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손흥민, EPL 개막 5경기째 골 침묵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 FC의 손흥민이 8월 31일(현지시간) 런던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FC와의 경기 종료 후 팬들을 향해 박수치고 있다. 그는 왼쪽 공격수로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득점에 성공하지 못하며 리그 개막 5경기째 골 침묵을 이어갔다. 양 팀은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 토트넘 손흥민, EPL 개막 5경기째 골 침묵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 FC의 손흥민이 8월 31일(현지시간) 런던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FC와의 경기 종료 후 팬들을 향해 박수치고 있다. 그는 왼쪽 공격수로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득점에 성공하지 못하며 리그 개막 5경기째 골 침묵을 이어갔다. 양 팀은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 런던 EPA=연합뉴스

 
'한국축구의 자존심' 손흥민이 새 시즌 초반 골가뭄에 빠졌다. 지난 시즌 총 23골로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와 함께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EPL 득점왕까지 차지했던 손흥민이지만, 이번 시즌에는 개막 이후 5경기째 무득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사우샘프턴과의 1라운드(4-1 승)에서 도움 1개를 작성한 게 이번 시즌 유일한 공격 포인트다.
 
손흥민이 토트넘의 핵심 선수로 자리잡은 이후 스타트가 이렇게 저조했던 시즌은 근래에 없었다. 득점왕을 차지한 지난 시즌엔 맨체스터 시티와의 개막전부터 득점포를 가동했고, 2020-2021시즌엔 사우샘프턴과의 2라운드에서 무려 4골을 폭발하며 기세를 올렸다. 2019-2020시즌엔 초반 퇴장 징계로 불가피하게 결장한 것을 제외하면 3번째 출전 경기만에 크리스털 팰리스를 상대로 멀티골을 터뜨렸다.
 
올시즌에는 단순히 골만 없는게 아니라 경기력도 썩 좋지 못하다. 손흥민은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개막 이후 5경기에서 모두 선발출전했지만 대부분의 경기에서 팀내 최저평점을 받았다. 2~4라운드에서는 3경기 연속 후반에 교체되어 손흥민이 불만을 드러내는 듯한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특유의 날카로운 공간침투와 골결정력이 사라졌고 슈팅찬스를 잡는 것조차 애를 먹고 있다. 조급함에 무리한 슛시도로 동료들의 원성을 사거나, 느슨한 수비가담으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는 장면도 있었다.
 
다행히 소속팀 토트넘은 3승 2무(승점 11)로 개막 이후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아스널-맨시티에 이어 리그 3위에 올라있다. 손흥민의 파트너이자 토트넘의 주포인 해리 케인은 벌써 4골을 터뜨리며 득점 공동 3위를 기록중이다. 팀이 전반적으로 순항하고 있는 상황에서 손흥민만 웃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토트넘 입단 이후 첫 해를 제외하고 감독과 선수구성, 전술 등이 여러 차례 변화하는 상황에서도 항상 꾸준한 모습을 보여준 손흥민이기에 갑작스러운 부진이 더 낯설게 느껴진다.
 
손흥민 부진의 원인

손흥민의 부진 원인을 두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손흥민의 심리적인 부담감과 상대팀들의 집중견제를 지적한다. 지난 시즌 득점왕에 오른 뒤 기대치가 높아지며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손흥민의 플레이에서 묻어나온다는 것. 최근의 경기에서 손흥민 답지 않게 시야가 좁아지고 무리한 플레이가 자주 나온다는 것이 그 증거다. 또한 상대팀들은 이제 토트넘을 만날 때 손흥민을 막는 것을 수비 전략의 핵심으로 준비하여 발빠르고 피지컬이 좋은 수비수들을 전담으로 내세워 더 심하게 견제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 언론에서는 손흥민 개인의 탓보다 오히려 토트넘의 전술적인 문제를 더 주목하고 있다. 영국 BBC는 지난 8월 30일 보도에서 손흥민의 침묵을 분석하며 토트넘의 전술상 손흥민이 수비적인 부담이 늘어나면서 정작 본업인 공격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콘테 감독은 기본적으로 볼점유율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탄탄한 수비를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을 선호한다.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콘테 감독의 지향점은 기본적으로 상대를 내용으로 압도하기보다는 '지지 않는 실리축구'에 더 가깝다.

공격수들도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해야 하는 콘테 축구의 특성상, 손흥민도 팀이 라인을 내리면서 평소보다 낮은 포지셔닝에서 경기를 펼쳐야 하는 경우가 잦다. 이렇게 되면 공수 전환 과정에서 더 많은 이동거리와 시간이 소요되고 체력적인 부담이 커진다. 골문에 가까워질수록 위협적인 손흥민의 최대 장점인 역습과 공간침투를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환경이다.
 
콘테 감독의 선택은 토트넘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토트넘은 겉보기에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경기내용에서는 상대에게 고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상대를 확실하게 압도했다고 할 만한 경기는 개막전이었던 사우샘프턴전이 유일하다.
 
첼시전인 일방적으로 밀리는 경기흐름 속에서 케인의 극장골로 간신히 기사회생했고, 웨스트햄전에서는 상대 자책골로 신승했다. 토트넘은 중원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며 공을 오래 점유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기가 대부분이다. 손흥민과 케인에게 킬패스를 이어줄 창의적인 플레이메이커 부재로 손흥민이 위험지역에서 공을 잡거나 동료에게 패스를 주고받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공격 작업에 제대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지옥의 9월 일정' 토트넘

심지어 최근에는 손흥민 대신 히샬리송의 선발출전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으로 올시즌 토트넘으로 이적한 히샬리송은 아직까지는 손흥민의 백업으로 기용되고 있지만 교체투입 때마다 짧은 시간에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히샬리송은 손흥민과 달리 본인이 공을 잡고 주도하는데 능한 전형적인 온볼 플레이어다. 출전시간은 적어도 볼터치가 많고 공격적인 역할만을 수행하는 히샬리송의 장점이 부각되며 손흥민이 있을 때보다 나아보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손흥민과 토트넘의 다음 경기는 3일 풀럼전이다. 2승 2무 1패(승점 8점)로 8위를 기록중인 승격팀 풀럼은 지난 시즌 2부리그에서 43골로 득점왕에 올랐던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를 앞세워 시즌 초반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토트넘이 풀럼전에서 로테이션을 단행할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다. 토트넘으로서는 지난 웨스트햄전 이후 불과 이틀 만의 경기다. 토트넘은 풀럼전 이후 8일 마르세유(프랑스)와의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11일 강호 맨시티와의 리그 대결, 14일 스포르팅(포르투갈)과의 UCL, 17일 레스터와의 EPL 경기로 이어지는 '지옥의 9월' 일정에 돌입했다.

주축 선수들의 체력 안배가 필요한 데다 백업 멤버들의 경기력 점검과 컨디션 조절 등이 불가피하다. 특히 최근 골 침묵이 길었던 손흥민에게 휴식을 주고 히샬리송을 첫 선발로 기용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분석이다.
 
한편으로 손흥민으로서는 풀럼전 선발 여부나 최근의 골 침묵에 크게 일비일희할 필요는 없다. 손흥민은 몇 년째 강행군을 이어오며 많은 경기를 소화한 데다 올겨울에는 카타르 월드컵도 기다리고 있다. 골욕심으로 무리하게 많은 경기를 뛰기보다도 적절한 컨디션 조절과 체력안배가 필요한 시점이다.
 
손흥민의 파트너인 케인만 해도 지난 시즌 초반 부진을 거듭하다가 7경기 만에 첫 골을 넣었고 이후로도 한동안 부진을 거듭했지만, 후반기에 접어들며 결국 17골 9도움이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손흥민에 이어 팀내 득점-공격포인트 2위였다. 최근의 골 침묵에도 콘테 감독의 손흥민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굳건하다. 일시적인 부진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찾다보면 골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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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풀럼 콘테감독 히샬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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