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현실 속에 놓여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작은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까.

지난 대회에 이어 2회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에 성공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에서 개최되는 월드컵 특수를 통해 기적을 꿈꾼다.

세대교체 성공, 감독교체 오명 벗고 부흥한 사우디아라비아
 
 에르베 르나르 감독이 지휘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에르베 르나르 감독이 지휘하는 사우디아라비아. ⓒ 카타르 월드컵 공식 홈페이지 캡쳐

 
사우디아라비아 축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1994 미국 월드컵이다. 당시 월드컵에 처음 출전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벨기에와 모로코를 격파하고 아시아 국가로는 역대 두 번째(첫 번째는 1966년 북한)로 조별리그 통과의 업적을 달성했다. 벨기에전에서 나온 사에드 알 오와이란의 득점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하지만 이후에는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1998년부터 2006년까지 연속 출전했으나 1승은 커녕 오히려 독일전 0대 8과 같은 대패를 당한 기억만 남겼고 급기야 2010년과 2014년 월드컵에선 아예 지역예선에서 탈락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몰락과 함께 이란이 다시 중동의 강자로 올라서고 카타르와 같은 다크호스들이 성장하게 된다.

계속되는 몰락에서 벗어난 건 2015년 이후부터다. 그 해 부임한 베른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의 지휘하에 전력이 안정된 사우디아라비아는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일본을 꺾고 12년만에 월드컵 본선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선 이집트를 꺾고 1994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에서 승리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리고 그 상승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19 아시안 컵 이후 지휘봉을 잡은 에르베 르나르 감독의 지도 속에 세대교체에 성공하며 전력이 한 층더 올라갔다는 평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일본, 호주와 한 조가 된 지난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단 한 차례도 2위밖으로 밀려나지 않는 저력을 과시하며 조 1위로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감독을 교체하지 않았다. 원래 사우디아라비아는 감독들의 무덤이라 불릴정도로 조금만 성적이 부진해도 감독을 갈아치우는 악습이 있기로 유명했다.

그러나 2019년 부임한 르나르 감독은 3년이 넘는 시간동안 팀을 지휘하면서 자신의 색채를 입혔다(르나르 감독은 사우디 역대 감독 중 가장 오랜기간 지휘봉을 잡고 있다).

냉혹한 현실, 사우디아라비아가 기대하는 건?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에서 열리는 특수성을 이용해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의지를 엿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실의 장벽이 너무 높다.

첫 번째로는 조편성이 만만찮다는 점이다. 강력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시작으로 월드컵 16강 단골손님 멕시코, 그리고 유럽의 강호 폴란드와 한 조에 속했다. 아르헨티나는 두 말할 것 없는 C조 최강인 데다 멕시코에겐 상대전적에서 압도적인 열세(1무 4패, 2득점 14실점), 폴란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전통적으로 유럽에 약했다는 점을 상기했을 때(월드컵 본선서 유럽팀에 9패 기록) 모두가 쉽지 않은 팀들이다.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 측면에서도 의문이다. 대다수의 선수들이 자국리그에서 활약하면서 국제대회 경험이 적은데 이것은 결국 유럽, 남미팀과의 경쟁력에서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이 점이 사우디아라비아에게 큰 약점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럼에도 사우디아라비아가 기대를 거는 것은 월드컵이 카타르에서 열린다는 점이다. 이웃 나라인 카타르에서 개최되는 탓에 실질적으로 홈 경기나 마찬가지인 경기를 펼치기에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간접적인 홈그라운드 이점을 이용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탄탄한 조직력이다. 르나르 감독 부임 이후 세대교체와 함께 조직력을 끌어올린 사우디는 대다수의 선수들이 알 힐랄에서 활약할 정도로 오랜시간 손발을 맞춰왔다. 여기에 중동에서 개최되는 특수성을 활용해 장기간 합숙을 하며 조직력을 가다듬었다는 점 역시 사우디아라비아가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조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수비진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수비진의 리더인 압둘렐라 알 암리를 비롯해 알리 알 불라이히, 야시르 알 샤흐라니, 모하메드 알 부라이크가 구축할 포백을 중심으로 나머지 선수들이 얼마나 조직적인 수비력을 선보일지가 중요하다.

여기에 측면 공격자원들의 활약도 필수다. 월드컵 예선 7골을 기록해 살레 알 셰흐리와 팀내 최다득점 1위를 기록한 살렘 알 도사리, 파하드 알 무왈라드가 포진할 좌우 측면이 얼마나 속도감있는 공격을 보여주느냐가 필수다. 최전방이 약한 사우디 입장에선 공격에서 이들의 활약이 필수적이다.

세대교체에 성공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개최라는 특수성을 이용해 냉혹한 현실을 돌파할 수 있을까.

사우디아라비아(Saudi Arabia)
FIFA 랭킹: 51위
역대 월드컵 출전 횟수: 6회(1994, 1998, 2002, 2006, 2018, 2022)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 16강(1994)
역대 월드컵 전적: 3승 2무 11패
감독: 에르베 르나르(프랑스, 1968. 09. 30)

*사우디아라비아 경기일정(한국시각)*
11월 22일 19:00 아르헨티나, 루사일 스타디움
11월 26일 22:00 폴란드, 도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12월 1일 04:00 멕시코, 루사일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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