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원 스포츠 '최고를 향해'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프로농구 고양 데이원 창단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성현, 김강선, 박노하 경영총괄 대표이사, 허재 스포츠 총괄 대표이사, 김승기 감독, 이정현.

▲ 데이원 스포츠 '최고를 향해'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프로농구 고양 데이원 창단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성현, 김강선, 박노하 경영총괄 대표이사, 허재 스포츠 총괄 대표이사, 김승기 감독, 이정현. ⓒ 연합뉴스

 
프로농구 신생구단 고양 데이원스포츠가 본격적인 출항을 신고했다. 7월 28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데이원의 첫 창단 기자간담회에는 박노하 경영총괄 대표이사, 허재 스포츠 총괄 대표이사, 김승기 감독과 선수 전성현, 김강선, 이정현 등이 참석하여 성공적인 미래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고양 데이원은 전신인 고양 오리온 구단을 인수하여 2022-2023시즌부터 KBL(한국프로농구)에 참여한다. 데이원스포츠의 모기업인 데이원자산운용은 지난 5월 고양 오리온과 인수 계약을 체결했고, 6월 KBL 임시총회를 통해 신규 회원 가입을 승인받았다. 연고지는 그대로 고양에서 프랜차이즈를 이어간다.
 
데이원은 창단과 함께 굵직한 농구계 거물급 인사들을 영입하여 화제를 모았다. 허재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데이원스포츠 농구단 대표이사를 맡으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농구대표팀에서 물러난 후 약 4년 만에 농구계로 복귀했다. 김승기 전 안양 KGC 인삼공사 감독은 4년 계약을 맺으며 데이원의 초대 사령탑을 맡았다.
 
선수단 구성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지난 시즌까지 오리온의 주축으로 활약했던 국내 선수 원투펀치인 이승현(KCC)과 이대성(한국가스공사)이 모두 팀을 떠났다. 대신 국가대표 슈터 전성현을 FA로 영입하며 보수총액 7억 5000만 원으로 팀 내 최고 대우를 보장했다. 전성현과 김승기 감독은 KGC에게 우승을 합작한 데 이어 다시 한번 같은 팀에서 뭉치게 됐다.
 
'우승 가능한 팀' 강조하는 데이원

데이원스포츠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빠른 시일안에 '우승 가능한 팀'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선수와 지도자를 거쳐 이번에는 구단 프런트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허재는 "감독직에서 물러난 지 4년이 지났지만 농구계로 항상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불러주는 팀이 없었는데 데이원에서 불러줘서 기쁘다. 앞으로 차근차근 잘 준비해서 데이원이라는 팀을 알리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최근에는 예능 출연으로 더 친숙한 허재는 데이원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면서 방송활동 역시 계속 병행하겠다는 계획을 드러냈다. 허재는 "그동안 프로그램을 가리지 않고 해왔다면 앞으로는 농구를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 위주로 하고 싶다. KBL, 데이원 그리고 선수 홍보에 있어서 모두 큰 도움이 된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김승기 감독은 좀더 구체적으로 '3년 내 우승'이라는 야망을 드러냈다. ""A급 선수 2명(이승현-이대성)이 나가서 올 시즌은 쉽지 않다. 이승현이가 떠난 이후 팀 구성을 보면서 '이대성으로 우승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보니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3년을 내다 보며 팀을 만들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올 시즌은 욕심부리지 않고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전성현도 잘해줘야 하지만, 이정현이 성장해야 미래도 바라볼 수 있다. 올 시즌은 욕심 부리지 않고 성장과 6강을 목표로 하겠다. 3년 후에는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할 수 있다"라는 포부를 전했다.
 
듣고 있던 허재는 농반진반으로. "김승기 감독의 말을 끊고 싶었다. 프로라면 매년 우승을 목표로 해야 한다. 기자간담회 끝나고 팀 나가려고 하는 것 같다"라며 웃었다. 이에 김승기 감독은 "감독 입장에서 4년 계약기간 내내 우승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시간이 필요하다. 전에 있던 팀(KGC)에서도 선수육성을 잘했고, 우승이 목표라고 말한 시즌에는 반드시 우승했다. 지금 멤버들을 잘 키워서 우승 전력이 되면 그때 큰소리 치겠다"라고 화답했다.
 
현 KBL 최고의 슈터이자 신생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게 된 전성현은, 슈터 부재가 아쉬웠던 데이원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을 안게 됐다. 전성현은 김승기 감독과의 인연이 FA에서 데이원스포츠를 선택하게 된 계기임을 고백했다. 팀연봉 1위인 7억 5000만 원의 보수가 주는 부담에 대하여 전성현은 "3점슛 7개를 시도하면, 6개는 넣어야 내 가치를 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또한 전성현은 "항상 시즌 개막 전 자리마다 우승이라는 목표를 늘 이야기했다. 이번에도 역시 '우승'을 목표로 삼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창단 소감 말하는 허재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프로농구 고양 데이원 창단 기자간담회에서 허재 스포츠 총괄 대표이사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창단 소감 말하는 허재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프로농구 고양 데이원 창단 기자간담회에서 허재 스포츠 총괄 대표이사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모든 프로구단이 우승을 목표로 하는 것은 물론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현대 프로스포츠에서는 단순히 성적만이 전부가 아니다. 구단의 색깔, 철학, 방향성, 팬과의 소통, 수익모델, 운영방안 등에 대하여 명확한 비전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창단 첫 데이원만의 비전이나 구체적인 실현 방안 없이 그저 진부한 우승 타령만 늘어놓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농구계와 팬들이 데이원에 대하여 기대반 우려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성적 문제가 아니다. 데이원 스포츠 농구단은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모기업으로 하는 데이원자산운용의 자회사라는 다소 복잡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당초 데이원자산운용은 오리온을 인수하면서 모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돈을 벌어 팀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고, 대우조선도 데이원자산운용이 별도의 독립된 금융기관이라며 스포츠단의 관련성에 선을 긋는 태도를 보여 의구심이 증폭됐다. 이로 인하여 KBL에서는 데이원의 회원 가입 승인이 한때 보류되기도 했다.
 
데이원은 '농구판 키움 히어로즈(프로야구)'를 운영모델로 제시하고 있다. 히어로즈는 창단 이래 네이밍 스폰서십을 통해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히어로즈도 자리를 잡기 전까지 초창기 몇 년 동안은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으며 선수를 팔아서 구단 운영비를 충당해야 했다.
 
프로야구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프로농구에서 입장 및 상품 판매 수익으로 구단 운영자금을 충당하겠다는 데이원의 계획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데이원은 스폰서 기업들의 후원 계약 자료를 비롯하여, 만일 구단 운영이 어려워질 경우에는 모기업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지원을 보증하는 자료까지 제출하며 어렵게 KBL의 승인을 받아낼 수 있었다.
 
데이원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구단 운영 방안이나 후원기업의 실체에 대해서는 대해서는 아직 말을 아꼈다. 허재 대표는 "타 구단과 아주 다르지는 않겠지만 새롭게 시도하는 부분도 있다. 자세한 것은 아직 밝힐 수 없지만 앞으로 계속 지켜보면 알게 될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다른 구단에서 보기힘든 공동대표 체제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데이원 프로농구단은 허재 대표와 박노하 대표 두 사람이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데이원 측은 코트 내의 업무는 허재가, 코트 밖의 업무는 박노하 대표가 관장한다고 밝혔지만 프로스포츠 구단에서 경영과 스포츠 분야를 굳이 구분하는 데 의미가 있는지 애매하다. 박노하 대표는 "팀 창단을 1년 넘게 준비했고, 재정 계획도 향후 4년까지 세워놓은 상황이다. 준비한 것들은 언제라도 진행이 가능하다"며 데이원을 바라보는 세간의 불안한 시선에 대하여 해명했다.
 
신생팀으로서 구단의 지나간 역사, 지역 팬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나갈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데이원의 전신인 오리온은 원년부터 오랜 역사를 이어왔음에도 연고지와의 밀착이나 팬들과의 관계 형성에 있어서는 최악이었다는 혹평을 받는다.

일방적인 연고지 이전(고양→대구)-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홀대, 소통을 무시하는 프런트 등 농구단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결여된 행태로 많은 비판을 받아오며, 구단이 운영을 포기했을 때도 아쉬워하는 팬들의 여론은 거의 없었을 정도다. 데이원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중 하나는 오리온의 전철을 '반면교사'로 삼는 것이다.
 
또한 울산 현대모비스(전신 부산 기아)나, 수원 KT(코리아텐더, 나산)처럼 연고지나 모기업이 바뀌면서 이전 구단과의 역사가 사실상 단절된 사례는 프로농구에 흔하다. 연고지는 그대로지만 신생구단 창단으로 정체성 자체가 완전히 물갈이된 데이원이 오리온의 역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모든 것이 여전히 불확실성속에 놓인 데이원 농구단은 8월 공식 창단식에서는 팬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좀더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아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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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데이원 김승기감독 허재 네이밍스폰서 키움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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