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방영된 SBS '천원짜리 변호사'의 한 장면.

지난 11일 방영된 SBS '천원짜리 변호사'의 한 장면. ⓒ SBS


SBS 금토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 11일 12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9월 23일 첫 방영된 이래 <천원짜리 변호사>는 코믹과 스릴러, 추리 등을 오가는 독특한 구성으로 시청자들을 사로 잡으면서 두자릿수 시청률 및 화제 몰이 속에 순항하는 듯했다.  

하지만 8회 이후 갑작스런 스페셜 방송과 더불어 <천원짜리 변호사>는 잦은 결방에 따른 주 1회 방영, 당초 14회 예정에서 2회차 축소 등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행보를 이어 나갔다. 급기야는 제작사와 작가 간 불화설 관련 기사가 쏟아지는 등 드라마를 둘러싼 뒤숭숭한 이야기도 쏟아졌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드라마의 가장 하이라이트가 되어야 할 마지막 12회는 마치 유튜브 요약본 급 초고속 전개로 보는 이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3-4회 분량 수준으로 다뤄야 될 JQ그룹 및 관련 범죄 내용이 불과 30-40분 만에 완결되는 초고속 전개는, 불만을 갖고도 천지훈 변호사(남궁민 분)를 비롯해 등장 인물에 대한 애정 하나로 기다렸던 시청자들을 허망하게 만들었다.

JQ그룹 최회장 잡기 위한 묘책 마련
 
 지난 11일 방영된 SBS '천원짜리 변호사'의 한 장면.

지난 11일 방영된 SBS '천원짜리 변호사'의 한 장면. ⓒ SBS

 
지난 11회 말미 이주영 변호사(이청아 분)를 죽인 진범 차민철(권혁범 분)을 직접 찾아간 천 변호사는 수시로 그가 출입하는 곳마다 등장해 난감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는 JQ그룹 회장 최기석 회장(주석태 분)을 수면 밖으로 나오게끔 하려는 나름의 작전 중 하나였다. 허위 자백을 하고 수감중인 가짜 용의자 조우석(전진우 분)의 재심을 도우면서 천 변호사는 몇가지 덫을 놓아 최회장 및 차민철을 잡아 넣기 위한 증거 마련에 부심한다.

​급기야는 조우석이 입원중인 병원에 잠입한 차민철은 그의 독살을 시도하지만 이미 이런 움직임을 예상했던 나예진 검사(공민정 분), 서민혁 변호사(최대훈 분)는 만반의 준비로 대응에 나섰다. 결국 차민철은 재소자 살인 미수 혐의로 뉴스에도 나올 만큼 상황은 갈수록 최회장의 심기를 건드리게끔 확산되었다.

​차민철이 천지훈에게 붙었다고 여긴 최회장 부하들에게 훔씬 두들겨 맞아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던 차민철은 천 변호사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결국 살기 위해 모든 것을 자백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 정도 내용만으론 그동안 JQ그룹 최회장이 저지른 각종 범죄를 법으로 단죄하기엔 증거가 부족했다. 이에 천지훈 변호사는 또 다른 방법을 총동원해 그를 잡아 들일 마지막 대결에 나선다.

목숨 건 마지막 대결... 단죄 성공한 천 변호사
 
 지난 11일 방영된 SBS '천원짜리 변호사'의 한 장면.

지난 11일 방영된 SBS '천원짜리 변호사'의 한 장면. ⓒ SBS

 
​차민철에게 걸려온 전화를 대신 받으면서 최회장의 심기를 건드린 천지훈은 그와 식사 자리를 갖게 되면서 원하는 게 뭐냐는 물음에 이렇게 말한다. "내가 원하는 거? 우리 회장님 감방가는 거!" 의도적으로 회장의 분노를 일으키게 만든 천 변호사는 차민철이 관련 극비 서류를 복사해 보관했다는 고백을 듣고 사무장(박진우 분)의 도움 속에 해당 문서를 손에 넣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자수하더라도 무기징역 정도 받게 될 거라는 말을 들은 차민철은 또 다시 변심해 도망쳤고 최회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윽고 중요한 증거가 있으니 만나자고 천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약속된 장소에 도착한 전 변호사를 기다리는 건 최회장 및 그의 부하들이었다.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겨준 최회장에게 천지훈은 "주영이 죽이라고 지시한게 너야?"라고 물었다.

"맞아 나야. 내가 그랬어. 그거 가지고 나 법정 세워서 감방 생활이라도 시키게? 인정할게... 됐어?"라는 답변을 하게끔 만들었다. 그리고 격투 끝에 현장을 탈출하던 천지훈은 최회장이 쏜 총에 맞고 바다 속에 추락하고 만다. 나예진-서민혁이 차민철 관련 허위 진술 유도 논란으로 검찰 문책을 받게될 찰나 나 검사는 동영상을 회의에서 재생했고 여기엔 최회장에 천 변호사를 죽이려던 현장 상황 및 음성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일련의 과정 역시 천 변호사 및 나 검사 등이 미리 계획한 덫이었고 결국 최회장은 무기징역으로 법의 단죄를 받았다. 그리고 천지훈은 JQ 관련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로 선임되어 관련자들을 처리하기에 이른다. 시간이 흘러 다시 사무실로 돌아온 그는 수임료 조금 올리자는 백마리(김지은 분), 사무장의 간곡한 요청에도 여전히 천원만 받는 변호사로 남게 되었다.

열연 펼친 배우 및 시청자에 대한 배신​
 
 지난 11일 방영된 SBS '천원짜리 변호사'의 한 장면.

지난 11일 방영된 SBS '천원짜리 변호사'의 한 장면. ⓒ SBS

 
<천원짜리 변호사>는 변호사 소재 각종 드라마가 범람하는 요즘 남다른 내용으로 방송 중반 무렵까지만 해도 절대적인 지지를 등에 업었다. 하지만 이후 작품을 둘러싸고 주1회 방영 + 회차 축소 + 각종 갈등설 등 좀처럼 납득하기 힘든 움직임들이 가시화됨과 동시에 이야기의 틀은 완전히 흔들리고 말았다.  

​드라마에 담겨져야할 중요 내용이 마치 누락이라도 된 것 마냥 알맹이 없는 막판 전개는 결과적으론 실망감으로 찾아왔다. 다뤄야 할 이야기를 죄다 빼놓고 무작정 나아가는 건 속도감 있는 전개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어느 시청자는 "유튜브 드라마 요약본도 이 정도로 무성의 하진 않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예정된 회차 축소는 결과적으로 천 변호사 이외의 캐릭터를 무색 무취하게 만드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단독 포스터까지 제작될 만큼 큰 비중을 지닐 것으로 기대되던 서민혁은 단순한 개그 캐릭터 수준에 머물렀고 뭔가 있을 것 같았던 백현무 변호사(이덕화 분) 역시 단순히 분량 메우기 수준으로만 활용될 뿐이었다.  

악당이 주인공을 앞에 두고 단번에 해치울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자신의 범죄 행각을 본인 입으로 술술 내뱉는 내용은 그저 흔한 액션물의 재탕에 머물 따름이었다. 드라마 초반의 신선한 짜임새와는 180도 어긋난 내용이 12회에 담기다보니 보는 순간 절로 탄식을 하게 만들 뿐이었다. 특히 총 맞고 물에 빠진 천지훈의 모습은 마치 <본 얼티메이텀> 속 제이슨 본의 엔딩 장면을 떠올리게 만들며 실소를 자아내기에 이른다.  

​작품을 둘러싼 각종 논란의 진실이 무엇인지 우리들로선 전혀 알 수 없다. 한가지 확실한 건 <천원짜리 변호사>의 막판 흔들림은 용두사미 엔딩 이상의 배신감을 안겨줬다는 점이다. 남궁민을 비롯해 멋진 연기를 선보인 배우들 및 시청자들을 위한 배려가 아니었다는 점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천원짜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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