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로 인간을 포함한 많은 동·식물이 고통 받고,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한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각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에 긴급하게 해결책을 제시했다. 기후위기나 생태계 파괴를 대할 때의 태도와 비교하면 온도 차가 확연하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도, 기후위기도, 이윤 추구 및 경제성장을 위해 무분별하게 자원을 개발하고 생산·유통·소비를 가속해온 자본주의로 인한 결과이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기후위기 시대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6~7월에는 회원, 후원회원들과 함께 3회의 책 세미나를 열어 기후정의동맹 활동가들과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8월 25일에는 여러 산별노조 현장 활동가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현장에서의 고민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기후위기 시대, 기후 정의를 위한 투쟁은 노동자 건강권을 쟁취하려는 활동과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그간의 세미나 및 간담회에서 주요하게 나눈 고민을 정리, 소개한다.
 
기후위기를 불러오고 노동자의 몸과 마음, 삶을 갉아먹는 체제를 바꾸기 위한 싸움이 필요하다.
 기후위기를 불러오고 노동자의 몸과 마음, 삶을 갉아먹는 체제를 바꾸기 위한 싸움이 필요하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관련사진보기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정부와 기업의 대책

전 지구적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의 정부는 파리기후협약을 맺고,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까지 제한하기로 했다. 2021년, 한국 정부 역시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온실가스 24.4% 감축을 목표로 정했다. 기업들은 너도나도 '녹색 기업'임을 자처하고 있다.

그러나 각국 정부와 기업의 이런 대책은 온실가스 배출과 기후위기의 주범인 고삐 풀린 자본주의 생산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거대한 사기극에 가깝다. 한국 정부도 내세우는 배출권 거래제(기업이나 국가가 의무적으로 정해진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더 적게 배출하였을 경우, 이를 성공하지 못한 기업이나 국가에 초과 달성한 분량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 -국립국어원)가 전혀 위기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게다가 배출권 거래제는 북반구와 남반구 사이의 불평등을 고착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비판 받아야 한다.

자본주의 가속을 멈추자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폭염, 폭우, 가뭄과 산불 등으로 건설, 농업 등의 옥외 노동자, 산불진화노동자, 응급의료요원 등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직접적인 곤란함과 더욱 자주 마주치고 있다. 한편으로 산업전환이 논의되고 있는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내연 기관 자동차를 전기차 생산으로 바꾸려 하고, 석탄화력발전소의 경우 '기후위기의 주범'이라며 폐지가 순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 노동자들에게 기후위기는 바로 내게 닥친 문제다.

하지만 노동자건강권과 기후위기는 조금 더 깊은 수준에서도 연결되어 있다. 자본주의는 그 시작부터 오직 성장을 위해, 성장에 의해 존재해왔다. 이를 위해 자연과 인간을 착취하며 크기를 가속적으로 불려 나간다. 이미 자원이 충분한데도 부족한 것처럼 여기게 만들어 인간을 끊임없이 일하게 만들고 소비하게 만들어왔고, 그 결과가 불평등과 기후위기다. 성장으로 인한 이익 대다수는 자본가, 특히 북반구 고소득 국가에서 취해왔지만, 그 피해는 남반구에서 입어왔다.

자본주의의 제동 없는 성장은 자연을 착취하고 기후위기를 불러왔을 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몸과 마음, 삶 전체를 갉아먹었다. 자본주의 태동기에 10세 이하의 어린이까지 하루 16시간씩 일을 시키던 데에서 출발하여, 자본주의가 훨씬 세련되어진 지금도 더 많이 생산하려는 자본은 인간의 생체리듬을 파괴하는 야간 노동을 강요한다. 빠른 속도와 반복 작업으로 근골격계질환을 일으키고, 안전과 비용을 맞바꾼 일터에서 목숨을 잃고, 성과 경쟁 속에서 자기 착취 주체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기후 위기를 끝내는 방안과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일터를 만드는 일은 연결되어 있다.

착취를 이어온 자본주의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탈성장이다. 제이슨 히켈은 인간의 필요 때문이 아닌, 순전히 이윤 때문에 고안한 경제 부문을 축소해, 노동시간을 줄이고 완전고용을 유지할 것을 제안했다(<적을수록 풍요롭다>, 2021). 코로나 시기에 부상한 돌봄 노동을 비롯한 필수노동 즉 실제로 도움이 되는 사용 가치를 가진 노동을 중심으로 시간을 쓸 수 있도록 사회를 재구조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탈성장은 가난과 결핍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삶을 조직해 더 풍요로워지는 길이다.

기후위기와 노동자 건강권

자본주의는 노동자의 안녕한 삶과 건강, 노동자가 적정 시간 동안 일할 권리, 작업장에서의 민주주의를 확보할 권리를 빼앗아 왔다.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는 건강한 노동을 위한 투쟁, 노동자의 현장 통제를 위한 투쟁이 자본주의의 가속을 제어하고 체제에 균열을 가하는 행동이라고 주장해왔다.

우리는 높은 노동강도가 노동자의 몸에 남긴 근골격계질환에 맞서 싸웠고, 안전과 생명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위험한 일터에서 작업중지권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했다. 과로사를 낳는 장시간 노동에 반대하고, 건강을 위협하는 주야 맞교대를 주간 연속2교대로 바꾸는 투쟁을 함께 하기도 했다. 성과 압박과 상호 경쟁으로 피폐해진 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도 싸웠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싸움은 노동자의 몸과 마음을 남김없이 착취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싸움이었다.

이는 기후위기를 야기하고도 여전히 성장을 얘기하며 위기를 심화시키는 자본과의 싸움과 같다. 노동자들은 기상 이변 속 위험 노동을 거부하고, 불필요한 제품 생산이 아니라 수리할 권리를 요구해야 한다. 산업전환 국면에서 노동자들이 방향과 생산량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은 단순히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 과정의 조직이 포함되어야 한다. 비정규직, 여성, 장애인 등 배제되어왔던 사람들이 함께, 모두가 건강한 일터를 만들어가는 것이 기후위기 시대 자본주의에 맞서 투쟁하는 길이다.

9월 24일에는 자본과 기업에 맞서 기후위기 해결을 촉구하는 기후정의행진이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다. 독자들도 이 체제를 바꾸는 데 동참하고 행진에도 함께 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유청희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일터 9월호에도 실립니다.


태그:#기후정의_노동자건강, #기후정의_체제변화, #정의로운전환, #노동안전보건운동
댓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모든 노동자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안녕한 삶을 쟁취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