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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최대도시 양곤 도심에 있는 술레 파고다 근방 육교에서 숫자 8888을 새긴 검은 우산을 든 청년들(2022년 8월 8일)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 도심에 있는 술레 파고다 근방 육교에서 숫자 8888을 새긴 검은 우산을 든 청년들(2022년 8월 8일)
ⓒ Yangon people"s str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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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8888항쟁 34주년을 맞아 시민단체 '양곤 시민파업(Yangon People's Strike)' 소속 활동가들은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 도심에서 검은 우산을 쓰고 시내를 행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관련기사: 양곤 도심서 8888항쟁 34주년 맞아 청년들 우산집회 열어 http://omn.kr/20717)

당시 숫자 8이 쓰인 검은 우산을 4개를 들고 양곤 시내를 행진한 청년 참가자 중 1명과 집회장면을 촬영한 사진작가가 군부에 체포된 사실이 확인됐다.

미얀마 현지 시민단체 '미얀마 독립 언론인 지원협회(Assistance Association for Myanmar-based Independent Journalists)는 25일 자체운영하는 페이지를 통해 체포 사실을 알렸다.

이 단체는 군부 추종자들이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사진을 인용하며 "지난 8월 20일 양곤시 마얀곤(Mayangon)의 자택에서 군부 병력에 체포된 청년 2명이 양곤시 북부에 있는 예이찌아인(Yaykyiain) 군사기지로 끌려갔으며, 현재 취조가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군부가 청년 활동가들을 우롱하는 메시지가 담겼다. 우산에 새겨진 귓바퀴를 엎어놓은 것 같은 하얀 모양 '၈ (싯)'은 미얀마 숫자 8이다. 숫자를 돌리고 뒤집으면 미얀마어의 자음과 모음처럼 보이면서 'ဖေဖေ (페페)'라는 단어가 된다. 페페는 아버지라는 뜻으로 군부 내에서 최고사령관 민 아웅 흘라잉(Min Aung Hlaing)을 칭하는 단어로도 통용된다. 군부에 반하는 자들을 아버지께 바친다는 의미로 반군부 활동가를 조롱한 것이다.
 
군부 추종자들이 소셜미디어에서 공유하고 있는 체포된 청년 2명의 사진(8월 20일 촬영 추정)
 군부 추종자들이 소셜미디어에서 공유하고 있는 체포된 청년 2명의 사진(8월 20일 촬영 추정)
ⓒ 미얀마 독립 언론인 지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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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88민중항쟁은 1988년 8월 8일부터 9월 16일까지 당시 버마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현 미얀마)에서 군부독재자 네윈의 철권통치에 반대하여 일어난 민주화 운동이다. 명칭의 기원은 1988년의 88과 8월 8일의 '88'을 합친 것이다. 독재자 네윈은 군대를 동원해서 반군부 시위대를 잔혹하게 진압했으며, 진압과정에서 무고한 시민 약 3000여 명이 군부에 의해 살해당했다.

군부는 이달 8일 항쟁 34주년을 맞아 발생할 수 있는 시위나 무력충돌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양곤 시내 곳곳에 무장 군경을 배치했다. 그럼에도 청년들이 부당한 쿠데타와 군부의 유혈탄압에 저항하고자 빈몸으로 우산 하나에 의지해 양곤 시내에서 반군부 퍼포먼스를 벌였다.

청년들이 목숨을 걸고 벌인 퍼포먼스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로 퍼지며 이슈가 되자 군부 추종자들은 혈안이 되어 집회 참가자들을 찾아나섰다.
 
군부 첩자들은 텔레그램 오픈채팅을 통해 우산집회 참여자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했다.(2022년 8월9일)
 군부 첩자들은 텔레그램 오픈채팅을 통해 우산집회 참여자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했다.(2022년 8월9일)
ⓒ 최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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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추종자들은 텔레그램(Telegram) 메신저를 이용해 양곤 내 활동가들의 정보를 수집했고, 지역 내 군부 첩자들이 집요하게 청년들을 추적하면서 결국 체포됐다.

체포된 청년들이 소속된 시민단체 양곤 시민파업(Yangon People's Strike)은 25일 소셜미디어에 "지난 20일 군부 병력이 우리 측 활동가 2명을 불법체포했으며, 체포과정에서 카메라 1대와 데스크탑 2대, 활동자금 200만 짯(한화 약130만 원)을 압류했다. 체포된 이들은 현재 취조과정에서 고문과 가혹행위 등으로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군부 추종자들이 텔레그램을 이용해 계속해서 활동가들을 추적하고 있는 만큼 모든 양곤 시민이 안전에 만전을 기하기를 당부드린다"라고 전했다.

군부가 나날이 탄압수위를 높이고, 군부 첩자들의 활동이 기승을 부리면서 미얀마의 사회혼란과 대중의 불안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시민단체 정치범 지원협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으로 군부에 살해당한 무고한 시민은 최소 2239명에 이르며, 불법체포된 이들도 1만5000명을 넘었다.
 
미얀마 시민단체 정치범지원협회가 발표한 민간인 사망자, 체포자 집계 (2022년 8월24일 기준)
 미얀마 시민단체 정치범지원협회가 발표한 민간인 사망자, 체포자 집계 (2022년 8월24일 기준)
ⓒ AAPP(정치범지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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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 최진배는 페이스북 뉴스그룹이자 비영리단체인 '미얀마 투데이' 대표입니다(https://www.facebook.com/groups/1603092429887617/).


태그:#미얀마, #반군부, #집회, #청년,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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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민주화 운동 소식을 국내에 전하는 한국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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