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프로 스포츠에서 우승을 달성하면 그 팀의 감독이나 단장들은 더 좋은 대우로 재계약을 하게 된다. 올해 와이어 투 와이어(Wire-to-Wire)로 한국 시리즈 우승까지 이뤄낸 SSG 랜더스의 김원형 감독도 한국 시리즈 중 재계약을 보장 받았고, 우승을 이뤄낸 뒤 세부 계약 내용을 조절하여 합의했다.

물론 우승을 달성한 뒤에도 팀에서 물러난 지도자나 단장의 사례도 있다. 공교롭게 SSG의 전신인 SK 와이번스의 2018년 한국 시리즈 우승이 이뤄진 뒤였다. 당시 SK의 외국인 감독이었던 트레이 힐만(현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선수 육성 이사)은 미국에 있던 가족들의 병간호를 위해 재계약을 하지 않고 미국으로 돌아가서 활동하고 있다.

SSG는 이번에도 우승을 달성한 뒤 류선규 단장이 물러나게 됐다. 류 전 단장의 사임이 갑작스럽게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야구계는 당황하고 있다. 다만 류 전 단장이 그동안 우승을 달성한 뒤 물러날 계획이 있었다고 밝히면서 개인적으로는 준비를 하고 있었던 모양새였다.

팬에서 시작하여 단장까지 이어진 야구 인생
 
프로야구 SSG, FA 오태곤과 4년 18억 원에 계약 프로야구 SSG 랜더스가 자유계약선수(FA)를 신청한 오태곤과 계약 기간 4년에 계약금 6억 원, 연봉 10억 원, 옵션 2억 원 등 총액 18억 원에 계약했다고 24일 밝혔다. 사진은 류선규 SSG 단장(왼쪽)과 FA 계약 후 악수하는 오태곤. (SSG 랜더스 구단 제공)

▲ 프로야구 SSG, FA 오태곤과 4년 18억 원에 계약 프로야구 SSG 랜더스가 자유계약선수(FA)를 신청한 오태곤과 계약 기간 4년에 계약금 6억 원, 연봉 10억 원, 옵션 2억 원 등 총액 18억 원에 계약했다고 24일 밝혔다. 사진은 류선규 SSG 단장(왼쪽)과 FA 계약 후 악수하는 오태곤. (SSG 랜더스 구단 제공) ⓒ 연합뉴스

 
류선규 전 단장은 대학 시절 및 장교 복무 시기에 즐겼던 PC 통신으로 야구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어느 정도 유명세를 탔다. 팬심으로 시작한 야구 동호회 활동으로 인하여 그는 LG 트윈스에 입사하여 구단 프런트와 인연을 맺게 됐다.

LG 프런트에서 경력을 쌓은 류 전 단장은 2001년부터 SK 프런트에서 일했다. 마케팅 기획, 홍보, 육성, 전략기획, 데이터 분석 등 프런트에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업무들을 두루 거치면서 어느 새 그는 데이터 분석 그룹장 겸 운영 그룹장까지 역임했다.

그러다 SK가 2020년 부상 선수들의 속출과 염경엽(현 LG 트윈스 감독) 전 감독의 건강 악화 등으로 인하여 팀 성적이 9위까지 추락했다. 염경엽 전 감독은 건강을 문제로 임기를 마치지 못한 채 감독을 사임했고, 손차훈(현 한화 이글스 전력 강화 코디네이터) 전 단장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에 프런트에서 여러 분야의 보직을 두루 거친 류 전 단장이 선임됐다. 2020년 시즌이 끝난 뒤 2021년 시즌을 앞두고 와이번스가 이마트에 매각되었다. 그러나 구단의 역사를 그대로 이어가기로 하면서 류 전 단장은 그대로 SSG의 단장으로 고용이 승계됐다.

SSG 랜더스라는 팀 이름으로 첫 시즌을 보낸 이후 류 전 단장은 팀의 주축이었던 비FA 선수들과의 다년 계약을 적극적으로 체결했다. 아직 FA 자격을 얻지 못했던 문승원과 박종훈, 한유섬 등과 장기 계약을 체결하면서 팀의 중심을 잡았고, 메이저리그 FA 시장에서 직장 폐쇄 상태로 팀을 찾기 힘들었던 김광현도 붙잡았다.

이후 시즌이 치뤄지는 동안 류 전 단장은 전력에 빈 곳이 보일 때마다 적극적으로 트레이드를 추진하거나 부진한 외국인 선수들의 교체도 적극 추진했다. 특히 외국인 선수들의 교체 작업과 관련해서는 류 전 단장이 직접 미국으로 출국하여 선수 자원들을 직접 살펴보기도 했다.

팀 우승에 개인 수상까지... 류 전 단장의 돌연 사임

류 전 단장의 활약 속에 SSG는 KBO리그 역사 상 최초로 시즌 개막 첫 날부터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정규 시즌은 물론이고 한국 시리즈까지 와이어 투 와이어로 우승을 달성하면서 류 전 단장은 취임 시점에 밝혔던 2년 이내의 우승 목표를 달성했다.

우승을 달성한 이후에도 류 전 단장은 멈추지 않았다. 본래 시즌이 끝난 뒤 겨울에는 프런트가 더 바쁜 나날을 보내는 시기라고 하여 스토브 리그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로 단장들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한 시기다.

류 전 단장은 한국 시리즈가 끝난 직후 바로 FA 시장에서의 선수와의 계약, 외국인 선수 협상, 코칭 스태프 구성 등으로 쉴 틈이 없었다. 우승을 기념한 팬 페스티벌에도 참석하여 팬들과 인사를 나눴고, 일구상 시상식에 참여하여 프런트 상도 수상했다.

그런데 12월 12일 류 전 단장은 돌연 단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류 전 단장은 2년 안에 팀을 재건하는 것이 목표였으며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하여 팀의 변화를 위해 후배들에게 기회를 넘길 것임을 밝혔다. 또한 이번 사임이 짧은 시간의 생각으로 결정된 내용이 아니었음도 밝혔다.

2020년 이후 우승 단장들의 사임, 3시즌 연속 이어져
 
2022 일구상 프런트상 수상한 류선규 단장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22 뉴트리디데이 일구상 시상식에서 류선규 SSG랜더스 단장(오른쪽)이 프런트상을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2022 일구상 프런트상 수상한 류선규 단장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22 뉴트리디데이 일구상 시상식에서 류선규 SSG랜더스 단장(오른쪽)이 프런트상을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KBO리그에서는 기존 8구단 체제에서 10구단 체제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리그에 합류한 NC 다이노스(2020년)와 kt 위즈(2021년)가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NC와 kt는 우승을 차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승을 달성했던 단장들이 바뀌었다.

우선 2020년 챔피언 NC는 2021년 4명의 선수가 방역 수칙을 위반하는 바람에 7월에 전력이 크게 약화되었다. 이로 인하여 NC는 구단 대표이사와 단장, 경영본부장을 한꺼번에 교체했다. 이동욱 전 감독은 이 시점에는 징계에 그쳤으나, 2022년 초반 팀 성적이 한때 최하위로 내려 앉으면서 결국 계약을 해지하게 됐다.

2021년에 우승을 차지했던 kt의 단장은 이숭용(현 육성 총괄)이었다. 이숭용은 팀의 미래를 육성하고자 하는 본인의 의사에 의하여 단장에서 스스로 물러나 육성 총괄로 보직을 옮긴 사례에 해당된다.

이번에 류 전 단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NC와 kt에 이어 SSG까지 우승을 달성한 단장이 다음 시즌을 끝까지 치르지 않은 상태에서 물러나는 기록이 3시즌 째 이어지고 있다. 이들 중 팀의 성적이나 분위기 문제에 따른 교체는 NC 뿐이다.

kt와 SSG의 경우는 팀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단장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사례다. 이숭용은 단장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팀을 떠나지 않고, 미래 자원들에 대한 육성을 직접 책임지고 있다. 류 전 단장의 경우 아직 거취가 정해지진 않았다.

갑작스런 단장의 사임, SSG의 프런트는 어떻게?

사실 우승을 달성하면 건강 문제나 가정 문제 등 여러 외적인 요소가 아니라면 기존의 코칭 스태프와 프런트 임원들은 대부분 자리를 지켰다. 김원형 감독도 파격적인 대우로 재계약을 체결했고, SSG는 다음 해에도 류 전 단장이 프런트를 이끌 것으로 보였다.

SK 와이번스에서 SSG 랜더스로 넘어오면서 당시 프런트의 핵심 인력은 그대로 유임돼 2022년 한국 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사업 담당 관계자의 경우는 SK텔레콤에서 이마트 관계자로 바뀌긴 했지만 구단 운영과 관련된 실무자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일단 SSG 측에서는 다음 시즌을 위해 새로운 단장을 찾아야 한다. 보통 기존의 프런트 실무자들 중에서 내부 승격이 자연스럽겠지만, 류 전 단장처럼 구단 프런트에 있는 거의 모든 부서를 두루 경험한 인물을 찾는 것부터가 힘들다.

이렇게 될 경우 기업에서는 야구인 출신이 아니더라도 신세계그룹의 인사가 단장으로 선임될 수도 있다. 다만 이럴 경우 다른 기업의 계열사와 결이 다른 스포츠 구단에 대한 운영에 있어 적응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여기까지도 마땅한 인물이 없다면 외부 인사들 중에서 단장을 영입해야 한다. 선수 출신의 인물이나 구단 프런트 경력이 풍부했던 사람들 중에서 영입 후보군을 구성하여 면접을 실시할 수도 있다.

KBO리그는 2023년 시즌부터 샐러리 캡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서 이에 맞춘 프런트의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이로 인하여 선수들의 연봉 협상 과정에서 거품을 빼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베테랑 추신수가 후배들을 위해 연봉을 대폭 삭감하여 재계약을 했을 정도다.

우승을 달성한 팀이 그 다음 해에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수 있는 강한 팀 전력을 유지하려면 그 만큼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어쩌면 SSG는 2022년 우승을 달성한 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과도기에 접어들었을 수도 있다.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SSG가 어떤 인물을 단장으로 선임하게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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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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