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신인드래프트에서는 예상보다 많은 21명의 선수가 프로구단의 선택을 받았다.

이번 신인드래프트에서는 예상보다 많은 21명의 선수가 프로구단의 선택을 받았다. ⓒ 한국배구연맹

 
5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 호텔에서는 2022-2023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가 열렸다.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총 49명의 선수가 참가신청을 해 수련선수 6명을 포함해 21명의 선수가 프로 유니폼을 입게 됐다. 취업률은 43.8%로 코로나19로 인해 단 13명 밖에 지명을 받지 못했던 2020년 신인 드래프트에 비하면 우려한 것보다는 많은 선수들이 프로행의 꿈을 이뤘던 드래프트였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는 예년에 비해 인재가 많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올해 드래프트에서는 아웃사이드 히터나 아포짓 스파이커 같은 공격수들보다는 미들블로커와 세터 쪽에 지명이 집중됐고 '즉시전력감'이 많지 않아 신체조건이 좋은 선수들 위주로 선발됐다. 당장 팀 전력을 끌어 올리기 보다는 미래를 보고 선발한 올해의 신인 선수들은 과연 다른 해 못지 않게 각 구단의 핵심전력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V리그의 주역 꾸준히 배출했던 신인 드래프트

최근 5년으로 범위를 좁히면 가장 많은 인재가 쏟아져 나왔던 신인 드래프트는 단연 지난 2018년이었다. 특히 그해 드래프트의 '쌍두마차'로 꼽히던 원곡고의 이주아(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선명여고의 박은진(KGC인삼공사)은 이미 고교 시절에 성인 대표팀에 선발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했을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자랑했다. 두 선수는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나란히 1, 2순위로 지명됐다.

이 밖에 3순위 박혜민(인삼공사)도 국가대표급 선수로 성장했고 4순위 정지윤(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역시 미들블로커에서 아웃사이드 히터로 변신 후 여자배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프로 입단 후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5순위 문지윤(GS칼텍스 KIXX)이 지난 컵대회에서 MVP에 선정되며 혜성처럼 떠올랐고 2라운드 5순위 고의정(인삼공사)도 빠른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다.

이듬해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뛰어난 인재들이 많이 배출됐다. 전체 1순위 정호영(인삼공사)과 2순위 이다현(현대건설)은 국가대표 미들블로커로 성장했고 미들블로커에서 아웃사이드히터로 변신한 권민지(GS칼텍스)는 올해 컵대회 라이징스타상을 수상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밖에 흥국생명의 김다은, 박현주,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육서영, 이진, 페퍼저축은행의 최가은, 이현 등도 출전기회를 늘려가며 배구팬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2020년 신인 드래프트는 13명 밖에 지명되지 않았을 정도로 흉년으로 불렸지만 이 선수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알짜 드래프트'로 재평가 받고 있다. 1순위 김지원 세터(GS칼텍스)는 지난 컵대회에서 GS칼텍스를 우승으로 이끌었고 이선우(인삼공사)와 최정민(기업은행), 박혜진(흥국생명)은 이미 성인 대표팀을 경험했다. 그리고 2라운드 6순위로 지명됐던 오세연(GS칼텍스)이 지난 컵대회에서 '깜짝활약'을 펼치며 배구팬들의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했다.

작년에는 신생구단 페퍼저축은행이 합류하면서 19명의 선수가 프로무대를 밟았다. 그중에서도 2라운드 2순위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유니폼을 입은 이윤정은 지난 시즌 신인왕을 차지했고 페퍼저축은행에서는 문슬기 리베로와 박은서가 주전급으로 활약했다. 이 밖에 흥국생명의 정윤주가 신인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고 이고은 세터(페퍼저축은행)의 보상선수로 도로공사로 이적한 김세인은 이번 컵대회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역대 최장신' 어르헝 이변 없는 전체 1순위
 
 페퍼저축은행으로부터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어르헝(오른쪽)은 아직 '귀화시험'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페퍼저축은행으로부터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어르헝(오른쪽)은 아직 '귀화시험'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 한국배구연맹

 
공격수 포지션에서 확실한 인재가 없다고 평가 받았던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몽골 출신의 장신 유망주 체웬랍당 어르헝이 가장 큰 주목을 받았고 이변 없이 우선지명권을 가진 페퍼저축은행의 선택을 받았다. 194.5cm의 신장을 자랑하는 어르헝은 V리그를 거쳐 갔거나 현재 활약하고 있는 그 어떤 국내 선수보다 큰 신장을 가진 선수로 중앙공격수가 부족한 페퍼저축은행에서 꼭 필요한 인재다.

만약 어르헝이 귀화절차를 완료하고 정식으로 한국선수가 돼 순조롭게 성장한다면 이주아, 박은진, 정호영, 이다현 등과 함께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를 이끌 미들블로커 후보로 떠오를 수 있다. 다만 2017년에 배구를 시작해 경력이 짧은 것이 약점으로 꼽한다. 미들블로커가 블로킹과 중앙속공 외에도 코트에서 의외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포지션임을 고려하면 어르헝의 부족한 경험은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다.

2순위 지명권을 가진 흥국생명은 세화여고의 미들블로커 임혜림을 지명했다. 184cm의 신장에 좋은 운동능력을 겸비한 임혜림은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김나희의 뒤를 이으며 지난 시즌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한 김채연과 경쟁을 하게 될 전망이다.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GS칼텍스가 전체 6순위로 강릉여고의 윤결(184.8cm), 도로공사가 제천여고의 임주은(184cm)을 지명하며 신체조건이 좋은 미들블로커들이 대거 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1라운드에서 세터가 2명이나 선발된 것도 눈 여겨 볼 부분이다. 4순위 지명권을 가진 인삼공사는 페퍼저축은행의 아웃사이드 히터 박은서의 동생인 일신여상의 세터 박은지를 지명했다. 명세터 출신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기업은행 역시 강릉여고의 김윤우를 전체 5순위로 지명하면서 김하경과 이진, 이솔아가 버틴 세터진에 또 한 명의 선수를 추가했다. 현대건설 역시 2라운드 1순위로 한봄고의 세터 김사랑을 선택했다.

한편 이번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V리그에 무려 4쌍의 자매선수가 탄생했다. 인삼공사 염혜선 세터의 아버지에게 입양된 어르헝은 염혜선과 자매선수가 됐고 페퍼저축은행의 박은서와 인삼공사의 루키 박은지도 자매 선수로 맞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이 밖에 인삼공사의 최효서는 기업은행 최정민의 동생이고 수련선수로 도로공사의 지명을 받은 정소율 세터는 인삼공사 정호영의 동생으로 앞으로 코트에서 재미 있는 자매대결이 수시로 펼쳐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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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2022 신인 드래프트 체웬랍당 어르헝 자매선수 임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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