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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와무라 켄이치 (주)트러스트뱅크 대표이사가 '일본 고향세 쌍방향 플랫폼 등장배경과 역할'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카와무라 켄이치 (주)트러스트뱅크 대표이사가 '일본 고향세 쌍방향 플랫폼 등장배경과 역할'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이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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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세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의 공동가치창조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업, NPO, 주민의 노력과 더불어 행정의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카와무라 켄이치 ㈜트러스트뱅크 대표이사)


한일 전문가들은 내년 초부터 시행되는 '고향사랑기부제(고향세)'의 성공을 위해 다양한 주체들의 협력과 사용자 편의를 고려한 플랫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현 주소지가 아닌 지역에 기부하면, 세액 공제와 답례품을 돌려받고 해당 지자체는 이를 주민복리 증진에 쓰는 제도다. 고향세는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23년 1월 1일 본격 시행되며, 지방재정 보완 및 지역경제 활성화,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개인이 주소를 둔 지자체 이외의 고향에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함께 지역 특산품으로 답례품을 받는다.

지난달 29일 청년허브 다목적홀에서는 청년의 새로운 기회와 지역 활성화를 주제로 한 '2022 고향사랑기부제 국제 포럼'이 개최됐다. 행정안전부, 울산광역시, 청년허브, 사단법인 씨즈, (재)피스윈즈코리아 등 민관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포럼은 한국보다 앞서 고향세 제도를 시행한 일본 사례를 통해 국내 고향세가 나가야 할 방향을 살펴보고 국회, 지자체, 민관 전문가가 함께 실행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일본은 2008년부터 '고향세(후루사토 납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도입 첫해 기부금은 81억 엔(약 820억 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기부금은 8320억 엔(약 8조 원)으로 눈에 띄게 증가해 일본 농촌과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고향세 시행에 지자체들의 준비 필요해"
 
조인선 강원 양구군 인구정책 T/F 팀장이 '양구의 실험: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 접근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조인선 강원 양구군 인구정책 T/F 팀장이 '양구의 실험: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 접근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이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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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포럼의 첫 발제를 맡은 조인선 강원도 양구군 인구정책T/F 팀장은 양구군의 고향세 지정기부 접근 전략에 대해 소개했다. 양구군은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답례품과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거버먼트크라우드펀딩(GCF: Government Crowd Funding)을 양구군의 주요한 전략으로 꼽았다.

양구군은 넓은 땅에 비해 인구는 2만명을 겨우 넘었다. 연간 예산도 4천억 원이지만 일반적인 지원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양구군은 지역을 자주 찾고 지역 생산품을 소비하는 관계인구 확보에 집중해 고향세가 지역민과 관계인구를 잇는 창조적 공유지대로 발전하는 생태계 구조조정을 주요 전략으로 삼았다. 조 팀장은 "기부금을 모으는 과정에 다양한 민간영역을 참여시키고 관계인구화를 지향하며, 다양한 사회적 생태계가 주체가 되어 기존 예산사업들과는 차원이 다른 영역에서 사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관계인구와의 애착 형성을 목표로 한 고향세 답례품 아이디어로 양구군은 ▲접경지인 양구의 특성을 담은 양구 군인사랑안내소 설치 ▲학령인구 확보를 위한 산촌유학체험 ▲파지 사과 또는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 농가 지원 ▲양구 공정여행 등을 제시했다.

조 팀장은 "고향세 시행에 지자체들의 준비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민간이 공직사회 문을 두드려 그들과 토론하고 함께 협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본, 지역문제 해결하는 GCF에 초점

이어진 발제에서 ㈜트러스트뱅크의 카와무라 켄이치 대표이사는 트러스트뱅크가 운영하는 일본 고향세 쌍방향 플랫폼의 등장 배경과 역할에 대해 소개했다. 후루사토초이스(Furusato-Choice)는 1600개 지자체가 가입된 일본 최초이자 최대 고향세 플랫폼으로, GCF(거버먼트크라우드펀딩) 모금 형태를 구현하여 기부자의 선택과 알 권리를 보장한 쌍방향 플랫폼이다. 일본의 90% 이상이 넘는 지자체가 후루사토초이스에 참여하고 있다.

㈜트러스트뱅크는 '자립, 지속가능한 지역을 만들자'는 비전 아래 고향세로 들어온 돈이 지역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지역화폐로 만들어 지역 내에서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고자 고향세 모금플랫폼을 만들었다.

카와무라 켄이치 대표이사는 고향세의 가치에 대해 "기부처를 선택할 수 있고, 관계인구의 확대, 지자체 간 경쟁을 통해 보다 자립적이고 지속가능한 지역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고향세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트러스트뱅크는 고향세 사업과 관련해 3개 사이트를 운영 중이라고 한다. ▲90% 지자체가 참여 46만개 답례품을 소개하는 '후루사토초이스'(2012년 9월 오픈) ▲지역문제를 알리고 해결하기 위해 기부금을 모금하는 사용처를 명확히 밝혀 기부하도록 유도하는 문제해결의 자금조달 사이트 'GCF'(2013년 9월 오픈) ▲재해 시 자금조달을 하는 '후루사토초이스 재해지원'(2014년 9월 오픈) 등이다.
 
권선필 공정관광포럼 공동대표, 이와나가 코조 일본 사가현 현민환경부 부부장, 네키 카오리 CIVIC FORCE 대표이사, 김대호 사회적기업 (주)공감만세 연구위원이 지정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권선필 공정관광포럼 공동대표, 이와나가 코조 일본 사가현 현민환경부 부부장, 네키 카오리 CIVIC FORCE 대표이사, 김대호 사회적기업 (주)공감만세 연구위원이 지정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 이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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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의 지역 과제 알리고 호소해야... 지자체 구성원들의 의지 중요해"

카와무라 켄이치 대표이사는 고향세 본연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특산품을 이용한 답례품 제공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문제를 알리고 해결하기 위해 기부금을 모금하는 GCF에 초점을 둬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국의 지자체가 공통으로 겪는 문제를 고향세를 활용해 여러 지자체가 함께 기부를 모집하는 '광역연계 GCF'의 효과성을 강조했다.

켄이치 대표이사는 "공통의 과제를 함께 추진하면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고 기부자들에게도 더 강력한 호소가 된다. 또한 지자체 간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건전한 논의 구조가 생긴다는 점에서 프로젝트의 질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광역연계를 통한 모금으로 9만 여명이 참여한 사례도 있다. 전국 69개 지자체가 함께 유기견 살처분 제로를 만들기 위해 공동모금을 진행해 약 23억엔을 모금했다.

켄이치 대표이사는 "이런 성공에는 플랫폼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지역 과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지자체 직원들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포럼 참가자들은 고향세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민관의 협력이 중요하다는데 입을 모았다.

사가현 고향세 CSO지정기부제도 실현에 큰 역할을 한 후루카와 야스시 중의원(전 사가현 지사)은 "정부와 지자체가 고향세를 이끌어가지만 완벽할 수 없다. 특히 재난재해와 같은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그럴 때 NPO나 CSO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사가현은 기부자가 NPO를 직접 지정해 기부할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하고 제도를 운영한다. 지역의 다양한 조직이 함께 고향세를 모금하여 2021년 기준 104개 단체에서 9억엔(약 90억원)을 모금했다.

사가현에서 재해지원사업을 하는 공익사단법인 CIVIC FORCE의 네키 카오리 대표이사는 "재해지원은 NPO의 힘만으로는 해결이 어렵기에 사가현에서 민관 협력으로 여러 시스템을 만들어 활동한다. 고향세로 인해 민간의 역할이 더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호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연구위원도 "처음 시행되는 제도로 행정의 부담이 큰 만큼 민간이 역할을 나눠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의 고향세 초기 정착을 위해서는 민간 플랫폼 활성화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일본의 제도 시행 초기 공공플랫폼이 있었지만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다, 2012년 민간단체인 ㈜트러스트뱅크가 고향세 플랫폼 후르사토초이스를 운영하면서 고향세도 크게 성장했다. 일본에서 민간 플랫폼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에 대해 후루카와 야스시 중의원은 "민간플랫폼은 기부자 입장에서 직관적으로 기부하기 쉽게 설계되어 있다. 특히 트렌드에 맞춰 운영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인력이 드는데, 공공이 운영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김대호 공감만세 연구위원은 "국내 고향사랑기부제가 성공하려면 행정의 부담을 민간이 나눠가져야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플랫폼이다"며 "플랫폼은 수혜자와 기부자들에게 문이 되어주는 만큼 경직되거나 닫혀있으면 안 된다. 트랜드와 재미, 사용자 친화성 등 이용자가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 같은 플랫폼이 설계되어야 콘텐츠가 풍부해지고 모금도 다양해진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한국의 고향세 초기 정착을 위한 일본의 조언도 이어졌다. 후루카와 야스시 중의원은 "일본 고향세는 플랫폼 수수료, 배달료 등이 50%를 넘지 않도록 하는 기준이 있다. 그러나 수도권에서 먼 지방의 경우 배송료가 더 들어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기준을 정할 때 더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일본의 고향세는 답례품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의 경우 고향세에 '사랑'이 들어가는 만큼, 이게 정말 사랑을 실현하는 제도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했다.

태그:#고향사랑기부제, #고향사랑기부금, #고향세, #지정기부, #민간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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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세상을 꿈꾸며 공정여행을 시작했다. '어디로' 여행할 지가 아니라 '어떻게' 여행할 지 고민하여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세계일주를, 그리고 언젠가 우주여행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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