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로 몇 년간 주춤했던 여행 예능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배우들이 다시 해외로 나가 훈훈한 우정과 케미를 다지며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8월 3일 첫 방송된 tvN 새 예능 <텐트 밖은 유럽>(이하 텐트)에서는, 스위스로 8박 9일 캠핑 여행을 떠난 배우 유해진, 진선규, 윤균상, 박지환의 첫 이야기가 그려졌다.
 
배우들은 여행 출발을 6일 앞두고 사전 미팅을 통하여 자리를 함께했다. 첫 등장한 박지환은 최근 <범죄도시> 시리즈와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강렬한 캐릭터와 존재감을 드러냈던 것과 정반대로, 푸근하고 선한 인상이 두드러졌다. 제작진이 <범죄도시2>의 흥행으로 '천만배우'가 되었다며 축하 인사를 건네자, 박지환은 수줍은 표정으로 "제가 한 거 겠나. 마동석 형과 손석구 배우가 한 것"이라며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박지환은 한겨울에도 텐트에서 야영을 즐길 정도로 극한의 환경을 마다하지 않는 열혈 캠퍼임을 고백했다. "침낭과 핫팩만 있으면 절대 죽지 않는다"라고 강조한 박지환은 동료들과의 여행에 대한 기대감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윤균상과 진선규가 차례로 등장했다. 박지환은 <육룡이 나르샤>에서 짧게 했던 윤균상의 싹싹한 성격을 칭찬하며 "큰 삽살개같다"라고 평가했다. 윤균상은 진선규에 대하여 "선규형은 천사다. 화내는 걸 상상도 할 수 없다"라고 평했고, 박지환은 "연극에서 처음 만나 인사할 때 '웬 꽃이 이야기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투가 너무 결이 맑고 부드러웠다"라고 회상했다.

진선규는 제작진과의 미팅에서도 시종일관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모습이 돋보였다. 캠핑은 처음이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앞으로 같이 캠핑을 즐겨보고 싶다고 밝힌 진선규는, 10살 딸의 통화에도 스위트한 아빠의 모습을 드러냈다.
 
큰 형인 유해진이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유일하게 유해진과 초면인 윤균상은 "대선배님이라 기대가 많이 되고 설렌다. 되게 멋지신 분이라고 들었다"라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해외 여행 경험이 풍부한 유해진의 주도로 멤버들은 스위스 취리히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로마까지 이어질 유럽 캠핑 여행 루트와 계획을 구상했다.
 
진선규는 "보기보다(?) 공연 때문에 해외여행을 많이 다녔다"라고 밝히며 유럽 배낭 여행 경험을 고백했다. 진선규가 특유의 느릿한 말투로 50일에 걸친 배낭여행담을 장황하게 늘어놓을 조짐을 보이자, 듣다 못한 유해진이 "이야기가 긴 이야기냐?"라고 끊고 들어와서 폭소를 자아냈다.
 
드디어 시작된 여행
 
 tvN 새 예능 <텐트 밖은 유럽> 한 장면.

tvN 새 예능 <텐트 밖은 유럽> 한 장면. ⓒ tvN

 
여행이 시작됐다. 박지환은 스케줄 때문에 나중에 합류하기로 했다. 먼저 출국했던 유해진이 스위스 취리히 공항에서 두 동생들을 맞이했다. 막내 윤균상은 준비한 전기밥솥까지 손에 들고 등장하며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은 진선규가 도착하는 출구를 착각하고 전혀 다른 건물에서 기다리는 바람에 서로 엉뚱한 곳을 헤매다가 겨우 상봉할 수 있었다.
 
첫 난관은 차를 렌트하기 위하여 도착한 렌터카 사무실이었다. 세 사람 모두 고만고만한 영어실력으로 소통에 험난함이 우려됐으나, 그나마 맏형 유해진이 짧은 영어 문장으로도 센스있게 대처한 덕분에 예상보다 수월하게 렌트에 성공했다. 첫 운전은 해외여행 경험이 풍부한 '대장' 유해진이 맡았다.
 
멤버들은 유럽에서의 첫 주행과 예상보다 복잡한 스위스의 도로 구조에 크게 당황했지만, 고속도로에 진입하면서 조금씩 여유를 되찾았다. 진선규는 "남의 나라에 와서 고속도로를 타본 게 처음이다. 아직 경부고속도로 느낌"이라고 고백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한참을 달리던 멤버들은 첫 목적지인 인터라켄 마을에 도착했다. 툰과 브리엔츠, 두 개의 큰 호수 사이에 위치하고 있었던 인터라켄의 드라이빙 코스를 달리며 멤버들은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멤버들은 캠핑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체크인하고 캠핑장 투어를 마치자마자 이미 시간은 저녁 6시가 다 되어, 취침시간인 10시까지는 불과 4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멤버들은 캠핑에서 관광, 식사까지 촉박한 스케줄을 모두 소화하기에는 애매한 시간이라며 걱정했다.
 
멤버들은 일단 신속하게 텐트치기를 마친 이후, 인터라켄 시내로 이동하여 하더 클룸 전망대 체험에 나섰다. 세 사람은 산악기차인 푸니쿨라에 탑승하여 아찔한 절벽을 거슬러오르자 인터라켄의 아름다운 전경과 마주했다. 기차에서 내려 선 정상으로 걸어올라간 세 사람은 전망대에서 인터라켄과 융프라우 산맥을 아우르는 그림같은 풍광에 빠져들었다.
 
처음 와보는 진선규와 윤균상은 연신 경탄을 금하지 못했지만, 가이드 역할을 자처한 큰형 유해진은 맑은 날에 비하여 구름이 많이 껴서 동생들에게 최상의 풍광을 보여주지 못한 것을 다소 아쉬워했다. 멤버들은 전망대에 위치한 펍에서 맥주 한잔을 나누며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행복함도 잠시, 갑자기 비가 떨어지기 시작하며 불안한 분위기를 드리웠다. 캠핑장 소등까지는 이제 불과 2시간만 남은 상태. 촉박해진 멤버들은 우산도 없이 비를 맞아가며 인터라켄 시내로 다시 이동해야 했다. 그럼에도 진선규는 "언제 비를 맞으며 인터라켄 거리를 걸어보겠냐"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멤버들은 호수 앞의 한 벤치에 함께 착석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연기경력 도합 56년차의 배우들답게 세 사람은 유해진의 리드로 즉석에서 티격태격하는 즉흥 상황극을 자연스럽게 펼치며 유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tvN 새 예능 <텐트 밖은 유럽> 한 장면.

tvN 새 예능 <텐트 밖은 유럽> 한 장면. ⓒ tvN

 
멤버들은 간신히 마트에 도착했지만 이번엔 영업종료 시간이 단 2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난관에 직면했다. 시간에 쫓긴 멤버들은 결국 요리를 포기하고 식사 대용으로 우유와 과일, 컵라면을 구매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9시가 다 되어서야 캠핑장에 복귀한 세 사람은 그나마 물난리 속에서도 잠자리인 텐트가 젖지 않고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안도했다.

멤버들은 컵라면과 유해진이 준비해 온 반찬으로 급하게 끼니를 때워야 했다. 세 사람은 허술한 첫 식사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러워하며 "융프라우 위에서 라면을 먹어본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잃지 않았다.

식사를 마친 멤버들은 10시가 다 되어도 날이 전혀 저물지 않은 것을 신기해했다. 내친김에 세 사람은 루이스 암스트롱과 엘라 피츠제럴드가 부른 '써머타임'을 감상하며 재즈 선율과 함께 여행 첫날밤의 낭만을 즐겼다. 진선규는 "캠핑이란 게 이렇게 멍 때리고 가만히 있고 그런 거지?"라고 질문하여 처음 경험해보는 캠핑의 매력에 조금씩 빠져들어갔다.
 
진선규는 유해진을 향하여 "어두워질수록 잘 생겨진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당황한 유해진은 "난 네가 등지고 앉았으면 좋겠다"라고 받아쳤다. 진선규가 다시 지지않고 "역시 형의 사이드 프로필은..."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고, 유해진은 결국 "서로 외모 갖고 그러지 말자"라며 한발 물러서 평화를 제안했다. 잠시 후 이번엔 또다시 천둥이 내리치자 유해진은 "오묘한 날이네, 오늘"이라며 예측할 수 없이 변화무쌍한 날씨를 신기해 했다.
 
막내 윤균상은 "여기 이렇게 와서 너무 좋다. 혼자서는 겁이 많아서 못 왔을 것 같다"라고 솔직히 고백하자, 진선규도 공감하면서 "아무 것도 모르는데 혼자 와 있으면 아무리 좋아도 그렇게 즐겁지 않을 것 같다. 형이랑 있고 너랑 있고 또 한 명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 비가 와도 좋다"라며 함께하는 여행의 매력을 밝혔다.
 
또한 윤균상은 "선배님 때문에 더 좋았다"라며 동생들을 위하여 기꺼이 가이드 역할을 자처한 유해진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세 사람은 번쩍이며 몰아치는 천둥소리를 들으면서도 "사운드가 좋다. 우리 사진 찍어주는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자유로운 캠핑여행 첫 날의 분위기를 만끽했다.
 
여행 예능 계보 이을까

<텐트 밖은 유럽>은 이른바 tvN표 '배우 여행 예능' 시리즈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삼시세끼> 시리즈-<스페인 하숙> 등을 통하여 이른바 tvN 예능의 단골손님이 된 유해진-윤균상을 비롯하여, 예능 새내기인 박지환과 진선규가 가세하며 색다른 조합을 구축했다.
 
<텐트>는 기차 대신 렌터카, 호텔 대신 캠핑장, 식당 대신 현지 로컬 마트를 찾아다니는 그 어디서도 소개된 적 없는 자유로운 세상을 소개하는 콘셉트로 기존의 여행예능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코로나19로 오랫동안 해외여행조차 불가능한 시간을 견뎌야했던 시청자들에게는 색다른 대리만족을 선사했다.
 
사실 캠핑배낭여행이란 이미 예약된 고생길이나 마찬가지다. 첫날부터 시간에 쫓기고 날씨에 애를 먹는 등 각종 돌발상황에 직면하지만, 낙천적인 여유와 낭만으로 받아들이는 멤버들의 모습은 함께하는 여행이라서 가능한 즐거움을 일깨워줬다.

극중의 강렬한 이미지로 각인된 배우들의 인간적인 실제 성격과 반전매력, 티격태격하고 무뚝뚝하지만 그 안에 그들만의 애정표현과 배려가 느껴지는 따뜻한 풍경은, '성숙한 어른들의 여행'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며 앞으로를 기대하게 했다.
텐트밖은유럽 유해진 윤균상 박지환 진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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