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우승한 듯' 청룡기 8강에서 강릉고에게 승리를 거둔 배재고 선수들이 마운드에 모여 기쁨을 나누고 있다.

▲ '마치 우승한 듯' 청룡기 8강에서 강릉고에게 승리를 거둔 배재고 선수들이 마운드에 모여 기쁨을 나누고 있다. ⓒ 박장식

 
제77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의 4강 대진이 나왔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뚜렷한 우승 후보가 없다. 반대로 말하면 누가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의미다. 그도 그럴 것이 3년 전, 2년 전, 그리고 지난 해 우승팀까지 모두 4강 고지를 밟았기 때문이다. 

장마로 인해 대회가 상당 수 순연될 것이라는 예상이 무색했다. 장마로 인해 이틀만 일정이 미뤄졌고, 다행히 예비일을 활용해 25일까지 쉼없이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청룡기. 22일 8강전을 마지막으로 4강 대진이 확정된 가운데, 23일 10시부터 열리는 준결승전에서 결승에 올라갈 학교가 결판난다.

3년 전 소형준(현 KT), 허윤동(현 삼성) 원투펀치의 힘으로 청룡기의 맨 꼭대기에서 웃었던 유신고와 49년 만에 청룡기 4강 무대를 밟은 배재고가 오전 10시 목동야구장에서 맞붙는다. 2년 전 코로나19 와중 열린 청룡기에서 투타의 밸런스로 우승을 거머쥐었던 장충고, 지난 해 이주형(현 NC)와 윤영철의 합작으로 우승기를 들어올린 충암고는 오후 1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격돌한다.

'새 감독'의 우승 도전이냐, '배재학당'의 귀환이냐 

유신고등학교 야구부 분위기는 최근 들어 적잖이 어수선했다. 20년 넘게 유신고의 덕아웃을 지켜왔던 이성열 감독이 지난 달 일신상의 사유로 감독직을 물러나야만 했다. 대신 오랜 기간 유신고에 있어 왔던 홍석무 코치가 감독으로 내부승진되면서 새로 유신고의 지휘봉을 잡았다.

이번 대회는 홍석무 감독의 전국대회 데뷔 무대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마운드의 힘이 빛났다. 이번 대회에서는 줄곧 3학년 원투펀치인 박시원과 조영우가 경기를 책임졌다. 특히 조영우의 활약이 매섭다. 조영우는 경기고와의 8강전에서 4이닝을 무실점으로 책임지는 등 팀의 4강행을 견인했다.

유신고등학교의 '우승 DNA'도 깨어날 준비를 마쳤다. 특히 지난해 봉황대기 결승에서 덕수고등학교에 석패하고, 올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선 신세계·이마트배에서는 16강에서 배명고등학교에 목덜미를 잡히는 등 아쉬움이 많았던 터. 유신고가 3년 만에 정상에 오를 마지막 채비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20년 '제1회 전국체전'이었던 '전조선야구대회'의 우승팀이었던 배재고등학교는 49년 만에 청룡기 안 '별들의 잔치'에 복귀했다. 신문사 주최의 '메이저 전국대회'에서 4강에 오른 것도 지난 1997년 봉황대기 이후 25년 만이다. 특히 배재고는 선수층이 얇은 탓에 4강까지 오른 것도 이변이라는 반응이 적잖다.

배재고에서는 동문들의 응원이 '10번 타자' 노릇을 했다. 이제는 관중 입장이 가능한 경기장을 찾은 동문들은 '우리 배재학당 배재학당 노래합시다'로 시작하는 '배재교가'를 쉼없이 부르며 응원을 이어가곤 했다. 안겸 선수는 "선배님들께서 교가 불러주시니 우리도 더 힘이 났다. 그래서 더 좋은 걸과 있었던 것 같다"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특히 배재고는 8강에서 '신흥 강호'로 꼽히는 강릉고를 일순간의 집중력으로 누르고 준결승행 티켓을 얻었다. 사실 권오영 감독도 얼떨떨하긴 마찬가지였다. 권 감독은 8강전 경기가 끝난 후 "전국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이 없었는데 4강까지 올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작년 우승팀'과 '재작년 우승팀'의 끝장 대결, 누가 이길까
 
 지난해 청룡기 우승을 차지했던 충암고등학교. 올해에도 청룡기 준결승에 진출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지난해 청룡기 우승을 차지했던 충암고등학교. 올해에도 청룡기 준결승에 진출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 박장식

 
오후 펼쳐지는 매치업도 볼거리다. 2년 전 우승 팀인 장충고등학교가 4강행 티켓을 얻었고, 지난해 우승 팀인 충암고는 세광고를 엎치락뒤치락하는 이전투구 끝에 한 점 차로 꺾고 4강 무대를 밟았다. 장충고등학교는 투타의 밸런스를, 충암고는 에이스 윤영철에게 각인된 지난해 '2연패' DNA를 믿는다.

지난 해 청룡기는 물론 대통령배까지 우승하면서 고교야구 불변의 강팀임을 각인시킨 충암고등학교. 충암고는 이주형과 윤영철의 원투펀치가 상대의 득점을 매양 저지하며 깔끔한 우승까지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올해도 윤영철은 '언터처블'이다. 앞서 나온 두 경기에서 단 세 개의 피안타만을 내주며 승리를 따냈다.

8강전을 의무휴식으로 나오지 못한 윤영철은 4강 전에 등판이 가능한 상황. 윤영철은 물론 윤영철의 뒤를 지키는 1학년 영건들의 활약, 그리고 '안방마님' 김동헌의 활약을 기대하는 것도 볼거리이다. 지난해 청룡기 우승을 거둔 뒤 이영복 감독이 말했던 "내년에도 역시 아이들과 힘 합쳐서 좋은 성적 내겠다."는 약속이 이번 청룡기에서 지켜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충암고가 마운드의 힘으로 결승 자리를 노린다면 장충고는 마운드와 방망이의 고른 힘을 바탕으로 준결승에 나선다. 대표적으로 1학년 때부터 이미 주전 멤버로 출전해 우승을 경험했던 정준영 선수의 '우승 DNA'가 있다. 정준영 선수는 타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2년 전 청룡기에서 우승의 금자탑에 오른 장충고 선수들.

2년 전 청룡기에서 우승의 금자탑에 오른 장충고 선수들. ⓒ 박장식

 
마운드에서는 3학년과 2학년의 조화가 두드러진다. 3학년 신윤호와 이진하가 일차적으로 마운드를 다스리면, 2학년 왼손 투수 황준서와 오른손 투수 육선엽이 나서 남은 이닝을 책임진다. 이런 투타의 조화 덕택에 지난 3월 신세계·이마트배에서는 결승에 진출하기도 했다.

송민수 감독 역시 "아이들이 큰 경기 해본 경험이 있다. 더욱이 2년 전에 우승한 경험이 있으니 남은 청룡기 경기에서도 잘 하지 않을까."라며 자신감을 드러낸 상황. 오후 열릴 장충고와 충암고의 경기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나올 지 주목할 만 하다.

오전 10시부터 목동야구장에서 열리는 청룡기 준결승전은 SPOTV에서 중계된다. 올해 청룡기는 관중을 100% 받아들이니만큼 직접 경기를 관람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떤 학교가 결승으로의 문에 서게 될 지, 프로에서 활약할 선수는 누가 될 지 미리 점찍어보는 좋은 기회가 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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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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