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공개된 KBS 웹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지난 10일 공개된 KBS 웹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 KBS

 
오는 17일 SBS를 시작으로 24일 KBS, 29일 MBC 순으로 지상파 방송 3사의 예능을 결산하는 2022 연예대상 시상식이 차례로 거행된다. 하지만 서로 트로피 나눠주며 자축하기 민망할 만큼 2022년 지상파 3사 예능은 확실한 1인자를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빈곤'에 빠져 있는 실정이다.   

케이블, 유튜브, OTT 등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이제 두자릿수 시청률의 예능 프로그램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특히 <나는 솔로>(SBS 플러스, ENA), <환승연애2>(티빙), <돌싱글즈3>(MBN) 등으로 대표되는 '연애 예능' 전성시대가 도래하면서 케이블+OTT 비연예인 및 단체 출연작들은 높은 화제성 속에 지상파 예능을 압도하는 등 거센 물결로 방송가를 장악했다. 

연말 결산 시상식이 벌어지는 12월을 맞아 한 해 예능계를 정리하는 각종 분석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하는 때를 맞춰 김구라가 진행하는 KBS 웹예능 <구라철>에서도 이와 같은 취지의 방영분을 지난 10일 공개해 관심을 모았다. 이른바 '연예대상의 남자'라는 별명까지 얻었을 만큼 지난 2019년 SBS연예대상에서 거침없는 시상식 비판 발언을 남긴 김구라가 한 해 3사 예능을 결산하면서 대상 수상자에 대한 예측을 내놓아 관심을 모았다. 

MBC, 전현무 혹은 나혼자 산다 팀 우세 전망​
 
 지난 10일 공개된 KBS 웹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지난 10일 공개된 KBS 웹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 KBS

 
​해마다 <구라철>을 통해 연예대상 전망을 내놓았던 김구라는 시상식을 담당하는 제작진, PD들은 어머니의 심정에 비유했다. "있는 반찬 갖고 어떻게 좀 해보려니까 항상 밥상머리에서 걱정한다"라는 그의 언급은 충분히 공감할 만한 지적이었다. 화려하게 상을 차려보려고 해도 막상 텅텅 비어 있는 게 지금 연말 시상식의 현실 아니던가.

일단 김구라의 선택은 전현무 또는 <나 혼자 산다> 팀이었다. 이 지적은 충분히 납득할 만했다. 지난해까지 침체기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던 <나 혼자 산다>는 전현무의 고군분투와 더불어 '무스키아', '팜유', '무든램지'  등 다양한 별명을 탄생시키면서 캐릭터쇼의 부활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기존 박나래+기안84를 중심으로 키, 코드쿤스트, 차서원, 이주승 등 신구 연예인들이 확실하게 인상을 심어주면서 MBC 예능의 자존심을 세워줬다.  

반면 <안싸우면 다행이야> 등으로 대표되는 VCR 관찰 예능에 대해선 수상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아무래도 이들 프로그램의 MC(붐)는 추임새를 넣는 분위기 메이커에 한정이 되는 반면 실제 내용을 주도하는 건 무인도에 간 다른 연예인들이라는 점에서 <나혼자산다>와의 경합에서 불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구라의 예측과 별개로 일부 시청자들은 <복면가왕>을 8년째 진행 중인 김성주를 언급하기도 한다.  오랜 기간 일요일 시간대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오고 있거니와 최근엔 2022 카타르 월드컵 캐스터로 복귀하면서 타사 중계와의 시청률 경쟁을 압도적 1위로 이끈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SBS, 또 단체 수상?​​
 
 지난 10일 공개된 KBS 웹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지난 10일 공개된 KBS 웹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 KBS

 
지난해 SBS는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중인 아들들에게 단체로 대상을 수여해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김구라는 "방송국에서도 상을 줄 때 표가 나야 한다"는 표현을 썼다. 이른바 '떼상'(단체 수상)은 표가 잘 안 난다"라는 것이다. 실제 <미우새> 출연진들은 어머님들, 아들들이 단체로 공동 수상를 한 바 있지만 그다지 큰 공감대를 자아내진 못한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골 때리는 그녀들>이 지난 한 해 선전을 펼치긴 했지만 개인의 힘으로 끌고 나아가는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약점이 존재하는 데다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단체 수상을 하기엔 방송국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 뒤따른다. 이에 따라 <미우새> <돌싱포맨>에 출연중인 탁재훈을 언급하는 시청자들도 제법 존재한다.  

"매년 (유)재석이가 받기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받고...."

​한편 김구라는 MBC와 SBS에 대해선 공식이 있다라고 말해 공감을 자아냈다. 바로 유재석이 받는 해, 안 받는 해로 나뉜다는 것이다.  

KBS, 난감하네... 마땅한 대상감 부재​
 
 지난 10일 공개된 KBS 웹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지난 10일 공개된 KBS 웹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 KBS

 
KBS에 대한 언급을 할 때가 되자 김구라의 표정이 묘하게 밝아졌다. KBS 제작진은 "깔 거 많은 KBS"라는 표현으로 그의 속내를 에둘러 표현했다. 보통 10년 이상~최대 40년 이상(전국노래자랑)에 이르는 장수 예능이 다수 존재하는 KBS로선 반대로 화제성 측면에서 타 방송사 대비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다보니 막상 대상을 누굴 줘야할지 막막한 실정인 것이다.

"<구라철>로 구독자 80만 명 확보하고 KBS에서 고정 하나 하면 내가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무주공산이다." 

김구라의 농담반 진담반 발언이 결코 허투루 들리지 않을 만큼 현재 KBS 예능은 방송가의 대세와는 분명 거리가 멀어진 상태다.

이렇다보니 시청자들로 부터 "그냥 오래한 연차대로 알아서 줘라"라는 쓴소리도 들을 만큼 무관심에 가까운 존재처럼 취급받기도 한다. 일부에선 올해 세상을 떠난 명 MC 송해 선생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공로상 같은 것 대신 '대상'으로 그의 업적을 기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지상파 3사 예능, 변화 없으면 고전 불가피​
 
 지난 10일 공개된 KBS 웹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지난 10일 공개된 KBS 웹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 KBS

 
김구라가 "연예대상=그 나물에 그 밥"이란 표현을 쓸 만큼 유행을 선도하거나 대세로 자리 잡는 프로그램 및 인물 부재는 한파에 가까운 3사 예능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나마 시청률 측면에서 선전을 펼친 프로그램을 다수 보유한 SBS조차 화제성 측면에선 자사 케이블 예능('나는 솔로')에 견줄 만한 작품이 없을 만큼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내년에도 비슷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여전히 제작진(PD)의 케이블 채널 및 독립 프로덕션으로의 이탈은 심화되는 가운데 신선한 기획의 등장 보단 기존 예능의 답습, 유지 보수 등 "현상 유지만이라도 하자"에 가까운 움직임이 올해 지상파 3사 예능의 흐름이었다.

케이블과 종편 등이 예능, 드라마를 공동 제작 방영하면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듯이 (강철부대, 나는 솔로 등) 지상파 예능도 필요하다면 타 업체와의 협업을 통한 돌파구 마련에 과감히 몸을 맡길 필요가 있다.  

한때 유행처럼 시도되다가 요즘 들어선 흐지부지 되고 있는 지상파의 웹 예능 제작 등 과감한 기획이 동반되는 콘텐츠 제작에도 다시 뛰어들 필요가 있다.  tvN, JTBC가 각종 유튜브 전용 예능(튀르키예즈온더블럭, 할명수 등)으로 기존 채널에서 하지 못하는 색다른 방향성을 담아 내듯이 지상파 3사 또한 뭔가 과감한 움직임에 나서야 할 상황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김구라 구라철 연예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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