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히 대종상영화제 단체사진

58히 대종상영화제 단체사진 ⓒ 대종상 제공

 58회 대종상영화제 시리즈영화 감독상 수상 <안나-감독판> 이주영 감독

58회 대종상영화제 시리즈영화 감독상 수상 <안나-감독판> 이주영 감독 ⓒ 대종상 제공


"<안나-감독판>이라는 단어 중에 감독판은 묵음 처리돼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원작을 세상에 나오게 만든 감독판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수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종상 '시리즈 영화 감독상'을 받은 이주영 감독은 수상 소감은 특별했다. 물론 스태프들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수상에 대한 고마움과 작품의 의미를 인정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으나, 솔직한 감독의 마음을 전달한 것이었다.
 
지난 6월 쿠팡플레이가 6부작 시리즈 <안나>를 내놓았고 이를 연출한 이주영 감독은 쿠팡 측이 8부작을 일방적으로 6부작으로 편집했다고 폭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한국영화감독협회가 연대의 뜻을 나타냈고, 창작자를 무시했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결국 쿠팡플레이는 8부작을 감독판이란 이름으로 공개하면서 논란을 마무리했다.
 
이에 대종상이 시리즈 영화 감독상을 신설해 이주영 감독을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응원과 위로의 마음을 전한 것이었다. 시리즈 영화 감독상은 개혁을 이루겠다고 다짐한 대종상 변화의 한 단면이기도 했다.
 
제58회 대종상영화제가 9일 오후 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개최됐다. 한때는 국내 영화상 중에 가장 권위 있는 영화상이었으나 각종 논란으로 권위와 위상이 실추됐던 대종상은 쇄신과 변화의 발판은 마련한 모습이었다.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 주목한 대종상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작품상, 남우주연상, 각본상을 차지하면서 가장 빛난 작품이 됐고, <범죄도시2>가 촬영상 편집상, 피플스어워드 남우상을 <인생은 아름다워>가 여우주연상, 음악상, 뉴웨이브상 남우 등을 수상하며 3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를 향한 시선이 특별해 보였다. 신수원 감독의 <오마주>가 대종이 주목한 시선상을 받았고, <모어> 이일하 감독은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모두 새로 신설된 상이었다. 저예산 독립예술영화나 다큐멘터리가 국내 영화상의 사각지대처럼 존재해 온 상황에서 개혁을 외친 대종상이 시선을 확장한 것이었다. 대작 상업영화 중심의 편협한 행사를 다소나마 벗어나려는 노력이 올해 대종상의 특색이었다.
  
 58회 대종상영화제 레드카펫 김혜윤 배우

58회 대종상영화제 레드카펫 김혜윤 배우 ⓒ 이정민

 
독립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는 신인감독상을,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다. 박이웅 감독은 수상소감을 통해 "영화를 본 1만1380명의 관객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비록 많지 않은 관객이 관람했으나, 관객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소감이었다. 김혜윤 배우는 "7년 전에 이 장소에서 이 학교 신입생으로 여기서 입학 축하를 받았는데 7년 후인 지금 이 자리에 서서 상을 들고 있어 감회가 새롭다"고 소회를 전했다.
 
감독상에는 <킹메이커> 변성현 감독이 선정됐다. 코로나 19 등의 영향으로 흥행은 두드러지지 않았으나 잘 만들어진 정치 드라마의 완성도를 인정받은 것이었다. 변성현 감독은 "제 마음 속의 남우주연상, 이선균 선배님에게 감사드린다"는 짧고 굵은 소감을 밝혔다.
 
안성기 배우의 공로상 수상도 인상 깊었다. 투병 중인 안성기 배우는 영상을 통해 전한 소감에서 "젊음이 영원할 줄 알았는데 세월의 흐름이 유난히 느껴지는 요즘이다. 오래오래 영화 배우로 살면서 늙지 않을 줄 알고 나이를 잊고 살았는데, 최근 들어 시간과 나이를 멈출 수 없음을 실감한다"며 "제 건강을 걱정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좋아지고 있고, 새로운 작품으로 뵙겠습니다"라고 인사했다.

뒤이어 신인상 시상자로 나선 김한민 감독은 "얼마 전에 안성기 배우를 만났다"며 "운동을 하면서 차츰 회복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정상화된 대종상 영광"
 
 58회 대종상영화제 레드카펫 <헤어질 결심> 박해일 배우

58회 대종상영화제 레드카펫 <헤어질 결심> 박해일 배우 ⓒ 이정민

  
 58회 대종상 레드카펫 <인생은 아름다워> 염정아 배우

58회 대종상 레드카펫 <인생은 아름다워> 염정아 배우 ⓒ 이정민

 
수상자들이 감사와 함께 전한 각양각색의 소감도 눈길을 끌었다. 작품상 수상자인 <헤어진 결심> 박찬욱 감독은 음성으로 보낸 인사에서 "오랜만에 정상화된 후 첫 대종상이라 영광스럽고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박해일은 "오랜만에 이 상을 다시 받게 돼서 영광이다"라고 했고, 여우주연상 수상자 염정아는 "<인생은 아름다워>는 선보이는 내내 큰 행복을 준 작품이었다"며 남편 역을 맡은 류승룡 배우와 감독과 제작 스태프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58회 대종상영화제 레드카펫 오나라 배우

58회 대종상영화제 레드카펫 오나라 배우 ⓒ 이정민

   
 59회 대종상영화제 레드카펫 변요한 배우

59회 대종상영화제 레드카펫 변요한 배우 ⓒ 이정민

 
피플스 어워드 여우상을 받은 <장르만 로맨스> 오나라 배우는 "상상도 못했다.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와 있어서 그거만 생각하고 왔는데 갑자기 듣도보도 못한 상을 받게 돼 좋기도 하고 어안이 벙벙하다"라며 "<장르만 로맨스> 이거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저에게 출연 제안이 왔을 때 재지 않고 흔쾌히 수락했는데 제가 그때 재거나 그랬으면 이렇게 해맑게 웃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산: 용의 출현>으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변요한 배우는 스태프들에게 감사를 전한 후 "작품 하는 동안 멋있는 전사들과 함께하는 기분이었다. 마음을 따듯하게 해주시고 배부르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매끄럽지 못한 진행은 문제
 
올해 대종상의 큰 변화는 행사 권한을 외부에 팔아넘기지 않고 영화인총합회에서 직접 주관한 점이었다. 한국 영화의 대표상으로서 박기용 영진위원장도 참석해 시상자로 나섰다. 박기용 위원장은 "대종상 회복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힘을 실었다.
 
 58회 대종상영화제에 참석한 박기용 영진위원장과 양윤호 영화인총연합회 회장

58회 대종상영화제에 참석한 박기용 영진위원장과 양윤호 영화인총연합회 회장 ⓒ 이정민

 
그러나 행사 진행은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다큐멘터리상 <모어>가 호명되자 대리수상자가 올라왔으나, 대리수상은 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트로피를 준비하지 않아 대리수상자가 머뭇거리다 단상에서 내려가는 민망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영상으로 이미 수상자가 공개된 상황에서 단상의 시상자가 수상자를 발표하는 촌극이 벌어졌고, 사회자가 몇 차례 수습하기는 했으나 매끄럽지 못한 진행은 행사의 질적 수준을 떨어뜨렸다. 한 원로 영화인은 "행사 총감독의 자질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사전 리허설도 안 한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심사위원 구성에서도 일부 영화인총연합회 산하 단체장들이 당연직으로 참여한 것도 개혁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대종상의 문제를 답습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 영화계의 신망이 높거나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지 못한 단체장이 당연직 심사위원으로 나서는 것은 문제의 여지가 있다. 한 영화인은 "자질이 의심되는 인사들이 단체장이 됐다고 심사에 나서는 것은 우습게 보일 수 있다며 전문적인고 신뢰받는 인사들 중심으로 심사위원이 구성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공정한 수상을 위해 국민심사단을 운영해 투명성을 더했다고 했으나 투표권으로 수익을 노린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기에 공정성과 투명성에 도움이 됐는지는 의문이다. 영화인총연합회 측은 "약 1만 개의 대종상 NFT 발행을 통해 국민심사단이 선정됐고, 이를 통해 진행된 투표는 전문심사단과 1대 1 비율로 반영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한 수상작 선정에서 일반인들의 참여는 가장 많은 관객이 본 작품 중심으로 인기투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는 모습이다.
 
제58회 대종상영화제 수상자(작) 
▲작품상 : <헤어질 결심>
▲감독상 : 변성현 <킹메이커>
▲여우주연상 : 염정아 <인생은 아름다워>
▲남우주연상 : 박해일 <헤어질 결심>
▲여우조연상 : 임윤아 <공조2>
▲남우조연상 : 변요한 <한산: 용의 출현>
▲신인여우상 : 김혜윤 <불도저에 탄 소녀>
▲신인남우상 : 무진성 <장르만 로맨스>
▲신인감독상 : 박이웅 <불도저에 탄 소녀>
▲공로상=안성기
▲각본상 : 박찬욱/정서경 <헤어질 결심>
▲뉴웨이브상 여우 : 박세완 <6/45 육사오>/조윤서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뉴웨이브상 남우 : 옹성우 <인생은 아름다워> / 박재찬 <시맨틱 에러: 더 무비>
▲피플스 어워드 여우 : 오나라 <장르만 로맨스>
▲피플스 어워드 남우 : 박지환 <범죄도시2>
▲음악상 : 김준석 <인생은 아름다워>
▲미술상 : 류성희/이하준 <외계+인 1부>
▲촬영상 : 주성림 <범죄도시2>
▲시각효과상 : 제갈승 <외계+인 1부>
▲조명상 : 이성환 <헌트>
▲의상상 : 권유진/임승희 <한산: 용의 출현>
▲편집상 : 김선민 <범죄도시2>
▲다큐멘터리상 : 이일하 <모어>
▲시리즈영화 감독상 : 이주영 <안나-감독판>
▲대종이 주목한 시선상 : 신수원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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