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상강 절기를 맞았다. 가을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자줏빛으로 곱게 물든 핑크뮬리는 온몸으로 가을을 말하는 듯하고, 코스모스는 가녀린 목을 가누며 나를 올려다보는 것 같았다. 최근 방문한 낙동강변 드넓은 경남 함안 악양생태공원에는, 가을이 이미 먼저 도착해 소복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함안 대산면에 있는 악양생태공원은 가을 코스모스와 핑크뮬리의 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 핑크뮬리는 벼목 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우리말로는 '분홍쥐꼬리새'라고 부르며, 가을에 분홍빛이나 자줏빛으로 꽃을 피워내 조경용으로 많이 식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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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00 m²에 달하는 넓은 핑크뮬리밭을 발걸음도 가볍게 걷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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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도 봐도 끝나지 않을 듯한 넓은 핑크뮬리밭을 거니노라면 마치 온몸이 핑크빛으로 물들고 마치 딴 세상에 온 듯 들뜨는 마음을 어쩔 수 없다. 전국에서 제일 길다는 악양둑방에 올라서면 그야말로 코스모스꽃길이다. 그림처럼 잔잔한 낙동강을 곁에 두고, 가을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코스모스 가득 피어있는 둑길을 걸어 본다.
양 볼로 와닿는 뽀송뽀송하고 청량한 공기. 한껏 높아진 푸른 하늘, 그리고 코스모스와 핑크뮬리. 그 어느때보다 가을의 얼굴을 가까이 마주할 수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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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쪽에 가득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둑방길에 올라서면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이 눈앞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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