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가수 선예가 원더걸스 탈퇴와 팀 해체를 둘러싼 속사정을 밝혔다. 9월 2일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서는 선예가 고민 의뢰인으로 등장하여 가수 활동 시절의 고민과 가슴아픈 개인사, 자녀 육아에 대한 고민 등을 털어놨다.
 
원더걸스는 2000년대 후반 등장하여 소녀시대, 카라 등과 함께 시대를 풍미한 레전드 걸그룹으로 꼽힌다. 2009년에는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탑100에 진입하여 이후 전 세계를 강타할 K팝 신드롬의 초석을 닦았다.
 
원더걸스의 리더이자 메인보컬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선예는 2012년 25세의 나이에 돌연 선교사 남편과 결혼하여 한동안 가요계를 떠났다. 10년간 캐나다에서 생활하며 세 딸의 엄마가 되어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선예는 올해 초 방송된 <엄마는 아이돌>을 통하여 '마마돌'로 가요계에 복귀했고 최근에는 솔로 데뷔앨범까지 발표하여 활발하게 활동중이다.
 
선예는 <금쪽상담소>를 찾은 이유에 대하여, 아이돌 후배인 위너의 송민호가 출연한 모습을 보고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시대가 된 데 공감을 느껴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힘든 상황을 부정하는 사람들의 특징

선예는 힘든 상황을 부정하고 어떻게든 참고 견디는 데 익숙해진 성향을 고백했다. 선예는 젊은 나이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었음에도 "별다른 감정이 안 생겼다. 엄마가 된 건 내 인생의 또다른 시작일뿐. 결혼은 제가 한 선택이기에 크게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라면서 의외로 덤덤하게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집에서 자연분만을 결정한 것이나 산후우울증, 육아 문제, 타국에서 홀로 감당해야했던 외로움 등에 대해서도, 선예는 항상 주어진 환경에 따라 최선을 다하는 데만 집중했다며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잘 이야기하지 않았다. 선예는 "어느 순간부터 힘든 일이 있어도 '지나갈 거야,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게 습관이 됐다"고 고백했다.
 
지켜보던 오은영은 심각한 표정으로 "타국에서 아이 셋을 키우는 게 정말 힘들지 않았냐"고 진지하게 질문했다. 잠시 생각하던 선예는 "힘들었던 같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 아니었나 싶을 만큼"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힘들지만 가장 행복한 순간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오은영은 "선예는 힘든 걸 다 부정하고 있으시더라"고 지적했다. "'내가 결정하고 내가 선택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힘든 상황도 본인의 선택에 대한 대가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분석하며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최선을 다하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내 선택이라 다 괜찮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선예는 인간이라면 자연스럽게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게 어려운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힘든 상황을 부정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 모든 일을 잘 대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완벽한 상황을 만들기 위하여 자신에게 지나치게 가혹해진다', '스스로 해결하려 타인의 조언을 듣지 않는다'. '스스로 해결하려다보니 자기 주장이 강해서 독단적이라는 오해를 받는다' 등의 문항에 대하여, 선예는 모두 자기에게 해당되는 것 같다며 민망해했다.

선예는 원더걸스 활동 시절에도 리더로서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완벽주의적 성향에 대한 강박이 있었음을 밝혔다. 어린 나이 때부터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뭐든 스스로 혼자 해결하는 게 습관이 되었고 누군가에게 도움받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고.
 
특히 선예는 독단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사례를 두고 바로 원더걸스 탈퇴 과정을 꼽았다. 선예의 임신과 결혼, 탈퇴 소식이 알려지며 당시 원더걸스 팬들과 대중의 반응은 차가웠다. 선예가 리더임에도 무책임한 행동으로 원더걸스를 망쳤다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선예는 "그 당시 저의 심리상태는 물음표가 너무 많았다. '원더걸스의 중심'이라는 이야기가 처음부터 너무 부담이었다. 아이돌 문화가 10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점점 깨닫게되면서 혹시라도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될까봐 고민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또한 원더걸스가 성공가도를 달리던 시점에 선예는 버팀목이던 가족들이 잇달아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선예는 가수로서 성공하겠다는 꿈을 이뤘지만 '이 행복이 내가 원했던 것의 모두인가'라는 고민에 빠지게 됐고 삶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선예는 "그 이후 예전처럼 무대가 행복하지 않았다"고 당시 느꼈던 공허함과 고민을 털어놨다.
 
"정신과 의사로는 이해... 대중 시선에서는 앞뒤 안 맞는 말"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선예의 미안한 마음은 어느새 동료 멤버들에게 향했다. "나의 불안한 마음이 멤버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닐까"라는 고민에 빠진 끝에 탈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은영은 "정신과 의사로서는 선예의 이야기를 이해한다. 하지만 일반 대중의 시선에서는 앞뒤가 안 맞는 말"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오은영은 "걸그룹은 완전체로서 사랑을 받는 것이다. 대중은 원더걸스라는 완전체를 사랑한 건데, '멤버들을 위한 탈퇴'라고 하는 것은 팬들이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고 지적하며 "원더걸스 팬들이 선예의 진심을 오해하지 않을 방법도 있었을 것 같은데 왜 탈퇴라는 극단적 방법을 택해야 했을까"라고 선예의 모순을 꼬집었다.
 
선예는 "탈퇴라는 말은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하면서 "당시 원더걸스의 공백기가 2~3년간 길어지는 상황이었는데, 팬들은 그 이유가 선예의 결혼과 육아 때문에 다른 멤버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선예는 "나 때문에 다른 멤버들이 상처받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공식적으로 저의 역할을 깔끔하게 정리해야 다른 멤버들이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게 대중들이 원하는 결론이라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선예는 <엄마는 아이돌>로 복귀하면서 원더걸스 멤버들 및 제작자인 박진영과도 여전히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탈퇴 당시의 부정적인 이미지도 많이 줄어들었고 재기를 응원하는 팬들의 격려를 받기도 했다.

다만 이제와서 원더걸스 탈퇴 과정에 대하여 선예의 자기중심적인 입장으로만 채워진 해명이 얼마나 공감대를 자아낼지는 미지수다. 

오은영은 선예의 화법에서 "나 때문에" 무언가 잘못되는 것을 걱정하는 성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선예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이혼과 할머니의 고생도 내 탓이라고 자책하면서 자존감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아버지와 다툼중에 "내가 너를 낳고 싶어서 낳은 줄 알아?"라는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와 닿았다고. 충격을 받은 선예는 급기야 모든 문제들이 '내가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자책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선예에게 부모님에 대한 기억은 아픔이었다. 얼굴도 기억 못 하는 어머니의 별세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들었을 때 슬픈 감정에 빠지지 않으려고 애써 덤덤하게 받아들였다고. 아버지 역시 폐 관련 지병과 알코올 중독으로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수의 꿈을 키운 선예는 3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에 합격했을 때 처음으로 아버지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감동적인 순간을 고백했다.

오은영은 "선예가 어린 시절부터 존재 자체를 부정 당한 삶을 살아왔다"며 안타까워하면서 "선예는 고통의 표현을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으로 드러낸 것이다. '나는 선예야',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힘든 오디션과 연습생 생활은 존재를 증명하는 삶의 연속이었다. 정상의 자리에 올라야만 민선예로서 '나'라는 삶의 존재가 증명되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오은영은 "정상에 도달한 순간 더 이상 목표가 사라졌다. 최고가 되었다는 것을 증명했으니까. 그래서 정점을 찍었을 때 은퇴한 것이다"이라고 이야기하며 "대신 이제는 무언가를 증명할 필요없이 옆에 있는 나의 존재만으로도 행복해하는 사람들, 바로 진짜 가족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선예의 삶을 돌아봤다.
 
여기서 오은영은 선예에게 "지금의 선예라면 원더걸스를 탈퇴했을까?"라는 돌발 질문을 던졌다. 잠시 생각하던 선예는 "지금이라면 원더걸스를 탈퇴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도 결혼은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다만 팬들과 원할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는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예는 "팬들에게 너무 죄송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며 비로소 뒤늦은 사과를 전했다.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가수가 아닌 엄마로서 선예의 또다른 고민은 '첫째 딸의 자존감을 지켜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선천적 안검하수를 가지고 태어난 첫째 은유는 한쪽 눈이 유독 심했고,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또래들에 비하여 언어발달과 학습능력도 2~3세 이상 뒤처진 상황이었다.

경청하던 오은영은 "안검하수가 언어발달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예는 딸의 좌우시력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안과의사의 조언과 수술을 겁내는 딸의 의사를 존중하여 안검하수 수술을 몇 년 더 미루기로 했다.
 
그러나 오은영은 "의사는 시력을 위주로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선예의 딸은 신체 자아상 형성이 중요한 시기다"라고 지적하며 "나의 신체에 얼마나 자긍심을 느끼느냐가 중요하다. 아이가 타인과 대화할 때 항상 눈이 대화의 주제가 된다면 자아상 형성에 영향을 많이 줄 수 있다"며 우려했다.
 
선예는 수술 후 자칫 아이가 눈 모양에 더 스트레스를 받게될 수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오은영은 크게 정색하면서 "이건 강력하게 이야기해야 겠다. 선예가 엄마로서 물어봐야하는건 '수술하면 아이가 전보다 눈을 뜰 때 편안한가'라는 질문이다. 수술 후 아이가 눈꺼풀을 드는 게 조금이라도 낫다면 그렇게 해줘야 한다. 안검하수 수술을 미용 목적으로만 여기는 것은 위험하다"라고 일침을 놨다.
 
덧붙여 오은영은 "가족과 자식은 피할 수 없다. 엄마로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은영은 선예를 위한 솔루션으로 '더이상 증명이 필요없는 좋은 엄마 민선예'라는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선예는 "단순히 여기서 우쭈쭈 위로를 받는 게 아니라 나를 다시 점검하고 돌아보고 조언을 받는 시간이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선예 원더걸스 금쪽상담소 오은영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