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 대만 타이베이의 입법원(의회)을 방문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 대만 타이베이의 입법원(의회)을 방문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중국의 강한 반발을 무릅쓰고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을 강행한 것을 두고 미국 주요 언론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제인 퍼레즈 <뉴욕타임스> 베이징지국장은 3일(현지시각) 칼럼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 중에도 중국에 맞서기 위한 전략적 경제·안보 동맹을 구축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공을 들여왔다"라며 "그러나 펠로시 의장의 도발이 중국의 군사·경제적 영향력에 맞서려는 이 노력을 훼손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펠로시의 대만 방문, 원칙 있으나 시의적절하지 않아"

그러면서 중국이 한국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제재를 가한 사례를 소개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중국이 팽창주의가 더욱 거세질 경우 한국을 비롯한 동맹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어 "1997년 뉴트 깅그리치 당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잘 대응했고, 중국의 군사력도 그때는 현대화 초기 단계라서 지금보다 훨씬 약했다"라며 "지금은 미국이 불필요한 위기로 향해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도 "지금은 러시아의 공격을 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전세를 역전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야 할 때"라며 "중국이 러시아 편을 들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펠로시 의장이 중국을 자극했다"라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도 편집위원회 명의로 낸 칼럼에서 "성공적인 외교 정책은 높은 원칙과 현명하고 시의적절한 실행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라며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그런 원칙은 보여줬지만, 후자는 결여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펠로시 의장은 개인적으로 정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으나,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패할 가능성이 크고, 하원의장도 공화당에 내줄 위기에서 별다른 실익이 없다"라고 평가했다.

릴리 궈 <워싱턴포스트> 베이징지국장은 별도의 칼럼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19시간 만에 끝났으나, 중국의 대응은 앞으로 몇 주 혹은 몇 달에 걸쳐 이어질 것"이라며 "중국의 보복이 어떤 형태이든 미국과의 충돌 우려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백악관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변함없다고 주장하며 긴장 완화를 모색하고 있으나, 이런 간청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달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압박 견뎌야 하는 쪽은 미국 아닌 대만" 

CNN 방송도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대가를 감내할 정도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라며 "미중 관계는 지정학적으로 가장 중요하며,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는 양국의 충돌을 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방문을 주권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했다"라며 "만약 펠로시 의장의 방문이 가뜩이나 나빠진 미중 관계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시킨다면, 이는 거대한 착오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중국이 대만의 평화를 근본적으로 위협한다면 이 역시 거대한 착오"라며 "앞으로 더욱 거세질 중국의 압박을 견뎌야 하는 것은 미국보다는 대만이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과 대만의 분리주의 세력은 그들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 책임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을 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주중 미국대사로 활동한 맥스 보커스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만이 공식적으로 독립을 선포하는 '재앙'을 감내하지는 않겠지만, 중국은 대만이 그럴 조짐이 보이면 국가 존립에 대한 위협이라는 인식으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 선에 다가서는 것은 불장난을 하는 것인데, 펠로시 의장은 훨씬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라며 "그 지점에 도달하는 즉시 우리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그:#낸시 펠로시, #대만, #중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