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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 가족 모임
 치매 환자 가족 모임
ⓒ 전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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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로 모든 과정이 끝났다. 장수군에서 있었던 치매 환자의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7주간의 치유 프로그램이다. 마지막 진행은 장수군 천천면에 있는 와룡자연휴양림에서 명상과 치유라는 주제어로 했다.

7주 동안 장수군 치매안심센터의 실무책임자와 손발이 잘 맞았다. 그는 대학 때 지도 교수의 권유로 내가 쓴 책인 <똥꽃>으로 독서동아리에서 몇 달 동안 샅샅이 읽었었는데 부임하고 보니 내가 사는 장수라며 반색을 했던 분이다.

다섯 번째로 마련된 자리에서다. 말도 못 하게 추운 날이었다. 늘 그렇듯 자동차가 없는 나는 자전거를 타고 '새비재'라는 해발 600미터가 넘는 고개를 넘어 계북면 '행복 나눔터' 건물의 강의실로 갔다. 장갑을 꼈지만 달리는 자전거 바람도 한몫해서 손가락 끝이 깨지는 것 같았다.

귀는 옷깃으로 감싸고 얼굴 방향은 좌우로 돌려가며 맞바람을 피했다. 이것 말고 달리 나를 보호할 방도가 없었다. 장갑을 두 겹으로 끼지 않은 걸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래서 준비해 간 강의 내용을 모조리 바꿨다. '나에 대한 배려와 돌봄은?'이라고 바꿨다.

스스로 자신에게는 뭘 하는지. 치매를 앓는 가족을 모시면서 고생하는 자신에게 어떤 위로와 지지를 보내는지를 주제로 삼았다. 예상대로였다. 자신에게 하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자기 자신을 그 누구도 객체화한 적이 없었다.

자신을 객체화하는 것은 자기 치유의 핵심이다. 몸이면 몸, 느낌이면 느낌, 감정이면 감정 등 자신의 여러 감각과 현상들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그 현상(증상)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이른바 돌보는 이(흔히 감정노동자, 돌봄 노동자)의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가족들이 힘들 때는 '맘에 드는 카페를 순회한다'라든가, '다른 일거리를 만들어서 힘든 환경에서 벗어난다'라든가 하는 답변들이 있었으나 이것은 힘든 상황을 피하고자 하는 매우 방어적인 조치라 할 것이다.

의도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바꾸는 사람, 감지와 감각을 구별하여 별개로 처리하는 사람은 없었다. 감각을 바로 생각과 판단과 행동으로 연결하고 있었다. 편리하고 달콤한 '습관'의 자동화된 응대이다. 이는 원망과 한탄, 또는 자책이나 과도한 자기만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홉 가족은 일곱 번의 만남에 단 한 사람의 결석(?)도 없이 개근했다. 이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치매 가족 모임에 와서 비로소 숨이 트인다고. 어깨가 가벼워졌다고. 치매를 이해하니 어머니를, 아버지를, 남편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그동안 알았던 비정상이 정상임을 알게 되었다고. 자신을 향하던 근거 없는 책망들과 그로 인한 상처에서 벗어나게 되었다고.

세 번째 모임으로 기억된다. "내가 참으로 바라는 것은?"이라는 주제를 놓고 1시간을 토론했다. '자기 자신'에 집중하게 했다. 내가 나에게 참으로 바라는 바가 뭔지 찾아가는 방식이었다. 광맥을 따라가는 광부처럼 내면 깊이에 있는 자비와 공감과 애도의 마음을 길러내는 시간이다. 참 평화로 가는 길목이다.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에 매달려 엎치락뒤치락 말라는 게 요지였다.

자신의 느낌에 생생하게 살아 있을 것,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힘 기르기. 느낌과 감각이 곧장 두려움의 기억과 연결되어 생각이라는 고질적인 수렁에 빠지지 않게 하는 기법들로 '습관'을 넘어서게 하는 시간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내일 <경남도민일보>에도 실립니다.


태그:#치매, #치매가족, #치매안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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