을 받은 인삼공사의 주전 리베로 노란은 현재 목발 없이 걸으며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재활속도를 높이고 있다. 인삼공사는 내심 노란 리베로의 시즌 내 복귀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노란 리베로의 복귀시기와 별개로 리베로 변신 첫 시즌부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는 고민지는 시즌 전부터 리베로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았던 인삼공사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여자배구 도드람 2022-2023 V리그 KGC인삼공사 고민지 리베로 변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