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에게 재계약 불가 통보를 전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두산 베어스의 새로운 사령탑이 확정됐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인물, '국민타자' 이승엽이 그 주인공이다.

두산은 14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제11대 감독으로 이승엽 KBO 총재특보를 선임했다. 계약기간은 3년, 총액 18억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5억 원)이다"고 발표했다. 이 감독이 지도자 경력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파격 대우'다.

이번주 초 김태형 감독이 물러난 이후 두산의 새 사령탑 후보로 여러 인물이 거론됐고 이승엽 감독도 그중 한 명이었다. 특히 다음주부터 진행될 구단 마무리훈련 일정을 감안하면 빠르게 사령탑을 결정해야 했다. 예상대로 두산은 길게 고민하지 않았고 이승엽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난 달 17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호텔서 열린 홈런더비X 행사에 참가했던 이승엽 신임 감독

지난 달 17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호텔서 열린 홈런더비X 행사에 참가했던 이승엽 신임 감독 ⓒ 유준상

 
이례적인 선임... 지도자 경력 없이 감독 직행

2017시즌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한 이승엽 감독은 KBO 기술위원, 장학재단 설립 등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 힘써왔다. 또한 SBS <편먹고 공치리>, JTBC <최강야구> 등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재치 있는 입담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식으로 지도자 연수를 받거나 경험을 쌓은 인물은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감독을 맡은 것을 '지도자 커리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장정석 前 키움 히어로즈 감독(現 KIA 타이거즈 단장), 허삼영 前 삼성 라이온즈 감독 등 국내서 지도자 경험 없이 사령탑으로 직행한 사례가 있기는 해도 두 명 모두 프런트에 있던 인물이다. 이승엽 감독은 구단 프런트조차 해 본 적이 없다.

두산은 이번 결정에 대해서 "이승엽 신임감독의 이름값이 아닌 지도자로서의 철학과 비전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의 신구조화를 통해 두산 베어스의 또 다른 도약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단순히 선수 시절의 커리어만 보고 판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승엽 신임감독은 "현역 시절 야구 팬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았다. 지도자가 되어 그 사랑을 돌려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해왔다. 그러던 중 두산에서 손을 내밀어주셨고 고민 끝에 결정했다. 그동안 많은 성원을 보내주신 삼성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그리웠던 그라운드를 5년 만에 밟게 됐다. 현역 시절 한국과 일본에서 얻은 경험에다 KBO 기술위원과 해설로 보고 배운 점을 더해 선수단을 하나로 모을 것이다. 화려함보다는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팬들에게 감동을 드리는 야구를 펼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KBO리그에 다시 발을 들이게 되면서 현재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과 같은 활동을 이어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야심차게 시작했던 JTBC <최강야구> '최강 몬스터즈'와도 작별을 고해야 한다.
 
 이승엽 감독 체제로 새 시즌을 준비하게 된 두산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겨울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 감독 체제로 새 시즌을 준비하게 된 두산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겨울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 두산 베어스


안정보다는 모험을 택한 두산의 도전

그동안 두산은 내부 인사 승격 등 코칭스태프 선임에 있어서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했던 팀이었다. 2000년대 이후 지휘봉을 잡았던 김인식 감독, 김경문 감독, 김진욱 감독 등 대부분의 인물이 그랬다. 올 시즌까지 선수들을 지도했던 김태형 감독도 과거 두산과 SSG 랜더스에서 코치로 지낸 적이 있었다.

그만큼 올 시즌 '9위'라는 주는 성적에 대해 선수단뿐만 아니라 프런트가 느끼는 충격이 컸다는 의미다. 대대적인 변화를 줘야 한다고 판단했고 그 시작점이 김태형 감독, 배영수 투수코치를 떠나보낸 것이었다.

이승엽 감독이 합류함으로써 새로운 얼굴이 코치진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감독과 삼성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김한수 코치가 두산 유니폼을 입을 것이 유력하고 두산에 없던 지도자들도 이 감독의 옆을 지켜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명준, 최용제 등 최근 1차적으로 방출 명단이 공개된 선수단도 정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리빌딩'보다는 '리툴링', 성적과 육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것이 두산의 목표이기 때문에 '전면 개편'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젊은 선수에게도 충분한 기회가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가을야구 단골손님'이었던 두산은 매년 선수뿐만 아니라 코치도 하나 둘 다른 팀으로 옮겨갔다. 포스트시즌 도중에 타 팀 감독으로 선임된 사례도 있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올핸 상황이 정반대가 됐다. 과감한 결정으로 야구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두산의 모험은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궁금해진다. 이 감독의 취임식은 18일 잠실 야구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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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베어스 KBO리그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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