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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표어는 잊힌지 오래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를 보면 2021년 합계출산율이 약 0.81을 찍었다. 결국 정부가 호주머니에 돈까지 쥐여주며 아기를 낳아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는 가운데, 눈에 띄는 한 집이 있다.

쉴 새 없이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는 그 집. 부산시 부산진구에 열 식구가 산다. 김영진(55)·김명신(54) 부부와 그 자녀들 김하은(28)·김하경(26)·김하선(25)·김하늘(24)·김하진(15)·김하민(13)·김하영(10)·김하온(6)이 주인공이다.

워낙 대식구라 부산에서는 유명인사로 통한다. 그 덕에 TV 출연도 여러 번. 3년 전에 KBS1 <인간극장> '여덟이라 더 좋아' 편에 출연했다. 유튜브 영상이 조회 수 196만 회를 기록해 아직까지 레전드 회차로 뽑힌다.

방송에는 옥에 티가 있다. 열 식구라면서 밥상 위에 놓인 수저는 아홉 개뿐이다. 넷째 김하늘은 나라의 부름을 받아 출연하지 못했다. 8남매 장남으로 사는 청년의 삶은 어떨까. 현재 민간인 신분으로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라는데. 남모를 고충은 없는지 속내가 알고 싶어져 그를 찾아갔다.

편견은 이제 그만
 
넷째 김하늘의 군 복무 때 첫째 김하은과 찍은 사진이다.
 넷째 김하늘의 군 복무 때 첫째 김하은과 찍은 사진이다.
ⓒ 최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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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다둥이로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를 묻자 단숨에 "아니오"라고 답했다. 그는 편견으로 가득한 사람들의 눈짓과 동정 어린 시선에 혀를 내둘렀다. 그러고선 첫째 김하은이 올해 1월 SNS에 작성한 글을 보여줬다.

"나 한 명을 볼 땐 멋지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다자녀 장녀라고 얘기하면 갑자기 동정하는 경우가 있다. 왜지? 나는 나고 동생들은 동생들이고, 각자의 소중하고 멋진 삶들이 있는 건데 그걸 왜 '다자녀'의 몇째로 판단하는 거지? 개개인의 가치관과 태도, 더 나아가 각 그룹의 성격과 환경도 다를 텐데 '다자녀'란 이유로 획일적인 편견을 가지니 참 아이러니하다.

일하는 이유 또한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해!'가 아니라,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니까 하는 거지. 무슨 마인드를 기대하는 걸까. 방송에 출연할 때나 인터뷰할 때도 꼭 듣는 얘기가 있다. 첫째인데 힘든 거 없나, 서로 밥 먹으려고 싸우지 않나, 집안일하느라 힘들겠다고 묻는데 그런 일 없네요. 무슨 답변을 기대하는 건지. 현대판 흥부네가 듣고 싶은 건가. 아니 첫째란 타이틀만 힘드냐고요. 그럼 외동은 힘들면 안 되나? 무엇보다 저는 가족과 제 삶이 정말 좋습니다."


식구가 많다는 이유로 가십거리의 대상으로 전락한 8남매의 심정이 드러난다. 넷째 김하늘은 사람들의 편견은 있을 수 있고 언제나 좋은 시선으로 우리 가족을 바라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들을 신경 쓰고 싶지 않다며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화목한 우리 집
 
왼쪽부터 김하늘, 김하경, 김하은, 김하선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하늘, 김하경, 김하은, 김하선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최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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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를 만나보면 한눈에 사랑받아온 사람이라는 걸 모두가 알 법하다. 섬세한 물음, 따뜻한 말투, 다정한 태도가 말해준다. 사람을 대하는 데 어색함이 없으며 사랑을 주고받을 줄 아는 듯했다. 그의 SNS에는 가족사진이 종종 올라온다. 최근 행복했던 일화를 묻자 막내 하온이의 애교를 뽑았다. 이를 미루어 보아 그는 막내 바보다. 넷째와 대화를 나눠볼수록 가족을 향한 '사랑'이 묻어났다. 

- 대식구로서 삶은 어떤 건가요?
"식구가 많으면 배울 사람도 많아요. 8남매라는 대식구를 이끌어 가정을 꾸리는 부모님을 보면서 건강하고 바른 가치관을 배울 수 있었어요. 누나 덕분에 자기관리 방법, 좋은 남자친구가 되는 법, 매너 등을 자연스레 익혔어요. 먼저 어른이 되어 남동생들에게 모범을 보이기도 하고요.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건강한 관계예요."

- 남매끼리 사이가 좋아 보여요. 
"세 명의 누나가 동생들 데리고 여행을 다니려 노력해요. 바베큐 파티를 자주 하죠. 단체로 모이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서로 끈끈한 정이 있어요. 틈이 나는 대로 얼굴 보고 싶어서 약속을 자주 잡곤 해요."

- 가장 친한 한 사람을 뽑자면요?
"가족인데 다 친하죠. 시간을 자주 보내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있어요. 다섯째 하진이요. 첫 동생이면서 나이대도 비슷하고, 첫 남자형제라 마음이 자연스럽게 가요. 헬스랑 탁구를 함께하며 서로의 운동 파트너가 되어주죠."

청년 '김하늘'의 배경부터 미래까지
 
8남매 중 넷째 김하늘
 8남매 중 넷째 김하늘
ⓒ 최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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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둥이로서 겪는 불편함은 없어요. 집이 편안하고 정말 좋아요. 제가 지금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잠시 떠날 뿐이에요."

그는 일찍 독립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기숙사 생활을 했다. 19살 때는 육군 부사관학교로 입대했다. 이후 24살에 제대해 곧바로 5개월 동안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지금은 본가로 돌아와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날 채비를 한다. 그는 자기주도적인 인생을 살아간다. 모든 건 자신의 선택을 존중해 주는 부모님 덕분이라고 말했다.

- 돌연 제주로 떠난 이유가 뭔가요?
"매년 제주도를 갈 정도로 원래 제주도를 좋아해요. 마침 전역도 했고 놀지 않을 이유가 없더라고요, 휴식을 즐기고 싶어서 제주살이를 시작했고 5달 살았어요."

- 이제 취업 준비하나요?
"24살은 청춘이잖아요. 이 시기에는 경험이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돈 버는 데 치중하기 보다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 도전하고 싶어요. 앞으로 1~2년은 자유롭게 경험할래요. 곧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요."

- 그 이후엔? 
"미래에는 관광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요. 해외 프로젝트를 맡아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면 재밌지 않을까요?"

- 결혼 계획은 있나요?
"부모님을 보니까 결혼하고 싶어요. 또 결혼한 셋째 누나가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도 느꼈고요. 먼저 내 평생의 짝이라고 생각이 드는 사람이 생겨야 하겠죠. 점점 눈이 높아지는데 과연 만날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 일단은 32살쯤에 하고 싶어요. 아이는 3명 이상? 서로 배우고 같이 성장할 수 있게 키우고 싶어요. 우리 집처럼요."

태그:#부산8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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