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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이 10월24일 오후 2시 서울 대법원 앞에서 '대한민국 법원 공무직 총파업 결의대회' 집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이 10월24일 오후 2시 서울 대법원 앞에서 "대한민국 법원 공무직 총파업 결의대회" 집회를 열었다.
ⓒ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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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법원에서 일하는 공무직(시설관리·환경미화·안내·사무보조 등) 400여명이 지난 24일 하루 동안 동시 파업을 벌였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조합원들이다. 각급 법원에 흩어진 공무직들이 동시에 전국 규모 파업에 동참한 건 법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파업 찬반 투표 재적 인원 487명 중 434명(88.5%)이 파업에 찬성했다.

이 중 250여명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 모여 '대한민국 법원 공무직 총파업 결의대회' 집회도 1시간 가량 열었다. 22명의 공무직들이 저마다 "내 생애 첫 파업", "처음이라 긴장되네요"라는 등의 말과 함께 쭈뼛거리며 무대에 올라 발언했다.

"대법원장이 있는 곳이나, 공무직이 있는 곳이나 기관 운영에 필요한 사람들이 있는 건 마찬가진데 우리 임금은 아직 (사업) 비용으로 취급받는다. 우리도 우리 노동으로 임금받고, 임금으로 가정과 사회를 지킨다. 파업으로 저 '윗분'들 생각 바꾸는 계기를 만들자." (최진우 대전법원 공무직 지회장)

2003년부터 서울고법에서만 19년 동안 일한 '법원 안내원' 강아무개(47)씨는 조금 벅찬 마음으로 이 모습을 지켜봤다. 최고참에 속하는 19년차 경력직임에도 강씨는 그 동안 처우 개선을 요구해 본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다 올해 우연히 노동조합을 알게 되면서 "우리가 차별받고 있다"는 생각에 눈을 떴다. 지난 5월,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안내직 11명 전원이 노조에 가입했고 난생 처음 파업도 해봤다.

이들 11명도 이날 집회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우리도 법원의 당당한 가족이고 법원 노동자입니다"라며 "수당 차별을 없애 달라"고 소리쳤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4일 집회 현장에서 서울법원종합청사 안내원 강씨, 성아무개(40)씨, 김아무개(41)씨, 최아무개(42)씨를 만나 파업에 동참한 이유를 들었다. 이들의 답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이 10월24일 오후 2시 서울 대법원 앞에서 '대한민국 법원 공무직 총파업 결의대회' 집회를 열었다. 사진은 서울법원종합청사(서울고법 등) 안내원 11명이 무대에 올라 발언하는 모습.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이 10월24일 오후 2시 서울 대법원 앞에서 "대한민국 법원 공무직 총파업 결의대회" 집회를 열었다. 사진은 서울법원종합청사(서울고법 등) 안내원 11명이 무대에 올라 발언하는 모습.
ⓒ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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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안내직'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민원인들이 법원·등기소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얼굴입니다. 입구의 안내데스크나 민원인들이 민원서류를 작성하는 곳에 설치된 안내데스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청사 위치 안내, 청사 출입 관리, 장애인·노인 이동 지원, 민원인 서류 접수 안내, 재판 안내 등 업무 종류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담보취소나 가압류 해지, 인지송달료 안내 등 모든 소송 업무 접수에 필요한 안내도 맡습니다. 심지어 양식대 서류 채워넣기, 복사기 잉크 교체, 키오스크 번호표 교체 등 잡무도 저희가 하고 있습니다. 어르신을 대신해 간단히 글씨를 써드리기도, 장애인이 오면 휠체어 이동 지원을 나가기도, 대신 우체국이나 은행 업무를 봐주는 일도 자주 합니다."

- 법원 안내직이 근무하는 법원은?

"각급 법원에 1~2명씩은 다 있다고 보면 됩니다.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 회생법원 등이 같이 있는 이곳 서울법원종합청사만 11명으로, 이례적으로 사람이 많습니다. 1명만 일하는 곳도 있을 텐데, 그래서(고립돼있으니)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안내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전국 법원 중 노조에 가입한 안내원이 있는 곳은 아직 서울고법 밖에 없습니다."

- "우리도 동등한 법원 가족"이라고 발언하셨는데요.

"2018년 공공부문 정규직화가 진행되면서 무기계약직(공무직)이 됐지만, 그전엔 파견업체에 고용된 파견직이었습니다. 우리 청사에 가장 오래 일한 직원이 19년차인데, 15년 동안 2년 단위로 파견근로계약서를 쓰면서 일하다 2018년 돼서야 공무직이 됐어요.

그런데 법원행정처는 이 과정에서 어떤 경력도 인정하지 않았어요. 15년, 5년, 3년 등 저마다 근속 경력을 다 갖고 있었는데, 모두 '1년차'로 똑같아졌어요. 1년차든 19년차든 임금도 똑같고, 연차휴가도 모두 11개부터 시작해 이제야 15개가 부여되고 있습니다. 19년차 강씨는 20개가 넘는 휴가일을 부여받고 있었는데, 11개로 줄어버렸어요. 어떤 조건으로 어떻게 공무직이 될 지를 법원행정처와 협상한 적이 없습니다. '이 조건을 받아들일래, 퇴사할래' 두 개 선택지 밖에 없었습니다."

- 1년차 직원과 19년차 직원의 임금이 같다고요?

"네. 거의 법정최저임금으로 같습니다. 또 기본급이 법정 최저임금에 미달합니다. 올해 최저임금이 5.1% 인상됐습니다. 그럼 최저임금이랑 거의 같았던 저희 기본급도 같이 5.1%씩 늘어야 하는데, 1.6~2.1% 정도만 인상하고 나머지는 기존에 있던 식대를 산입시켰습니다. '기본급+식대' 계산으로 법정 최저임금 수준을 맞춘 거죠. 꼼수입니다.

저희 임금명세서엔 기본급과 식대 딱 두 항목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추석과 설명절, 연말마다 50만원씩 상여금이 나옵니다. 근속수당 없습니다. 시설·환경미화 공무직은 '현업수당'을 받고 있는데, 저희와 사무보조 공무직은 없습니다. 같은 공무직인데 왜 우리는 수당을 못받는 것인가요?"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이 10월24일 오후 2시 서울 대법원 앞에서 '대한민국 법원 공무직 총파업 결의대회' 집회를 열었다. 사진은 집회 참가자들이 대법원 담벼락에 법원행정처 비판 피켓을 붙인 모습.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이 10월24일 오후 2시 서울 대법원 앞에서 "대한민국 법원 공무직 총파업 결의대회" 집회를 열었다. 사진은 집회 참가자들이 대법원 담벼락에 법원행정처 비판 피켓을 붙인 모습.
ⓒ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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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수당 차별이 발생하나요?

"법원 공무직 인건비 예산이 한 회계 과목으로 통합돼있지 않고 각 사업비로 다 나뉘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이를 '칸막이 예산'이라고 부르는데, 이게 임금 차별을 낳는 근본 문제입니다. 예로 법원 시설·환경 공무직은 '본부운영지원' 예산에서, 법원 안내·사무보조는 '민원서비스개선' 사업 예산에서, 등기국 환경·시실 공무직은 '등기업무운영지원' 예산에서 책정되는 식입니다. 각 사업비 내에서 인건비가 지출되기에, 어떤 사업비는 예산이 남아 수당을 줄 수 있고, 어떤 사업비는 남는 예산이 없어 수당을 못 준다는 법원행정처 입장이 나오게 됩니다.

저희는 이 칸막이를 없애고 법원 공무직 예산을 통합하자고 파업을 통해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본급을 제대로 인상하고 수당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고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 업무를 보면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있나요?

"저희는 저희가 '감정의 쓰레기통'이라고 말을 하는데요. 민원인의 고압적이거나 무례한 말과 행동, 하소연 등을 고스란히 저희가 다 떠안고 해결합니다. 문제를 크게 만들지 않으려면 저희 선에서 다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대한민국 법이 쓰레기네' '판결이 왜 이딴 식이냐' '판사를 만나게 해달라' '소장을 대신 써달라' '도움도 못 주면서 너는 왜 거기 앉아 있느냐' 등의 말을 흔히 듣습니다. 때때론 심한 욕도 듣습니다. 우리가 법원에 대한 민원인의 방패막이가 되는 것 같아 상처를 받습니다."
  
- 파업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만약 우리가 없다면 민원인들은 얼마나 불편하겠습니까? 법원을 향한 모든 민원인들의 원망과 하소연은 우리가 들어줘야 하고 민원인의 분란을 잠재우는 역할도 합니다. 이렇기에 법원은 우리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합니다. 우리도 법원의 당당한 가족이고, 법원 노동자입니다. 저희 안내공무직을 포함해 법원 전체 공무직의 수당 차별 해소와 기본급 인상을 요구합니다. 공무직 인건비를 비용으로만 취급하지 않고, 예산 구조를 통합할 것을 바랍니다."

태그:#법원 공무직 파업, #법원 안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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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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