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KBO리그 kt wiz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t 선발투수 소형준이 3회에 투구하고 있다. 2022.10.7

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KBO리그 kt wiz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t 선발투수 소형준이 3회에 투구하고 있다. 2022.10.7 ⓒ 연합뉴스

 
11일 LG 트윈스전은 '디펜딩 챔피언' kt 위즈가 올해 치른 정규리그 144경기 중에서 가장 떠올리기 싫은 최악의 경기가 되고 말았다. 9회초까지 5-4로 앞서 있던 kt는 9회말 수비에서 채은성에게 동점 희생플라이, 오지환에게 역전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5-6으로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이 패배로 kt는 키움 히어로즈와 시즌 전적이 같아졌지만 상대전적에서 7승1무8패로 뒤지며 4위로 정규리그를 마쳤다.

와일드카드 제도가 생긴 이후 정규리그 3위와 4위의 대접(?)은 꽤 크게 차이 난다. 3위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없이 준플레이오프로 직행해 상대를 기다리지만 4위는 가을야구 막차티켓을 따내며 기세가 오른 5위 팀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역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위가 5위에게 이변을 허용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4위에게는 5위의 도전이 대단히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정규리그 5위 KIA 타이거즈는 단 한 번의 무승부조차 허락되지 않는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9월 이후 7경기에 등판해 5승1패 평균자책점 0.99로 '선동열 놀이'를 한 좌완 외국인 투수 션 놀린을 내세운다. 그리고 이에 맞서 이강철 감독이 kt의 1차전 선발투수로 예고한 투수는 올해 kt 선발진에서 다승(13승)과 평균자책점(3.05) 1위, 이닝 2위(171.1이닝)를 기록하며 데뷔 후 최고 시즌을 보낸 프로 3년 차 우완 소형준이다.

살짝 찾아온 2년 차 징크스, 전반기 10승으로 극복

올해부터는 전년도 성적의 역순으로 신인을 선발하는 전면 드래프트를 실시하지만 2014년부터 2022년까지 KBO리그는 지역에 있는 학교에서 1차 지명 선수를 선발하는 지역연고제를 채택했다. 당연히 연고지역에 야구부가 있는 학교가 많은 서울권은 매년 좋은 유망주들이 쏟아져 나왔고 연고지역에 학교가 적은 구단들은 1차 지명에서 매년 불리할 수 밖에 없었다. 경기지역에 많지 않은 학교를 연고로 둔 kt 역시 불리한 쪽에 있는 것은 마찬가지.

그러던 2019년 고교야구 무대에 kt팬들을 설레게 하는 투수가 등장했다. 최정(SSG랜더스)과 정수빈(두산 베어스) 등 많은 스타들을 배출했던 수원의 야구명문 유신고를 이끄는 에이스 소형준이었다. 2학년 때부터 점차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3학년 때 전국 무대에서 알아주는 에이스로 성장한 소형준은 2019년 유신고를 청룡기와 황금사자기 우승으로 이끌었고 황금사자기에서는 MVP와 수훈상을 휩쓸었다.

kt는 당연히 고교 최고의 '완성형 투수'로 불리던 소형준을 1차 지명으로 선택했고 그 해 입단한 신인들 중에서 가장 많은 3억6000만원의 계약금을 안겼다. 그리고 입단 첫 해부터 kt의 선발투수로 활약한 소형준은 2006년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이후 14년 만에 신인 투수 10승, 1992년의 정민철(한화 이글스) 이후 28년 만에 고졸신인 최다연승 기록(7연승)을 세우며 여유 있게 신인왕에 등극했다.

소형준은 작년 시즌 1년 연기된 2020 도쿄 올림픽에 선발될 1순위 후보로 꼽히며 큰 기대를 받고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소형준은 작년 24경기에 등판해 119이닝을 던지며 7승7패4.16의 성적을 기록했다. 소형준은 작년 kt의 5선발 역할을 무난히 소화했지만 야구팬들이 '특급 유망주' 소형준에게 기대했던 모습은 꾸역꾸역 로테이션을 지키며 한 시즌을 버티는 평범한 선발투수가 아니었다.

소형준은 만족스럽지 못한 개인성적에도 올해 2억 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했고 전반기에만 10승을 올리는 대활약으로 부활에 성공했다. 비록 후반기 기복을 보이면서 3승을 추가하는데 그쳤지만 고영표와 함께 팀 내 최다승 공동 1위를 기록했고 평균자책점은 올해 규정이닝을 채운 kt의 선발투수 3명(소형준,고영표,데스파이네) 중에서 가장 좋았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이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소형준을 선택한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PS 통산 15이닝1실점에 빛나는 가을에이스

사실 후반기 kt에서 가장 구위가 좋았던 투수는 후반기 4승3패2.45,9월 이후 3승 무패2.36를 기록한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이다. 큰 경기 경험이나 토종에이스로서의 상징성을 생각한다면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선발투수로 활약했던 고영표가 올 시즌 kt의 1선발이라 할 수 있다. 강력한 구위로 KIA 타선을 입으로 압도할 생각이라면 9월 이후 4승1.49를 기록하며 승률왕 타이틀(.846)을 차지한 강속구 사이드암 엄상백도 있다.

하지만 벤자민은 지난 10일 NC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6이닝 동안 77개의 공을 던진 후 13일부터 시작되는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까지 이틀 밖에 쉬지 못했다. 11일 LG전에 등판한 고영표 역시 3이닝 동안 55개를 던져 하루만 쉬고 선발로 등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엄상백의 경우엔 지난 2015년 프로 데뷔 후 아직 한 번도 가을야구 등판경험이 없어 부담스런 1차전에 선발로 투입하기는 무리가 있다.

반면에 소형준은 kt 마운드 최고의 '빅게임피처'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큰 경기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루키 시즌이었던 2020년 11월9일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등판한 소형준은 6.2이닝 동안 100개의 공을 던지며 두산 타선을 3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3일을 쉬고 4차전에서 0-1로 뒤진 3회 불펜 투수로 등판한 소형준은 최주환(SSG)에게 솔로홈런을 맞았지만 자신의 첫 가을야구에서 9이닝1실점을 기록했다.

소형준은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1년 만에 두산과 재회했다. 비록 정규리그에서는 7승에 그치며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지만 11월 15일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한 소형준은 6이닝 3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자신의 가을야구 첫 승리를 따냈다. 프로 입단 후 지난 2년 동안 소형준이 가을야구에서 거둔 성적은 1승 평균자책점 0.60(15이닝 1실점)으로 매우 뛰어나다.

발목 인대를 다친 홈런왕 박병호의 선발출전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kt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차전 선발투수 소형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소형준이 1차전에서 kt를 승리로 이끈다면 kt는 준플레이오프에서 벤자민과 고영표,소형준으로 이어지는 정상적인 선발 로테이션을 가동할 수 있다. kt가 자랑하는 '가을 사나이' 소형준이 자신의 세 번째 가을에서도 마운드를 호령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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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022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KT 위즈 소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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