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영원한 4번 타자 이대호 'RE:DAEHO' 은퇴식에서 이대호가 동료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2022.10.8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영원한 4번 타자 이대호 'RE:DAEHO' 은퇴식에서 이대호가 동료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2022.10.8 ⓒ 연합뉴스

 
지난 8일에 열린 이대호의 은퇴 경기는 커다란 축제처럼 진행됐다. '조선의 4번타자'답게 선수생활 마지막 경기에서도 4번타자로 출전한 이대호는 첫 타석에서 가운데 담장 상단을 때리는 선제 적시 2루타를 기록했다. 이후 세 타석에서 안타를 추가하지 못한 이대호는 8회초 마운드에 오르며 프로 입단 후 아쉽게 접어야 했던 '투수의 꿈'을 은퇴 경기에서 이뤘다.

상대팀이었던 LG 트윈스도 이대호의 '낭만'을 지켜주며 조연 역할을 톡톡히 했다. 류지현 감독은 8회초 이대호가 마운드에 올라오자 한석현의 타석에서 마무리 투수 고우석을 대타로 기용했다. 올 시즌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내며 1군 무대에서 안타 1개가 절실했던 한석현 대신 프로 입단 후 한 번도 타석에 서지 않았던 고우석을 대타로 내보내면서 '신인투수 이대호'와의 재미 있는 승부를 연출한 것이다.

롯데팬들을 비롯한 야구팬들에게는 이대호의 은퇴가 여운이 오래 남겠지만 롯데는 당장 내년 시즌부터 팀 내 타율(.331), 안타(179개), 홈런(23개), 타점(101개) 1위였던 이대호 없이 시즌을 치러야 한다. 이대호라는 강타자를 데리고도 올해 정규리그 8위에 그쳤던 롯데의 내년 시즌 성적을 벌써부터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야구팬이 적지 않은 이유다. 그렇다면 과연 이대호의 뒤를 이어 롯데 타선의 미래를 이끌 '젊은 피'는 누가 있을까.

롯데 떠난 강민호-손아섭, 노장이 된 전준우

롯데는 이대호가 활약하던 시절, 이대호 외에도 뛰어난 타자들을 많이 보유했던 팀이다. 포수 강민호(삼성 라이온즈)는 이대호가 첫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던 2006년 롯데의 주전포수 자리를 차지해 2013년까지 4번이나 포수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리그 최고의 포수 중 한 명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강민호는 2017 시즌이 끝난 후 삼성과 4년 80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하며 롯데를 떠났다(포철공고 출신 강민호의 연고 구단은 롯데가 아닌 삼성이다).

2012 시즌을 앞두고 이대호가 일본 프로야구로 이적한 후 롯데 타선을 이끈 선수는 손아섭(NC다이노스)이었다. 손아섭은 2011년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후 2014년까지 4년 연속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하며 롯데는 물론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타 외야수로 군림했다. 특히 2010년부터 2018년까지 9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할 정도로 기복 없이 매년 꾸준한 기량을 자랑하는 선수가 바로 손아섭이다.

손아섭은 작년 8월 14일 LG전을 통해 만 33세 4개월 27일, 그리고 프로 데뷔 1636경기 만에 역대 최연소, 최소경기 2000안타를 때렸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박용택(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 가지고 있는 역대 최다안타 기록(2504개)은 가볍게 경신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손아섭은 올 시즌을 앞두고 NC와 4년 최대 64억 원의 FA계약을 체결하면서 최다안타 신기록은 롯데가 아닌 NC에서 세우게 될 확률이 매우 높아졌다.

리그에서 흔치 않은 호타준족 우타 외야수 전준우 역시 롯데에서 배출한 스타선수 중 한 명이다. 군입대 전까진 호타준족의 준수한 외야수였던 전준우는 2018년 타율 .342 33홈런 90타점으로 데뷔 후 최고 시즌을 만들었고 2020년까지 3년 연속 20홈런 80타점을 기록했다. 전준우는 홈런이 7개로 뚝 떨어졌던 작년 시즌에도 타율 .348 92타점 88득점으로 건재를 과시했지만 해가 바뀌면 만 37세가 되는 이대호보다 단 3살이 적은 노장이다.

롯데의 주전 2루수 안치홍은 KIA 타이거즈 시절 3번이나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엘리트 2루수 자원이다. 하지만 롯데 이적 후 3년 동안 KIA시절의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대호의 후계자로 지목할 수 있을 만큼 나이가 젊은 선수도 아니다(만 32세). 결국 롯데로서는 팀 내에서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거나 주전으로 성장하고 있는 젊은 선수들 중에서 '리틀 이대호'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한동희와 고승민 2파전에 '루키' 김민석도 가세?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 7회초 1사 2루 대타로 나선 롯데 한동희가 1타점 적시타를 쳐내고 있다. 2022.9.22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 7회초 1사 2루 대타로 나선 롯데 한동희가 1타점 적시타를 쳐내고 있다. 2022.9.22 ⓒ 연합뉴스


현 시점에서 '포스트 이대호'에 가장 근접한 선수는 이대호의 경남고 직계 후배이기도 한 3루수 한동희다. 경남고 시절부터 동갑내기 강백호(kt 위즈)와 함께 고교야구 최고의 거포로 불리던 한동희는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에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프로 입단 후 2년 동안 성장통을 겪었던 한동희는 2020년부터 롯데의 핫코너 자리를 차지하며 3년 연속 120경기 이상 출전하고 있다.

한동희는 프로 5년 차를 맞은 올 시즌 타율 .307를 기록하며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3할 타율을 기록했다. 롯데가 기다렸던 유망주의 잠재력이 드디어 폭발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반기 73경기에서 11개의 홈런을 때린 한동희는 후반기 56경기에서 단 3개의 홈런을 추가하는 데 그치며 작년보다 3개 적은 14홈런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한동희는 올해의 타율을 유지하면서 장타가 늘어나야만 '포스트 이대호'에 더욱 어울리는 선수가 될 수 있다.

사실 한동희의 홈런숫자가 줄어든 이유는 작년 시즌이 끝나고 6m로 올라간 사직야구장의 펜스 높이와도 무관하지 않다. 이에 앞으로는 이대호 같은 거포 유형의 타자보다는 1992년 우승 당시의 이른바 '소총부대'로 팀을 꾸리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대호와는 스타일이 전혀 다르지만 올 시즌 '깜짝 활약'을 펼친 고승민도 롯데의 새로운 간판스타 후보로 손색이 없다. 

2019년 2차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롯데에 입단해 루키 시즌 타율 .253로 가능성을 보인 고승민은 2020년 3월 사생활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당사자와의 합의 후 2020년 7월 현역으로 입대해 군복무를 마친 고승민은 올 시즌 92경기에 출전해 타율 .316 5홈런 30타점 31득점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롯데는 고승민이 전준호(롯데 2군 주루코치)와 김응국, 손아섭 같은 정확한 타격을 자랑하는 좌타자로 성장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 202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롯데에 지명돼 지난 6일 롯데와 계약금 2억5000만 원에 입단계약을 체결한 휘문고 내야수 김민석 역시 롯데의 미래를 이끌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물론 이들 중 어떤 선수가 이대호의 뒤를 이을 롯데의 새로운 얼굴이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이대호를 대체할 선수가 마땅히 보이지 않는 롯데로서는 하루 빨리 홈구장에 팬들을 모을 수 있는 간판스타가 나타나야 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차세대 간판스타 한동희 고승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