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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09만 명의 경기 용인시는 2022년 1월 특례시가 되기 전 2021년 6월 '탄소중립 2050' 참여를 선언했다. 용인시 민간협치위원회는 2021년 '쓰레기 제로 마을실험실'을 운영하며 민관 거버넌스 구축에 나섰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자원순환 사회로 가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용인에서 처음 협동조합을 통해 새활용(업사이클링) 제품이 생산됐고, 민간 도서관은 제조 실험실로 불리는 메이커 스페이스(팹랩, 무한 상상실)를 만들었다. 기후 위기 대응과 자원순환, 그리고 혁신과 실험을 통한 지속 가능한 순환경제 사회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용인에서 민간이 주도하고 있는 메이커 운동은 시작 단계다. 전국적으로 공공형 메이커 스페이스가 확대 보급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많은 창작자와 메이커 운동가들은 디지털 제조 실험실로서의 팹랩(FabLab)을 넘어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 플랫폼으로써 팹랩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팹랩을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사람, 공유, 네트워크, 디지털, 문화 등이 결합된 확장된 개념으로 설명하는 이유다. 자원을 소비하는 도시에서 자체 생산력을 갖춘 도시로의 전환, 팹 사회로의 전환은 기후 위기 대응과 순환경제도시에 대한 또 다른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자원순환도시 용인, 순환경제도시 용인특례시를 위해서는 민간사회의 팹시티 활동에 대한 용인시의 정책적 지원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지속가능한 도시 용인을 만들기 위해 민간에서 펼쳐지고 있는 자원순환 경제활동을 살펴본다. 

순환경제의 첫걸음, 용인 시민사회의 새로운 실험

코로나 팬데믹은 도시와 인간의 삶을 순식간에 바꿔놓았다. 배달이 급증하면서 1회용 플라스틱 쓰레기가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기후 위기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1회용 비닐봉지를 쓰지 않고 장바구니와 개인 용기에 음식을 포장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1회용 줄이기는 말할 것도 없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쓰레기 배출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많은 도시의 시민들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일상에서 실천하며 자신의 동네를 바꿔나가고 있다. 스페인 바로셀로나는 팹시티(Fab City)를 선언하며 농업, 에너지, 제조업 관련 수요의 50%를 2054년까지 도시 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팹시티를 위해 팹랩협동조합 등이 만들어지며 오픈데이터(데이터 공유)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도시 시스템을 바꾸려는 시민운동과 거버넌스가 구축되고 있다.

 
페트병을 새활용 제작 공정을 확인하기 위해 공장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페트병을 새활용 제작 공정을 확인하기 위해 공장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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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일본 역시 팹 문화가 조금씩 자리 잡고 있다. 팹랩 가마쿠라를 시작으로 2017년 기준 120여 곳의 팹랩과 팹시설이 설치돼 있다. 기술과 전통을 융합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겠다며 설립한 팹랩 가마쿠라가 대표적이다. 한국 역시 최근 몇 년 새 50여 곳에 팹랩이 설치됐으며, 공공형 메이커 스페이스를 포함해 100곳이 넘는다.

이런 가운데 용인시는 2021년 6월 '2050 탄소중립' 동참을 선언했다. 자원순환시설 설치, 2030년까지 가정용 전력 100% 자립 추진, 친환경차 보급 확대 등의 계획을 밝혔다. 용인시의 탄소중심 계획은 비록 뒤늦었지만 지속가능한 도시의 핵심 요소로 탄소 기반 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제는 지역생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자원순환 등은 모두 하향식이 아닌 시민이 참여하고 주도하는 혁신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즉, 문제해결을 위한 목표와 방법 설정은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나서야 하며, 시는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지원해 정책의제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탄소중립은 자원을 재활용하거나 새활용(업사이클)하는 수준에 머물러선 한계가 있다. 도시 안에서 원자재를 활용한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면 불필요한 탄소배출 과정을 줄이는 지역생산과 더불어 오픈 데이터(데이터 개방과 공유) 등을 통해 지역과 지역이, 지역과 세계가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앞서 사례로 든 스페인 바르셀로나가 생산방식의 오픈 데이터를 통해 '지구적 전환도시로의 협력'을 제안한 이유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관계망이 약화되긴 했지만 바르셀로나의 팹시티 선언 이후 '지역에서 생산하고 세계적으로 연결된 도시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3D프린터, 레이저커터와 같은 고가의 장비를 무료로 또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지원하는 메이커운동이 확산되면서 한국, 일본 등 도시 곳곳에서 팹랩이 생겨났다.

 
지구의 날 기념 ‘플라스틱 프리 마켓’에서 판매된 로컬창업자들이 새활용 및 제로 웨이스트 제품들. /느티나무도서관 화면 갈무리
 지구의 날 기념 ‘플라스틱 프리 마켓’에서 판매된 로컬창업자들이 새활용 및 제로 웨이스트 제품들. /느티나무도서관 화면 갈무리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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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과 연대의 산물, 마을 생활실험실

용인시 민간협치위원회는 미래의 대안적인 도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2021년 일상에서 생활실험실 활동을 진행했다. 생활실험실은 시민들이 일상의 삶 속에서 직접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이다.

용인시와 민관협치위원회는 자원순환·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시민참여 프로젝트로 '쓰레기 제로 마을실험실'을 진행했다. 쓰레기 제로 마을 실험실은 시민사회의 정책 제안으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협치의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 마을 실험실에 참여한 마을은 종이팩과 투명 페트병을 분리 수거하고, 모은 페트병으로 티셔츠를 제작하는 '업사이클링' 활동을 펼쳤다.

쓰레기 제로 마을 실험실과 투명 페트병을 새활용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PET2TEE' 프로젝트는 모두 시민사회의 제안으로 시작돼 민관 협치 사례이기도 하다.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생활폐기물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진행한 생활감동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다.

이 프로젝트에는 199명의 시민이 참여해 18개 마을실험실에서 마을의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각기 다른 실험을 진행했다. 투명 페트병으로 티셔츠를 만드는 공동 프로젝트 'PET2TEE'를 비롯해 종이팩 수거함 설치, 우유팩 바르게 버리기 캠페인, 세제 리필 행사, 자신이 가져간 포장 용기를 사용하는 '용기내가게' 발굴 및 스티커 부착 등 다양한 아이디어로 자원순환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으로 옮겼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화장지 등으로 재활용될 수 있도록 분리 배출된 우유팩 2800kg이 수거됐다. 특히 버려지는 페트병을 모아 섬유로 새활용 옷을 만들어 입어보자는 자원순환 운동인 'PET2TEE'는 기술과 결합해 자원 소비가 아닌 자원순환을 위한 실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았다.

'PET2TEE' 프로젝트로 수거함 5곳에 티셔츠 2850장을 만들 수 있는 투명 페트병 325kg(500ml 기준 2만개)가 수거됐다. 이 가운데 500ml 700개 분량의 투명 페트병으로 총 100장의 새활용 티셔츠가 제작됐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일궈낸 성과다.

 
메이커 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 에코컨서번시Y는 고사목이나 간벌목을 활용한 새활용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메이커 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 에코컨서번시Y는 고사목이나 간벌목을 활용한 새활용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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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활동가와 도서관의 메이커 운동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환경활동가들이 운동을 넘어 실천을 목표로 설립한 사회적협동조합 에코컨서번시Y의 새활용 및 메이커 활동도 눈에 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숲의 가치를 알리고 도시숲을 보존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고사목이나 간벌목, 생태유해종 식물 등을 새활용한 인테리어 소품, 교구 등을 제작해 판매하고,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투명 페트병을 티셔츠로 새활용한 'PET2TEE' 프로젝트도 에코컨서번시Y의 제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용인환경정의가 시민들의 자원순환에 대한 인식 확산을 위해 지난해 10월 수지구 롯데몰 수지점에서 연 '떴다, 자원순환 실험가게' 행사에서 에코컨서번시Y는 고사목을 활용한 나무제품을 전시하고, 간벌목을 캔버스로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체험 부스를 운영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새활용 및 제로 웨이스트 활동을 비롯한 환경문화 활동을 하는 곳이 또 있다. 느티나무도서관이다. '동네에서 먹고살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느티나무재단은 지난해 3월 메이커를 모집해 로컬 창업자들이 배우고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도서관 내 상시 메이커스 마켓을 열어 로컬 창업자들의 수제 제품을 판매하고, 이용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했다. 올해에는 (예비)창업자들과 상품 기획부터 홍보,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협업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한다.

올해 4월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 늘어난 쓰레기와 기후 위기에 대한 문제 인식 속에 자주 쓰는 비누, 컵 홀더, 파우치 같은 상품을 새활용해 만들고 일회용품 포장 없이 판매하는 '플라스틱 프리 마켓을 열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건강한 재료로 모두를 위한 빵을 만들고 연구하는 '그린베이크', 딸이 디자인하고 엄마가 만드는 모녀의 취향을 공유하는 공방 '그 엄마에 그 딸', 청바지와 커피마대를 활용한 새활용 퀼트 제품과 소품제작 스튜디오 '퀼트실버 스튜디오' 등 13팀의 로컬 창업자들이 느티나무 메이커스로 활동하고 있다.

이 외에도 중소벤처기업부 지원을 받아 설치한 메이커 스페이스 동네부엌과 동네공방은 느티나무도서관의 대표적인 공유 공간이 됐다. 동네부엌은 이용자들이 함께 음식을 요리해 먹을 수 있고, 동네공방은 재봉틀과 실루엣커터를 포함한 각종 도구를 갖춰 이용할 수 있는 확장된 메이커 스페이스이다.
 
2021년 12월 1일 쓰레기 제로 마을 실험실 활동공유회에서 백군기 전 용인시장과 참여자들이 페트병으로 만든 티셔츠를 입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년 12월 1일 쓰레기 제로 마을 실험실 활동공유회에서 백군기 전 용인시장과 참여자들이 페트병으로 만든 티셔츠를 입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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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탄소중립, #용인시, #시민사회, #팹랩, #메이커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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